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매입에 리파이낸싱도 ‘착착’···스폰서 리츠 기지개 켤까
삼성FN리츠, 삼성화재 판교사옥 취득 계획 공시 한화리츠는 선제적인 리파이낸싱에 나서 금리 인하 기대감 확대 맞물려 주가 탄력 받을지 주목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부동산 시장 악화에 움츠렸던 대기업 스폰서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가 최근 들어 가치 제고에 활발히 나서고 있어 주목된다. 새로운 자산을 사들이거나 낮은 금리로 리파이낸싱(차환)하는 사례가 연이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올해 하반기 금리 인하 기대감도 나오고 있어 지지부진하던 주가가 반등할지 관심이 모인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그룹의 스폰서 리츠인 삼성FN리츠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삼성화재 판교사옥을 삼성화재로부터 취득할 계획이라고 공시했다. 자산 취득 예정일은 오는 9월 24일이며 취득가액은 약 1259억원이다. 취득 자금은 유상증자와 금융권 차입을 통해 확보할 예정이다.
삼성FN리츠의 자산 취득은 지난해 4월 상장 이후 처음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삼성FN리츠는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SRA자산운용, 삼성증권 등 삼성금융네트웍스 4개 사가 참여하는 삼성그룹 최초의 상장 스폰서 리츠다. 포트폴리오는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대치타워와 중구에 소재한 에스원빌딩으로 상장 이후 변함이 없었다.
상장 후 1년2개월여만에 자산 매입을 결정하면서 외형 확장에 나선 것이다. 삼성FN리츠는 상장 당시 스폰서가 보유한 우량 핵심자산을 지속해서 편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삼성FN리츠는 2027년까지 운용자산 2조원 및 시총 1조원에 다가선다는 계획이다. 현재 삼성FN리츠의 자산총계는 7424억원이며 시가총액은 3888억원에 머물러 있다.
삼성FN리츠뿐만 아니라 다른 스폰서 리츠들도 최근 들어 가치 제고에 활발히 나서는 모습이다. 삼성FN리츠와 비슷한 시기에 상장한 한화리츠는 만기가 남아 있음에도 선제적인 리파이낸싱에 나섰다. 지난해 대비 낮아진 금리를 활용해 이자 비용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이자 비용의 감소는 리츠의 수익성으로도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리츠 투자자들에겐 긍정적인 이슈다.
지난 24일 공시에 따르면 한화리츠는 신규대출 3276억원과 유보현금 100억원으로 기존 차입금인 3376억원을 상환한다. 신규 대출은 연 4.87%의 고정금리를 적용한 1408억원과 ‘CD 3개월+1.45%’의 변동금리를 적용한 1868억원으로 구성됐다. 한화리츠는 지난해 11월 1200억원의 리파이낸싱을 했는데, 당시 조건은 고정금리가 5.67%(500억원), 변동금리는 ‘CD3개월 +1.60%’(600억원), ‘CD3개월 +1.95%’(100억원)였다.
이 밖에 SK그룹의 스폰서 리츠인 SK리츠는 올해 두 번의 공모채 발행에 성공하는 모습을 보였다. SK리츠는 지난달 13일 제4회 무보증 회사채(AA-) 1200억원(1년물, 1.5년물)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8920억원어치 주문을 접수하며 흥행했다. 이로 인해 총발행 금액은 2400억원으로 증액할 수 있었고 모든 트렌치에서 언더 금리로 발행에 성공했다.
다만 SK리츠의 경우 이자 부담의 극적인 경감보다는 리파이낸싱이 순조롭게 진행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결과로 풀이된다. SK리츠는 지난해 말 유상증자에서 600억원어치의 실권주가 나오면서 리파이낸싱에 대한 불안감이 확대됐었다. 그러나 올해 두 차례 공모채 발행에서 흥행하며 이 같은 우려를 낮춘 것이다.
이 같은 모습들이 스폰서 리츠들의 주가에도 반영될지 주목된다. 대다수 스폰서 리츠의 주가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삼성FN리츠는 전날 기준 5050원을 기록하며 간신히 공모가를 넘겼다. 한화리츠도 4890원을 기록해 공모가를 밑돌았다. SK리츠와 롯데리츠도 각각 4690원, 3350원으로 공모가에 못 미친다.
한 투자업계 전문가는 “스폰서 리츠는 그룹사가 보유한 우량 자산을 포트폴리오로 삼는다는 점에서 안정성과 성장성 두 마리 토끼를 잡을 것으로 기대됐던 섹터였다”며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가 현실화되는 등 관련 리츠들이 우호적인 환경에 놓인다면 다시금 시장 관심을 끌 수 있을 것으로 본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