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고용 승계해줘도 싫다”···아시아나 노조, 대한항공 합병 ‘결사 반대’

아시아나 노조 11일 합병 반대 기자 회견 열어 “메가 캐리어 탄생 물 건너가”···운수권·슬롯 과다 반납에 화물 사업 매각으로 경쟁력 약화 EC에 합병 반대 정식 요청 할 것···원 대표 배임 혐의로 검찰 고발

2024-07-11     박성수 기자
아시아나항공 노조가 11일 서울 중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한항공과 합병을 무조건 반대한다고 전했다. / 사진=박성수 기자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아시아나항공 노동조합이 대한항공과 합병을 무조건 반대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아시아나 노조는 대한항공과 합병할 경우 독과점에 따른 항공권 가격 인상과 국가 항공 산업 경쟁력 약화 등을 이유로 들며 합병을 반대한다고 했다.

그동안 고용 승계 보장 등을 내세우며 합병에 반대 목소리를 냈던 것과 달리, 이제는 조건에 상관없이 양사 합병을 막아야 한다고 강경한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11일 아시아나항공조종사노동조합과 아시아나항공노동조합은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한항공을 결사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최도성 아시아나조종사노조 위원장은 “정부는 국가와 국민 이익에 반하는 이번 인수합병을 주도한 산업은행 오류를 바로잡고, 아시아나항공이 제 3자에게 매각될 수 있도록 전면 재검토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아시아나 노조가 대한항공 합병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낸 적은 많았으나, 무조건 반대 의견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조 측은 “고용 승계 여부와 상관없이 이제는 무조건 합병에 반대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노조는 합병으로 인한 슬롯 반납 국부 유출과 독과점 항공사 탄생에 따른 국민의 피해, 독자생존 가능성, 일자리 감소 등을 이유로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합병 과정에서 전세계 경쟁 당국들의 슬롯 및 운수권 반납을 요구하며, 당초 기대했던 ‘메가 캐리어(초대형 항공사)’ 탄생이 불분명해졌으며, 합병 이후 독과점에 따른 항공권 가격 인상으로 국민들이 피해를 볼 것이라는 의견이다.

권수정 아시아나 노조 위원장은 “슬롯은 항공사 핵심 자산으로 한 곳을 배분 받기 위해선 수년의 노력이 필요하다”라며 “1+1은 2가 돼야 하는데 도로 1이 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팔다리 다 자르고 한쪽 폐마저 내놓으라고 하는 타국의 횡포를 정부 기관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에 노조가 기존 보다 강경한 입장으로 전환한 것은 아시아나 화물 매각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EU 경쟁당국(EC)은 양사 합병을 조건부 승인하며 아시아나 화물사업을 매각할 것을 지시했다.

이에 최근 에어인천이 아시아나 화물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나, 노조는 에어인천이 아시아나 화물 사업을 넘겨받을 그릇이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최도성 위원장은 “대한항공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에어인천을 선정했는데, 이는 향후 대한항공과 경쟁이 될 수 없는 항공사를 선택함으로써, 유럽의 승인조건을 형식적으로 이행한 뒤 추후 화물 부문을 독식하기 위한 포석을 깔아둔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양사 합병을 막기 위해 EC 측에 심사 불승인을 요청할 계획이다. 이마저 여의치 않을 경우 조종사들의 단체 사직을 결의한다는 방침도 전했다.

이같은 노조 움직임은 대한항공이 고용 승계를 보장하지 않았다는 불안감에서 시작된 것으로 풀이된다. 노조 측은 인수합병 관련 직원들의 고용 및 처우 등을 논의하기 위해 대한항공 경영층과 접견을 시도했으나, 대한항공에서 이를 무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이에 대해 대한항공은 합병 초기부터 고용 승계를 보장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분할합병 방식으로 이뤄지는 매각 특성상, 상법에 의거해 근로관계까지 포괄승계되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라며 “대한항공은 직원들의 고용 및 근로조건 유지를 최우선과제로 협상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양사 합병에 따른 독과점 우려와 경쟁력 약화에 대해선 “양사 합병은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목적으로 추진됐으며, 당시 아시아나는 재무구조 악화로 독자 생존이 불가능했던 상태”라면서 “세계 항공 시장은 완전 경쟁 체제로 일방적 운임 인상 및 독점이 불가능하며, 경쟁당국 관리하에 시장 경쟁성이 유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아시아나 노조는 양사 합병을 반대하는 것은 물론 원유석 아시아나 대표이사를 배임 혐의로 고발할 계획이다. 노조에 따르면 당초 아시아나가 도입하기로 했던 에어버스사의 ‘A350’ 2대가 기존 계획과 달리 대한항공에 이관됐으며, 이를 승인한 원 대표를 배임 행위로 고발하겠다는 것이다.

이어 당장 내일 국민청원을 시작할 계획이며, 산업은행과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도 배임 교사 혐의로 고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