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 유사 상품 잇따라 출시···출혈경쟁 우려

파격 상품 선보이면 잇따라 유사 상품 출시 “무한경쟁 흐름 따른 승부수” 시각도

2024-06-21     김태영 기자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보험업계 유사 상품 출시가 이어지고 있다. 한 보험사가 파격 상품을 선보이면 다른 보험사도 유사 상품을 출시한다. 보험료 인하로도 이어져 출혈경쟁이 본격화됐단 분석도 나온다. 

업계 안팎에서  독창성 있는 상품 개발로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단평가가 나온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생명보험업계가 암보험과 종신보험을 연계한 암 종신 상품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 암 진단을 받으면 그동안 낸 보험료를 전부 돌려주는 페이백과 보험금 중도 인출, 납입면제, 사망보험금 체증 등 각종 기능까지 결합했다. 암 종신은 2021년 이후 자취를 감췄으나 단기납 종신보험의 인기가 사그라들자 대안으로 부상했다.

한화생명은 이달 암에 진단되면 보험료 전액을 돌려주고 사망보험금을 최대 4배까지 늘린 '암플러스 종신보험'을 선보였다.

이어 KDB생명은 암 진단 시 보험료를 돌려주는 한편 10년 시점 환급률 124%를 보장하는 '더블찬스 종신보험'을 출시했다.

여성 특화보험 시장도 유사한 상품 출시가 이어졌다. 지난해 7월 한화손해보험이 출시한 '시그니처 여성 건강보험 1.0' 이후 확산되는 추세다. NH농협·흥국·KDB생명을 비롯해 흥국화재·DB손해보험도 여성 전용 상품을 만들거나 여성 가입자 보험료를 대폭 할인했다. 

신한라이프는 최근 여성 생애주기를 고려한 '신한건강보장보험 ONE더우먼'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여성질환, 임신, 출산, 갱년기 질병 등을 보장한다. 요실금·골다공증 등 여성 다빈도 생활 질병으로 인한 입원·수술 외에도 ▲난임진단·치료(급여 인공수정·체외수정 치료 등) ▲조기폐경 진단 ▲급여 골밀도검사 지원 등을 맞춤형으로 설계할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난소기능 검사 할인 ▲난자동결 시술 우대 ▲이른둥이 방문간호 컨설팅 등 여성 특화 헬스케어 서비스도 제공한다. 

생명보험·손해보험 할 것 없이 병이 있는 사람도 가입할 수 있는 유병자보험도 잇따라 출시된다. 교보생명은 이달에만 유병자 대상 보험상품 2개를 출시했다. 이달 초 유병자 종신보장 건강보험인 '교보간편평생건강보험'에 이어 사망 보장과 함께 다양한 특약과 플랜 설계가 가능한 종합건강보험인 '교보간편마이플랜건강보험(무배당)'도 출시했다. 

한화손해보험은 지난달 'LIFEPLUS 3N5 간편건강보험(연만기갱신형)'을 선보였다. 입원·수술 병력고지 기간에 따라 6개 질문유형을 한 상품에 담아 중증유병자부터 경증유병자까지 모두 가입할 수 있는 간편건강보험이다.

이처럼 보험사들이 비슷한 상품을벤치마킹하고 일부 보험사들은 보험료까지 대폭 인하하면서 보험사 간 출혈경쟁이 펼쳐지고 잇다. 국내 보험시장이 포화상태에 접어들면서 현실적으로 활로를 찾기 위한 승부수란 관측도 나온다. 

업계는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 유사 상품을 따라하기보다는 창의적이고 독창성 있는 상품개발로 각사의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지적한다. '보험사 특허권'을 의미하는 배타적사용권 취득을 통해 각 사의 브랜딩에 나서야 한단 분석도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따라하기보다는 차별화한 특화 담보를 앞세운 전략이 중요하다"며 "지속적인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빠르게 변화하는 보장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보험상품의 연구·개발이 계속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