‘비상경영’ 재계, 생존 위해 포트폴리오 대수술···SK·두산·효성 사업재편 속도전

SK이노베이션·E&S 합병 관련 이사회 17일 개최···수평 통합 방점 이노베이션은 자금활용·E&S는 독립경영 체제 SK온 자체 흑자 위한 트레이딩·엔텀과 3사 합병 추진도 논의 전망

2024-07-16     유호승 기자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주요 기업집단이 글로벌 경기침체 장기화에 대응하고 지속생존을 위한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해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아울러 기업내 시너지 확대를 위해 계열사 및 자회사의 분할·합병 등의 포트폴리오 대수술도 진행 중이다. 고강도 사업재편을 통해 재계를 둘러싼 불확실성과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의지인 셈이다.

비상경영을 통한 사업재편에 속도를 내는 대표 기업들은 SK와 두산, 효성 등이다. SK는 그룹 전체적으로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 작업(리밸런싱)을 본격화하는 중이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을 시작으로 전체 계열사 및 자회사가 재편 대상에 올라 큰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는 오는 17일 각각 이사회를 열어 합병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합병 방식은 SK이노베이션 아래 SK E&S를 두는 수직적 통합이 아닌 수평적 통합 방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조직과 사업 형태를 그대로 유지한 상태에서 하나의 기업으로만 통합하는 것이다.

SK E&S는 사내 독립기업(CIC) 체제를 갖춘다. 한 회사에서 특정 사업을 독립적으로 운영한다면 이사회 독립 경영처럼 권한과 책임이 주어진다. SK E&S는 기존의 도시가스 및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등의 사업을 그대로 추진할 수 있고, SK이노베이션은 SK E&S로부터 자금을 쉽게 끌어올 수 있는 구조가 완성되는 셈이다.

두 기업의 합병이 수평적으로 진행되는 이유는 주주들의 반발을 최소화시키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초 SK E&S의 알짜 사업부를 이노베이션이나 배터리 자회사인 SK온에 떼어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자, E&S가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이를 상쇄시키기 위해 사내 독립기업 체제로 E&S를 운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 목적은 SK온을 살리기 위해서다. SK온은 출범 후 3년여간 20조원 규모의 투자금이 투입됐지만, 아직 이익을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계속된 적자에 투자금 회수가 언제 가능할지 가늠도 어렵다. SK온의 연간 시설투자(CAPEX) 규모는 2022년 5조원, 지난해 6조8000억원, 올해는 7조5000억원 규모다.

이로 인해 SK온의 모기업인 SK이노베이션의 부채는 빠르게 증가했다. SK온의 출범 직전연도인 2020년 부채는 23조396억원이었는데, 지난해는 50조8155억원으로 두배 이상 증가했다. SK이노베이션은 하이닉스 및 텔레콤과 함께 그룹을 지탱하는 3대 기둥이다. 부채 증가로 자금흐름에 악재가 생기며 기업 전체 운영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선택한 방식이 SK E&S와의 합병이다. 지난해 기준 SK이노베이션의 매출은 SK E&S의 7배 수준이지만 영업이익은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이노베이션은 1조9000억원, E&S는 1조3000억원 규모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도 이노베이션은 5862억원, E&S는 4570억원 등이다. 안정적인 가스 산업을 통해 꾸준한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어 합병 후 SK이노베이션의 자금흐름 회복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아울러 SK그룹은 SK온과 원유·석유제품 트레이딩 기업인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탱크터미널 사업을 운영 중인 SK엔텀 등을 합병하는 방안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10분기 연속 적자에 시달리는 SK온을 자체적으로 흑자 구조로 만들기 위해 17일 이사회에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두산과 효성도 사업재편에 속도를 내는 중이다. 두산은 최근 계열사 분할·합병을 통해 사업구조를 3개 부문으로 재편했다. ▲로봇·기계 등 스마트머신(두산밥캣·두산로보틱스) ▲원자력발전 및 수소 등 클린에너지(두산에너빌리티·두산퓨얼셀) ▲반도체·첨단소재(두산테스나) 등이다.

두산 관계자는 “계열사간 시너지를 높이기 위해 사업 재편을 결정했다”며 “대표적으로 밥캣은 로보틱스의 로봇 기술을 이전 받을 수 있고, 로보틱스는 밥캣이 미국·유럽에 구축한 폭넓은 딜러망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효성은 조현준·현상 형제의 독립 경영 과정에서 기존 지주사 ㈜효성과 신설 지주사 HS효성 등 2개 지주사 체제로 재편했다. 조현준 회장은 ㈜효성과 효성티앤씨, 효성중공업, 효성화학 등을 맡아 기존 사업의 책임 경영을 강화하고, 조현상 부회장은 효성첨단소재 등을 이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