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 업비트 실명계좌 재연장 협상···IPO에 득과 실은
가상화폐 시장 활황에 업비트와 제휴 IPO 호재로 예상 관건은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자본시장법상 예탁금 이용료율 적용 업비트 이용료율 현재보다 10배 상승 가능성···케이뱅크 수익성 직격탄 IPO 과정서 기업가치 산정에 악영향 미칠 수도···케이뱅크 "현재 협의 중"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케이뱅크가 업비트와 실명계좌 계약 만료를 앞두고 재연장 협상이 진행 중인 가운데 기업공개(IPO) 과정에서의 이해득실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가상화폐 시장 활황에 업비트와 제휴가 득이 많은 것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일각에서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음달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되면 업비트에 지급해야 할 이용료율이 현재보다 10배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케이뱅크 수익성에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다. 결과적으로 IPO 과정에서 기업가치 산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와 업비트는 올해 하반기 실명계좌 계약 만료를 앞두고 재연장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양사는 제휴를 연장하기로 잠정 합의하고 세부적인 계약 조건 변경 등에 대해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케이뱅크는 2020년 6월 업비트와 손잡고 실명인증 가상계좌 서비스를 개시했다.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정금융정보법)에 따르면 가상화폐거래소는 반드시 은행으로부터 실명을 확인할 수 있는 입출금 계좌를 받아야 원화마켓을 운영할 수 있다. 케이뱅크 계좌를 개설해야만 업비트의 원화 입출금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업비트와의 실명계좌 제휴 서비스를 통해 케이뱅크는 고속 성장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신규 고객 수는 매달 증가했고 예치금 확대로 이어졌다. 케이뱅크의 1분기 말 고객은 1033만명으로 지난해 말보다 80만명이 늘었다. 2021년 2분기 이후 단일 분기로는 가장 많은 인원이 새로 케이뱅크의 고객이 됐다. 1분기 말 기준 케이뱅크 수신 잔액은 24조원으로 직전 분기 대비 26% 가량 증가했다. 경쟁사 토스뱅크(20%) 대비 높은 성장세다.
올해 1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둔 것도 올해 초부터 이어진 가상화폐 시장 거래 호황과 관련이 깊다. 케이뱅크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50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배 가까이 늘었다. 역대 1분기 중 최대 실적이다.
업비트 제휴 효과로 케이뱅크는 고객과 수신을 모두 확보할 수 있었고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IPO를 앞두고 있는 케이뱅크가 수익성을 최대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업비트와 실명계좌 제휴는 연장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꼭 그렇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 이유의 중심에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이 있다. 다음달부터 가상자산사업자는 예치금이용료 산정기준 및 지급절차를 마련하고 이용자에 예치금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예치금 관리기관인 은행은 가상자산 이용자 예치금을 고유재산과 구분해 자본시장법상 투자자예탁금처럼 운용해야 한다. 금융권에서는 은행이 가상화폐거래소에 지급할 이용료로 국내 증권사의 투자자예탁금 이용료율 중간값인 연 1% 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업비트는 케이뱅크로부터 0.1%의 이용료율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케이뱅크가 업비트에 지급한 이용료는 지난해 기준 39억4826억원이다.
케이뱅크의 지난해 말 기준 수신 잔고 19조676억원 중 업비트 예탁금은 3조9486억원으로 나타났다. 전체 수신 잔액 중 예치금 비중은 20.7% 수준이다.
가상화폐거래소 이용료율이 인상된다면 케이뱅크의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하다. 케이뱅크가 업비트에 내줄 이용료율이 0.1%에서 1%로 올라갈 경우 비용 부담은 10배가 늘어난다. 이를 기준으로 업비트 예치금(3조9486억원)에 대한 이용료를 단순 계산하면 4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당기순이익(128억원)의 3배를 상회하는 금액이다. 결과적으로 이용료 인상이 IPO 과정에서 실적 악화와 함께 악영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IPO를 앞두고 가상화폐 거래 시장 활황은 케이뱅크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게 했지만 예치금 이용료율 증가로 인해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며 "케이뱅크 입장에서는 업비트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를 낮추는 등의 고민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에 케이뱅크 관계자는 "업비트와 현재 협의 중이다"며 "아직 확실히 정해진 것이 없기 때문에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