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업계 유통 혁신···“고객경험 개선이 답”

현대차, 美서 아마존 플랫폼으로 신차 판매 추진 벤츠·BMW ‘직접판매’ 공들여···딜러 역할 조정이 관건

2024-06-23     최동훈 기자
S&P글로벌의 세계 신차(중형 트럭, 버스 제외) 판매 전망을 나타낸 표. 올해 신차 판매량이 전년(8640만대) 대비 1~3% 가량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 사진=홈페이지 캡처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신차 판매 경쟁에 대응해 판매방식 혁신을 통한 고객 경험 개선에 힘쓰고 있다.

23일 미국 금융 서비스 기업 S&P글로벌에 따르면, 올해 전세계 자동차 판매대수는 전년(8640만대) 대비 1~3% 가량 증가한 8650만~8900만대로 전망된다.

전세계 자동차 시장의 수요, 공급 패턴이 코로나19 창궐 이전과 같은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자동차 수요가 북미, 유럽에서 큰 변화를 보이지 않는 반면 중국에서 확대될 것으로 점쳐진다. 세계 시장에 걸쳐 전년 대비 신차 수요 증가세가 예상됨에 따라 기업간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S&P글로벌은 “업계를 괴롭혔던 공급 병목 현상이 해소됨에 따라 당초 예상보다 신차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며 “시장별 구조가 바뀌고 혁신적인 기업(disruptor)과 신규 진입 기업(new entrant)이 등장함에 따라 신차 가격에 관한 환경이 약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호세 무뇨스 현대자동차 사장(오른쪽)과 마티 말릭 아마존 글로벌 기업 비즈니스 개발 담당 부사장이 지난해 11월 16일(현지시간) 미국 LA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3 LA 오토쇼 현장에서 만나 파트너십을 발표한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사진=현대자동차

◇ GM, 코스트코 회원 대상으로 전기차 판촉 시도

완성차 업체들이 이 같은 시장 전망 속에서 최근 신차수요 창출, 시장 입지 강화를 위한 전략 중 하나로 차량 유통 채널 다각화를 시도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차량을 더욱 편리하고 안심하며 구매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전략이다.

현대자동차는 연내 미국에서 전자상거래 플랫폼 아마존(Amazon)을 통해 고객들에게 신차를 판매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아마존 플랫폼을 통해 미국 고객들이 시간,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신차를 구매하도록 돕고, 현지 딜러에게도 인지도 제고 효과를 안겨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코스트코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회원들을 대상으로 제공 중인 GM 쉐보레 신차 구매 혜택을 소개하고 있다. / 사진=홈페이지 캡처

미국 완성차 업체 제너럴모터스(GM)는 최근 현지에서 오프라인 판매경로를 공략 중이다. 내달 31일까지 GM 산하 브랜드 쉐보레의 블레이저EV, 이쿼녹스EV 등 전기차를 구매하는 코스트코 회원은 1000달러(약 140만원) 할인 혜택을 누릴 수 있다. GM은 전기차 판매 확대를 위해 전기차 잠재고객과 같은 성향을 공유하는 코스트코 고객을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지난 2021년 12월 이후 영국, 독일, 호주, 말레이시아 등지에 에이전시 모델(agency model)을 도입해왔다. 이는 벤츠가 고객의 신차 거래 계약 당사자가 되고, 딜러는 완성차 업체로부터 차량을 매입하지 않는 대신 고객의 신차 구매 과정을 대면 지원하는 방식이다. 벤츠는 이를 통해 신차 가격을 직접 통제하고 고객 신뢰도, 충성도를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BMW도 오는 2026년 유럽에서 벤츠와 유사한 판매방식인 직접 판매(direct sales)를 개시할 계획이다. 완성차 업체가 고객과 직접 신차 매매계약을 맺는 전략은 두 업체를 비롯해 많은 유럽 완성차 업체들이 속속 채택하는 중이다.

인천 영종도에 위치한 BMW 드라이빙센터 내 차량 전시 공간.(본문과 특별한 관련 없음) / 사진=박성수 기자

◇ 각국 딜러들 “수익 감소” 반발···안정적인 전환이 과제

하지만 그간 글로벌 완성차 시장에 고착된 딜러 판매 체제 때문에 새로운 판매 체계의 안착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벤츠는 호주 딜러사들과 에이전시 모델의 합법성 여부를 두고 소송을 치르고 있고, BMW는 당초 올해 개시하려던 직접 판매를 2년이나 늦췄다.

하지만 완성차 업체들은 갈수록 치열해지는 신차 판매 경쟁의 우위를 점하기 위해, 판매 혁신에 따르는 시행착오를 감수하는 중이다. 격화한 경쟁 구도 속에서 브랜드 경험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구매경험 혁신은 고객 충성도 강화, 반복 구매 유도, 입소문 유발을 촉발해 매출 신장으로 이어지고 영업·마케팅 비용 절감도 가능하다”며 “고객의 차량 구매 경험이 부정적이라면 완성차 업체가 현재 집중 투자하는 브랜드, 가격, 성능 등 요인들보다 더욱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