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마켓 흑자 탄력받은 11번가, 매각도 IPO도 ‘안갯속’

지속되는 적자, 11번가 기업가치 5000억원대 오픈마켓 흑자 가능성···사옥 이전·희망퇴직도 SK 경영전략회의서 11번가 향방 언급 주목

2024-06-27     한다원 기자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11번가는 FI(재무적 투자자) 주도하에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11번가는 올해 오픈마켓 흑자를 내세워 수익성 개선 전략을 펴고 있지만, 수년째 적자 탓에 매각 난항을 겪고 있다. 특히 11번가 모회사인 SK스퀘어 박성하 대표의 사임, 조만간 열리는 SK 경영전략회의 등 변수가 생기면서 11번가 매각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11번가의 재무적 투자자 나인홀딩스 컨소시엄은 올해 초 씨티글로벌 마켓증권과 삼성KPMG를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강제 매각 절차에 돌입했다.

11번가 최근 실적 추이. / 표=김은실 디자이너

나인홀딩스 컨소시엄은 국민연금·새마을금고·사모펀드 운용사 에이치앤큐(H&Q) 코리아 등으로 구성돼 있다. 나인홀딩스 컨소시엄은 지난 2018년 5000억원을 투자해 11번가 지분 18.18%를 인수했고, 당시 5년(2023년 9월30일) 내 기업공개(IPO)를 하기로 했다.

당시 IPO 불발시 투자금에 수익을 붙여 상환하는 것이 투자 조건이었으나, 이커머스 업황 탓에 11번가는 IPO 기한을 지키지 못했다. SK스퀘어는 FI가 보유한 지분을 다시 사들이는 콜옵션 행사를 포기하면서 FI가 직접 투자금 회수에 나서게 됐다. 사실상 11번가가 강제 매각 절차를 밟게 된 셈이다.

11번가는 수년째 지속된 적자를 매각 원인으로 삼고 수익성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11번가는 지속되는 적자에 기업가치 2조7000억원에서 5000억원대로 내려앉았다. 현재 FI가 희망하는 매각 가격은 5000억~6000억원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이커머스는 ‘거래액’을 중요시한다. 거래액을 늘리기 위해 이커머스들은 비용을 쏟으면서 직매입에 주력한다. 직매입은 생산자로부터 상품을 사들인 후 소비자들에게 직접 판매하는 방식이다. 올해 1분기에도 11번가는 순손실 200억원을 내며 SK스퀘어 자회사 가운데 가장 큰 손실을 냈다. SK스퀘어 자회사인 티맵모빌리티는 176억원의 손실을 냈고, 원스토어(30억원), SK플래닛(30억원) 등이었다.

유통업계에선 11번가 IPO를 주도했던 김태완 최고전략책임자(CSO)가 회사를 떠난 것도 강제 매각 수순의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지난 2022년 IPO 책임자로 김태완 CSO를 영입하고 IPO 전략팀을 꾸렸으나 실적 부진이 발목을 잡은 것이다.

11번가는 올해 오픈마켓 사업의 흑자 전환 원년으로 삼고 버티컬 서비스·슈팅배송을 통한 경영 효율화에 나섰다. 11번가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오픈마켓 사업의 손익분기점 달성으로 흑자 전환 가능성을 봤고, 같은해 5~7월 3개월 연속 오픈마켓 EBITDA(상각전 영업이익) 흑자를 낸데 이어 12월 또다시 흑자를 냈다.

여기에 11번가는 사옥 이전을 결정했다. 11번가는 2017년부터 서울역 앞에 위치한 서울스퀘어 5개 층을 사용하고 있었으나, 최근 임대료가 폭등하면서 사옥 이전을 결정한 것이다. 지난해 11번가는 비용 절감 차원에서 희망퇴직과 내부 인력 재배치 등을 단행한 바 있다.

안정은 11번가 사장은 올해 타운홀미팅서 “꾸준한 수익성 개선 기조 아래 지난해 영업손실을 줄이는데 성공했고 특히 오픈마켓 사업은 지난해 12월 EBITDA 흑자를 냈다”면서 “11번가는 커머스 경쟁력 강화에 더욱 집중하고 사업지속성을 확보하기 위한 효율 개선 노력을 병행해 올해 오픈마켓 사업의 연간 흑자를 달성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문제는 11번가의 매각을 놓고 변수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SK스퀘어 박성하 대표가 일신상 사유로 사임했다. 오는 28일 예정된 SK 경영전략회의에서 그룹 거시적인 방향성이 결정되는 가운데 그룹의 움직임에 따라 11번가 매각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회의에서 SK는 주요 계열사 CEO들이 모여 그룹 리밸런싱(구조조정)의 방향성을 확정하고 그린·바이오 사업과 반도체, 인공지능 등 사업 성장을 위한 방안, 11번가 매각 등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11번가의 강제 매각 절차가 시작된지 6개월이 지났지만 구체적인 진척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최근 매각 주관사가 인수후보자 대상 투자설명서 배포 일정 등까지 미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11번가의 매각 작업이 지연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11번가 수익성이 개선됐을 시점에 매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SK 경영전략회의에서 11번가 방향성을 어떻게 잡을지도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