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대책-69] “부부끼리 사는 게 행복해···출산 생각 없어”
경제 지원 뿐 아니라 육아 환경 바꿔야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대한민국이 위기를 맞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우리나라 출산율은 0.66명까지 감소했다. 이대로 가면 2750년에는 대한민국이란 나라가 세계지도에서 지워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아이가 태어나지 않는 나라 대한민국에서 다시 우렁찬 아이들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100명의 입을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되살릴 방법을 들어본다. [편집자 주]
‘무자식이 상팔자’라는 옛 말이 현 시대에도 다시 통용되고 있다. 신혼부부 10쌍 중 3쌍은 자녀가 없는 ‘딩크족’일 정도로 최근 무자녀 부부가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노동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 25~39세 청년층 기혼 가구 27.1%가 무자녀 부부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2013년 22.2%에서 9년만에 4.9%포인트 상승한 셈이다.
맞벌이 부부의 경우 무자녀 비중은 36.3%로 더 높게 나타났다.
결혼 8년차인 이민지 씨(39) 부부는 동갑내기로 작년 아이를 갖는 것을 완전히 포기했다. 결혼 후 이 씨 부부는 3년 동안은 아이를 갖지 않고 서로에게 집중하면서 삶을 즐기기로 합의했다. 3년이 지난 뒤에도 무자녀 생활에 만족하며 조금 더 둘만의 라이프를 만끽하기로 했으며, 이같은 시간이 길어지자 점점 더 아이에 대한 생각은 사라지게 됐다.
Q. 원래부터 아이를 가질 생각이 없었는가
“결혼 전부터 얼마 간은 아이를 갖지 않고 신혼 생활을 즐기기로 서로 이야기를 나눴다. 처음에는 기간을 3년으로 정하고, 이후에 다시 얘기를 해보자고 했다. 남편과 둘만의 시간이 재밌었기 때문에 3년이 지난 뒤에도 아이를 갖는 시기를 자연스레 더 늦추기로 했다. 사실 아이를 나중에 갖는 것보다는 당시 아이 생각이 없었다는게 더 맞는 말이다”
Q. 최근에 출산을 아예 포기하기로 결심했다고 했는데 이유는
“남편과 시간을 보내면서 가끔 아이에 대해 얘기를 나눌 때도 있었다. 그러나 둘 다 아이를 그렇게까지 좋아하지 않을뿐더러 아이를 낳게 되면 지금의 생활이 바뀔까봐 두려운 점도 있다. 나이를 먹으면서 출산 생각에 정자·난자 은행을 이용하기도 했지만 노산 걱정과 부부 모두 아이를 크게 원하지 않아 결국 딩크족으로 살기로 마음먹었다”
Q. 앞으로 자녀가 없을 것에 대한 불안감은 없는지
“주위에서 나이 들어서 자식이 없으면 쓸쓸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또한 나중에 늙어서 부양해줄 자식이 없으면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 하지만 지금 같은 시대에 아이를 낳는다고 과연 아이가 나중에 커서 나를 부양해줄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든다.
당장 우리 세대만 해도 부모님이 대학교까지 뒷바라지를 해줬고, 결혼 자금도 도와줘야 했다. 아마 지금 아이 세대가 나중에 크면 우리 세대 때보다도 더 오랜 기간, 더 많은 지원을 해줘야 할 것 같은데 노후 불안감보다 뒷바라지 걱정이 더 크다”
Q. 아이를 낳지 않은 것에 대해 경제적 이유는 없는지
“물론 경제적인 문제도 있다. 그나마 우리 부부는 남편은 대기업, 나는 공기업 다니고 있어서 평균 보다는 많은 연봉을 받고 있다. 지금 맞벌이 하면서 둘이 살기에는 넉넉한 삶을 살고 있다. 저녁에 집에서 맛있는 것을 먹거나 맛집을 찾아다니고, 캠핑을 하거나 해외여행을 다니는 등 부부만의 시간을 보내는데 돈을 쓰고 있다.
하지만 아이를 낳게 된다면 아마 지금과 같은 여유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주위에서 같이 여유롭게 취미생활을 즐겼던 친구 부부들도 육아를 시작하고 나선 시간적·경제적으로 빠듯해졌다는 하소연들이 늘어나고 있다. 영유아 시기에는 각종 유아 용품과 기저귀·분유값을,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면 학원비로 매달 수백만원씩 돈이 나가는 것을 보고 있자면 아이 생각이 사라지는게 현실이다”
Q. 정부 저출산 대책에 대해선 어떻게 보는지
“경제적 지원을 확대하는 것 뿐만 아니라 근본적으로 아이를 키우기 좋은 환경으로 만들어 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이를 낳으면 1억원을 준다고 해도, 아이 낳을 생각 없는 사람들이 아이를 갖지는 않는다.
왜 지금 사람들이 아이를 낳지 않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아예 없는 거 같다. 9to6 라고 해도 실제로는 아침 7시에 일어나서 출근 준비를 하고 8시 전에 집에서 나와 퇴근하고 집에 도착하면 저녁 7시가 된다. 이마저도 근무환경이 좋은 기업들에서나 가능한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맞벌이 부부들이 아이를 볼 시간이 대체 언제 있겠는가. 그렇다고 아이를 낳고 한명이 일을 관두게 되면 당장 맞벌이 부부 때보다 소득은 반으로 줄어들게 되는데 입은 하나 더 늘어난다.
육아 휴직 같은 경우도 최근 사용이 자유로워졌다고 하지만, 실상은 승진 경쟁에서 밀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섣불리 쓸려고 하는 사람이 없다.
얼마 전 저출산 대책이랍시고 괄약근에 힘을 줘 근육을 강화하는 춤을 추거나, 여학생 1년 조기 입학 같은 정책 뉴스를 남편과 함께 보면서 헛웃음만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