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결산-항공] 슈퍼 엔저에 비행 멈추지 않는 일본 여행
올 상반기 일본 여행객 1223만명 ‘역대 최다’···연간 기준으로도 최고치 전망 엔저에 따른 비용 부담 감소에 코로나 동안 억눌린 해외 여행 심리 겹쳐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올해 상반기 국내 항공업계는 엔저 효과에 따른 일본 여행 호황으로 방긋 웃었다. 당초 업계에선 올해 1분기 이후부터는 일본 여행 성장세가 꺾일 것으로 전망했으나, 슈퍼 엔저 현상으로 인해 일본 여행객이 끊이지 않으면서 전체 해외 여행 수요를 견인했다.
이에 따라 국내 항공사들도 일본 노선 확대에 나섰으며, 상반기까지 초과 공급 현상이 나타나지 않아 수익성 측면에서도 이점이 컸다.
8일 한국공항공사와 인천공항공사 통계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일본 노선 이용객은 1223만명으로 작년보다 무려 43.86% 증가했다. 이는 앞서 일본 여행객이 가장 많았던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상반기(1128만명)보다 많은 수치다. 2019년의 경우 하반기부터 일본 불매 운동 여파로 여행객이 감소한 점까지 고려하면, 올해 일본 여행객은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일본 여행 강세는 엔저 효과가 영향을 크게 미쳤다. 이날 11시 기준 100엔당 원화값은 859.91원을 기록했다. 엔화 가치가 38년여만에 역대급으로 떨어지면서, 일본 여행 비용이 상대적으로 크게 감소했고, 이에 일본 여행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일본 여행 호황에 따라 올해 상반기 항공 여행객도 역대 최다치를 기록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대한항공 등 국적사 10곳 항공편을 이용한 승객은 4756만여명으로 확인됐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보다 29.1% 늘어난 것이며, 2019년(4704만명)보다도 많은 수치다.
특히 일본 노선의 경우 단거리이기 때문에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상대적으로 혜택을 봤다. 상반기 제주항공 전체 승객은 714만명으로 2019년보다 9.1% 늘었으며, 진에어는 574만명으로 25.9% 증가했다. 티웨이항공은 2019년 보다 34% 늘어난 544만명이며, 에어부산은 5.5% 증가한 429만명으로 집계됐다.
일본 여행을 중심으로 여행객이 증가하면서 항공사들 상반기 매출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상반기 대한항공 매출은 8조7015억원으로 전년대비 16.6%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며, 제주항공은 9990억원으로 전년대비 25.0%, 진에어는 7405억원으로 전년대비 21.1%, 티웨이항공은 7559억원으로 17.2%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 물 들어올 때 노 젓자···일본 노선 확대
일본 여행 강세가 계속되면서 항공사들도 일본 노선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일본 노선의 경우 탑승률이 90%에 육박할 정도로 열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항공사들도 새로운 일본 노선을 발굴하면서 여행객을 늘리겠다는 취지다.
대한항공은 이달 19일부터 오는 10월 25일까지 제주~도쿄(나리타) 노선을 주 3회 일정으로 운항을 재개한다. 또한 인천~오카야마 노선은 8월 3일부터 주 3회에서 5회로, 인천~가고시마 노선은 9월 2일부터 주 3회에서 5회로 증편한다.
아시아나항공은 나리타 노선을 7월 1일부터 주 28회 운항하고, 오사카 노선을 7월 18일부터 8월 1일까지 주 21회에서 23회로 증편하기로 했다. 오키나와 노선은 7월 1일부터 8월 29일까지 주 7회에서 최대 주 13회까지 증편한다.
후라노, 비에이, 소운쿄 등 관광지로 유명한 홋카이도 제 2의 도시 아사히카와 노선을 7월 20일부터 8월 31일까지 주 2회 부정기 운항하고, 삿포로 노선은 7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 주 7회에서 주 9회로 늘리기로 했다.
또한 도쿄, 오사카, 후쿠오카 등 기존 인기 지역 외 소도시 노선도 확대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해외 여행객 중 상당수가 일본 인기 여행지를 다녀온 경험이 있으며, 일본 여행에 대한 만족도도 높은 편”이라며 “이들의 경우 일본의 다른 여행지도 가보고 싶은 니즈가 있는데, 이를 만족시키기 위해 최근 항공사들이 소도시 여행을 늘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진에어는 이달부터 일본 다카마쓰를 신규 취항하며 일본 소도시 여행을 확대한다. 다카마쓰는 일본 가가와현 중심에 위치한 대표적인 소도시 여행지로, 일본 3대 우동 중 하나인 ‘사누키 우동’ 본고장으로 유명하며, 다양한 예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어 예술의 도시로도 불린다. 또 진에어는 인천~미야코지마 노선도 주 5회 일정으로 운항 중이다. 미야코지마는 오키나와 남서쪽에 위치해, 맑고 투명한 바다로 유명하다.
제주항공도 올해 초 마쓰야마·시즈오카·오이타·히로시마 등 일본 소도시 노선에 연이어 취항했다.
일본 여행 강세는 신생 항공사들에게도 호재로 작용했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신생 항공사들의 경우 일본과 동남아에 집중할 수 밖에 없는데, 일본 여행 인기가 계속되면서 탑승객을 늘리는데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에어로케이의 경우 지난 6일 청주~오사카 노선을 취항한지 1주년을 맞이한 가운데 1년간 해당 노선 누적 탑승객이 2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 일본 호황에도 한켠엔 불안감
국적 항공사들은 일본 여행 상승세에 웃음 짓고 있지만, 내심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항공사들이 일본 노선을 공격적으로 늘리게 될 경우 추후 과잉 공급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앞서 코로나19 직전 국내 항공사들은 일본 노선 공급을 확대하면서 출혈 경쟁에 따른 피해를 크게 봤다. 당시 ‘0원’ 항공권이 등장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탑승객 대비 수익성은 높지 않았다.
아직까진 일본 노선 수익성이 나쁘진 않은 편이나, 최근 들어 항공사들이 일본 항공권 할인을 시작하면서 출혈 경쟁 불씨를 지피고 있다.
하지만 앞서 노선 과잉 공급에 따른 홍역을 한 차례 겪은 만큼, 항공사들도 저마다 일본 외 신규 노선을 발굴하는데 분주한 모습이다.
특히 최근 운수권이 늘어난 인도네시아를 비롯해 중앙아시아, 싱가포르 등 새로운 여행지를 늘려나가고 있다. 또 이전대비 운항거리가 길어진 항공기를 도입하는 항공사들이 생기면서 중장거리 노선에 관심을 두는 곳도 증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