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능 약’ GLP-1 비만치료제···국내 기업 개발 전략은

GLP-1 계열 비만약, 합병증으로 적응증 확대 한미·동아·프로젠 등 국내서도 비만 신약 임상 “3세대 비만약, 가격경쟁력+근손실 줄여야”

2024-07-10     최다은 기자

[시사저널e=최다은 기자] 비만약이 당뇨를 비롯해 심혈관, 심장병 등 비만 합병증 치료제로 사용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전 세계적으로 커지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빠른 시장 진입을 위해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미약품과 동아에스티, 프로젠은 ‘바이오플러스-인터펙스 코리아(BIOPLUS-INTERPHEX KOREA, BIX) 2024’에서 차세대 비만치료제 개발 전략을 공개했다. 

10일 한국바이오협회와 RX 코리아(리드엑시비전스코리아)는 서울 코엑스에서 바이오산업의 전 분야를 아우르는 종합 바이오 컨벤션 '바이오플러스-인터펙스 코리아(BIOPLUS-INTERPHEX KOREA, BIX) 2024'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계열 비만치료제에 대한 세션이 열렸다. ‘GLP-1: 비만치료제 시장의 적응증 확대 흐름’이라는 주제로 열린 해당 세션에서는 한미약품, 동아에스티, 프로젠, 디앤디파마텍 등 국내 비만치료제 신약 개발 선두주자 기업들이 참여하며 업계의 이목을 끌어냈다.

비만치료제 개발에 뛰어드는 제약사가 늘어나는 이유는 단순 체중 조절뿐만 아니라 비만 합병증으로 적응증 확장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GLP-1은 음식을 섭취했을 때 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혈당 조절에 중요한 인슐린 분비를 촉진해 식욕 억제를 돕는다.

현재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GLP-1 작용제 기반 비만치료제는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와 일라이릴리의 ‘젭바운드(성분명 퍼제파타이드)’가 대표적이다. 위고비는 지난 1·4분기 약 93억8000만덴마크크로네(8억9000만달러)의 매출액을 달성하며 전년동기 대비 106% 증가했다. 경쟁 약물인 젭바운드는 전분기 대비 194% 성장한 5억2000만달러(약 71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1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바이오플러스-인터펙스 코리아(BIOPLUS-INTERPHEX KOREA, BIX) 2024에서 최인영 한미약품 R&D 센터장이 발표하고 있다./ 사진=최다은 기자

최인영 한미약품 R&D 센터장은 “1세대 비만치료제인 ‘샥센다’ 같은 약물은 5~10%대 체중 감소 효과를 내고 있다”며 “2세대 약물인 위고비와 마운자로는 각각 15%, 20%의 체중 감소 효과를 이끌어 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만치료제가 비만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률과 2형 당뇨까지 개선 시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시장 규모는 앞으로도 폭발적으로 커질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한미약품은 차세대 비만 신약으로 임상 3상을 진행 중인 ‘에페글레나타이드’와 (GLP)-1 유사 수용체 외에도 위 억제 펩타이드(GIP), 글루카곤 등 3가지 수용체에 동시 작용하는 삼중 작용제 ‘HM15275’ 등을 개발 중이다. 특히 한미약품에 따르면 HM15275는 비만 쥐 실험에서 투약 3주 차에 쥐의 체중을 39.9% 줄이는 효과를 보였다.

최 센터장은 “앞으로 개발될 3세대 GLP-1 계열 비만치료제는 근손실 부담을 줄이되 체중 감량 효과는 발전시킨 약물이 대세가 될 것”이라며 “HM15275는 위고비나 젭바운드와 비교했을 때 마우스모델에서 체중 감소 효과는 더 컸고 근육 감소는 적었다”고 강조했다.

1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바이오플러스-인터펙스 코리아(BIOPLUS-INTERPHEX KOREA, BIX) 2024에서 김미경 동아에스티 연구본부장이 비만 신약후보물질 ‘DA-1726’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최다은 기자

동아에스티는 미국 자회사 뉴로보파마슈티컬스(이하 뉴로보)를 통해 비만 신약후보물질 ‘DA-1726’를 개발하고 있다. 지난달부터 DA-1726의 글로벌 임상 1상 파트2 미국 환자 투약이 개시됐다.

김미경 동아에스티 연구본부장은 “DA-1726은 뉴로보가 임상 개발을 담당하고 동아에스티는 전임상 결과를 내면서 서포트하는 약물”이라며 “지난 4월부터 첫 환자 투약이 시작돼 임상 1상 순항 중”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5% 이상 체중 감소 효과가 있으면 출시는 가능하나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체중 감소 효과가 더 높아야 한다”며 “마우스 모델에서 DA-1726을 투여한 쥐는 체중은 감소하고 근육량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동물 대상의 전임상 결과 체지방률 감소와 근육 증가 효과를 동시에 본 만큼, 기존 비만치료제들의 근손실 문제를 개선할 수 있다는 뜻이다.

김 본부장은 “DA-1726 미국 1상을 통해 전임상 결과만큼 좋은 특성이 인체 대상 임상에서도 구현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1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바이오플러스-인터펙스 코리아(BIOPLUS-INTERPHEX KOREA, BIX) 2024에서 김종균 프로젠 대표이사가 비만·당뇨치료제 적응증 확장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최다은 기자

프로젠은 비만·당뇨치료제로 ‘PG-102’을 개발하고 있다. 이달 식약처로부터 국내 2상 임상시험계획(IND)을 승인받았다. PG-102는 프로젠의 다중 표적 융합 단백질 플랫폼 ‘NTIG’ 기술에 기반한 GLP-1·GLP-2 이중 작용제다. 프로젠은 PG-102를 월 1회 투여 당뇨병 치료제, 일주일 1회 투여 비만치료제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이다.

프로젠에 따르면 PG-102는 동물 대상 비임상시험에서 기출시된 GLP-1 유사체 약물 대비 뛰어난 혈당 강화 효과 및 지방 선택적 감소 효과를 보였다. 또 정상인을 대상으로 한 임상 1a상에서는 우수한 안전성 및 내약성을 입증했다.

김종균 프로젠 대표는 “GLP-1 계열 비만치료제는 대사질환부터 염증, 뇌 질환까지 적응증을 확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게 열려있다”며 “프로젠은 2017년부터 GLP-1 계열 약물 개발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PG-102 당뇨 임상에서는 아주 심한 당뇨 모델을 썼다”며 “당뇨 임상에서도 체중 감소 효과를 봤고, 저혈당 이슈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기출시된 비만치료제들은 너무 비싸다는 이슈가 있는 만큼 수년 뒤 출시될 차세대 약들은 제조 원가를 낮춰 가격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며 “프로젠은 PG-102 제조 원가를 낮춰 기존 비만치료제들보다 저렴하고 월 1회 제형 당뇨 치료제와 주 1회 투여 비만약으로 개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