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시대-63] 일하고 육아도 하는 인니 워킹맘 ‘행복육아’ 비법

"가사도우미, 저렴한 가격으로 서비스 이용할 수 있어야" "최저임금제 차등 적용·정부 지원금 확대 필요해"

2024-06-10     정용석 기자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대한민국이 위기를 맞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우리나라 출산율은 0.66명까지 감소했다. 이대로 가면 2750년에는 대한민국이란 나라가 세계지도에서 지워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아이가 태어나지 않는 나라 대한민국에서 다시 우렁찬 아이들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100명의 입을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되살릴 방법을 들어본다. [편집자 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거주 중인 정인영(34·가명) 씨는 두 아이의 엄마다. 아이를 양육하는 데 있어 가장 큰 도움을 주는 건 현지인 가사도우미다. 가사도우미는 정 씨가 인도네시아 이민을 온 지난 2021년부터 첫째 아이를 맡았다. 지난해 정 씨는 둘째를 출산하고 가사도우미를 추가로 고용했다. 

정 씨는 두 아이를 기르는 엄마지만 매일 직장에 마음 놓고 출근한다. 최근엔 첫째 아이를 유치원에 데려다줄 운전기사도 한 명 뒀다.

정 씨는 “한국에서 워킹맘으로 지냈던 때를 생각하면 지금이 너무 행복하다”며 “한국서 맞벌이 부부 둘이서 일과 육아를 모두 해내는 건 쉽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인도네시아어로 ‘쁨반뚜(Pembantu)’라 불리는 가사도우미는 정 씨 집에 24시간 상주하며 육아와 가사를 담당한다. 인도네시아에 거주하는 한인들은 현지인 쁨반뚜를 잘 만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한다.

정 씨는 “가사도우미를 써보니 육아 부담을 줄이는 게 한국의 저출산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느꼈다”면서 “비용 문제만 해결된다면 한국에 돌아가도 가사도우미를 고용하고 싶다”고 했다.

지난해 합계출산율(가임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 수)이 0.72명이란 결과가 나온 이후 각종 저출산 대책이 쏟아지고 있다. 그중 하나가 서울시가 도입하는 필리핀 가사·육아 도우미 서비스다. 구인난이 심각한 돌봄 분야의 부족한 인력을 메우고, 가사와 육아 문제를 겪고 있는 가정에서 더욱 적은 부담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저렴한 가사도우미 서비스가 국내에 정착된다면 궁극적으로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육아가 행복하다”는 인니맘 정 씨의 의견을 들어봤다. 다음은 정 씨와의 일문일답.

정인영(34·가명) 씨 부부가 아이 둘을 데리고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내 식당에 식사를 하러 가고 있다. 가사도우미 A씨가 동행 중이다. /사진=시사저널e

Q. 가사도우미 고용 후 달라진 점은

“한 마디로 일과 가정의 양립이 가능해졌다. 한국에서도 육아휴직 제도를 이용할 수 있었지만 1년 만에 회사에 복귀해야 했다. 갓 돌이 지났다고 육아 부담이 줄어드는 게 아니다. 퇴근하면 이유식을 만들고 시도 때도 없이 우는 아이를 달래고, 한밤중에 깨어나 또 아이를 보고 나면 만신창이가 된다. 청소, 빨래부터 해서 집안일도 쌓여만 간다. 그러고선 다시 출근해야 한다.

이곳에 와선 일할 땐 일에 집중하고 집에 와선 온전히 아이를 보는 생활이 가능해졌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야근을 해도 ‘돌봄 공백’이 없다. 이곳의 가사도우미는 24시간 집에 상주하면서 아이를 본다. 가사 부담도 줄었다. 도우미 한 명은 첫째 아이가 유치원에 가 있을 동안 집안일을 한다. 나머지 한 명은 온전히 둘째 육아에 전념한다.

한국에서 아이 둘 엄마는 육아 스트레스에 시달리기에 십상이다. 여기선 그렇지 않다. 가사도우미가 아이를 볼 동안 취미, 교민단체 활동 등에 시간을 쓸 수 있다. 한국에선 아이 둘을 데리고 식당에 가서 밥을 먹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지만, 이곳에선 도우미들이 동석해 고용주가 식사를 마칠 때까지 아이와 놀아준다.”

Q. 가사도우미 채용은 어렵지 않았나

“일반적으로 부유한 가정에서만 상주 가사도우미를 고용하는 한국과 다르게 인도네시아는 일반 가정에서도 가사도우미를 두는 일이 흔하다. 그래서 아파트 설계 단계부터 가사도우미 방을 따로 만드는 경우가 많다. 직업소개소를 통해 가사도우미를 소개받는 경우가 많지만, 저는 이미 인도네시아에 정착한 친구의 도움을 받았다. 

가사도우미 시간당 임금은 지역최저임금(UMR)보다 낮은 수준이지만 상주 여부, 주택의 조건 등에 따라 달라진다. 일요일 하루를 제외하고 주 6일 상주하며 육아하는 도우미를 구했다. 한 달에 300만 루피아(약 30만원)를 준다. 도우미 두 명을 고용하는 데 60만원 정도 드는 셈이다.”

Q. 한국에 돌아가도 가사도우미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은가

“맞벌이 필수조건이라고 본다. 물론 비용 부담이 없단 전제에서다. 한국은 조선족 가사도우미 1명을 쓰는 데 300만원이 넘는 돈을 줘야 한다. 서울시에서 도입하는 필리핀 가사도우미 서비스도 200만원 이상을 줘야 하는데, 웬만한 가정에서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다. 지역만 다르고 같은 서비스를 누리는 데 5배가 넘는 비용을 내는 건 쉽지 않은 선택이다.”

Q. 한국에서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가 정착하기 위해선

“결국 비용 문제다. 한국에서도 아이돌보미를 고용해봤지만, 시간당 1만5000원 이상을 내면서 꾸준히 서비스를 이용하기 쉽지 않았다. 입주형은 월 350만원 선이 넘어가 고소득층이 아니면 엄두도 못 낸다.

서울시가 도입하는 필리핀 가사도우미 서비스도 지나치게 부담되는 가격이 책정돼 있다. 최저임금제가 문제라면 외국인에 대해선 최저임금제를 차등 적용하거나 정부 지원금을 확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가사도우미 월급을 100만원으로 책정해도 자국에서 받을 수 있는 임금의 몇 배 수준이다. 인도네시아 내 대졸자 사무직 초임이 500만 루피아(약 51만원)을 넘지 않는다. 대졸자의 두 배 수준을 임금으로 준다면 한국서 일할 사람은 넘쳐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