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당 오천만원도 OK”···강북 최고 분양가 단지에 4만명 몰린 사연은
마포자이힐스테이트 라첼스, 안전마진 적지만 대흥행 분양가 상승·공급 부족 우려로 신축 선점 수요 늘어 “기존 분양권 수억원 웃돈···전매 가능해 투자수요까지 몰려”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서울 강북권 분양단지에 올해 최대 청약 인파가 몰리며 눈길을 끌고 있다. 분양가가 역대 최고가에 안전마진이 거의 없음에도 4만여명이 청약을 신청했다. 신축 희소성과 집값 상승 기대감이 맞물리며 실수요자는 물론 투자수요까지 몰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마포구 공덕동 ‘마포자이힐스테이트 라첼스’는 1순위 250가구 모집에 4만988명이 신청해 평균 164 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앞선 특별공급에서도 210가구 모집에 1만2425명이 접수했다. 이곳은 지하 4층~지상 13~22층, 10개동, 전용 59~114㎡. 1101가구 규모로 신축하는 아파트 단지다.
서울 핵심지인 마포에 위치해 흥행은 예상됐지만 시세차익을 보기 힘든 비싼 분양가라는 점에서 4만명이 몰린 건 이례적이란 평가다. 분양가는 3.3㎡당 5150만 수준이다. 강북에서 분양가가 5000만원을 넘긴 건 이곳이 처음이다. 최고 공급 금액은 전용면적 59㎡ 기준 13억4070만원, 전용 84㎡ 기준 17억4510만원에 달한다. 인근 대장 단지로 꼽히는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가 17억~19억원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청약 인원은 다른 단지와 비교해 압도적으로 많다. 올해 서울에선 ‘강변역 센트럴 아이파크’(1순위 신청 인원 2만2235명), ‘서대문 센트럴 아이파크’(1969명), ‘더샵 둔촌포레’(4374명), ‘경희궁유보라’(7089명), ‘메이플자이’(3만5828명) 등이 공급됐다. 3만명이 넘은 메이플자이의 경우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8억원 저렴해 사람이 몰렸다.
이 같은 쏠림현상은 최근 서울 아파트 시장에 나타나고 있는 매수 심리 회복세와 관련이 깊어 보인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5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계약일 기준)은 신고된 물량이 총 4966건에 달한다. 이는 2021년 5월(5045건) 이후 3년 만에 가장 많은 것이다. 거래량은 6월 들어 더 빠르게 늘어난 분위기다. 지난달 29일 신고분까지 집계된 서울 아파트 6월 거래량은 3933건이다. 신고기한이 7월 말까지로 아직 한 달이 남았는데 5월 거래량의 79%를 달성한 셈이다. 거래량이 늘다 보니 강남권과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등 인기 지역은 물론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등 외곽지역까지 아파트값이 가격이 살아나고 있다.
매수 심리가 살아난 건 분양가 상승과 공급 부족 우려로 인해 아파트를 선점하려는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공급 부족 우려 속에 아파트 전셋값과 공사비·분양가 상승세가 지속되며 아파트값이 다시 상승세를 타고 있다”며 “기준금리 동결에도 불구하고 4월 이후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3%대로 하락하며 관망하던 매수 심리가 회복세로 돌아선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이어 “여기에 정부와 정치권에서 종합부동산세 완화 또는 폐지를 언급하면서 강남권과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 인기지역의 ‘똘똘한 한 채’를 사두려는 매수자들이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실수요자와 더불어 투자수요까지 몰리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서울의 경우 강남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지역은 전매제한 기간이 1년이다. 분양 이후 1년만 지나면 분양권을 되팔 수 있다는 의미다. 분양가가 계속 오르고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살아나면서 기존 분양권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작년 7월에 공급된 광진구 구의동 ‘롯데캐슬 이스트폴’은 이달 중 전매제한이 풀리는데 분양권에 이미 웃돈 2억~3억원이 붙은 상태다. 분양 당시만 해도 분양가가 3.3㎡당 4000만원으로 고분양가 논란이 있었는데 1년 만에 저렴한 분양권이 된 셈이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서울 신축 공급 급감으로 분양권 가치가 높아지다보니 마포자이힐스테이트 라첼스도 롯데캐슬 이스트폴처럼 웃돈이 붙을 가능성이 높다”며 “앞서 서울 분양 시장이 실수요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투자수요도 함께 움직이는 시장이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