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상환수수료 폐지 추진하는 ‘거야’···은행권 “자금운용 리스크 확대 우려”

더불어민주당, 22대 국회 민생 법안으로 가계대출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추진 정책모기지 및 정책금융기관부터 단계적으로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은행권 “대출 취급에 따른 비용 회수 어려워져···만기 미스매치 우려도”

2024-05-31     김희진 기자
시중은행 대출 창구/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22대 국회가 개원하면서 중도상환수수료 폐지 논의가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중도상환수수료 면제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더불어민주당이 총선에서 171석을 차지하며 거대 야당으로 거듭나면서다.

31일 금융권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 첫 민생 법안으로 가계대출 중도상환수수료 면제를 추진할 계획이다. 금융소비자보호법 개정안을 통해 중도상환수수료 부담을 단계적으로 경감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중도상환수수료는 차주가 약정과 달리 만기가 도래하기 전 대출 원금과 이자를 모두 갚을 경우 은행에 지급해야 하는 일종의 위약금이다. 은행은 대출 만기를 고려해 자금 운용 계획을 세우는데 차주가 대출을 조기 상환할 경우 은행이 얻는 이자 수익이 줄어들고 자금 운용에 차질이 발생한다. 은행들은 중도 상환에 따른 손실 비용과 대출 관련 행정·모집 비용 등을 충당하기 위해 수수료를 부과한다.

현재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따르면 원칙적으로는 중도상환수수료 부과가 금지되고 있으나 소비자가 대출일로부터 3년 내 상환 시 예외적으로 부과할 수 있도록 운영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먼저 정책모기지 및 정책금융기관부터 선제적으로 중도상환수수료 면제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가계대출 중도상환수수료 면제를 단계적으로 확대 추진할 계획인 만큼 정책 금융상품 외에 일반 대출에도 중도상환수수료 면제가 적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은행권에서는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추진에 대해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만약 정책이 단계적으로 확대 시행되면서 가계대출에 대한 중도상환수수료가 전면 면제될 경우 은행들은 대출 취급에 따른 손실 발생 우려가 커지기 때문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대출을 실행할 때는 직원들의 임금이나 담보 평가에 들어가는 비용, 인지세 등의 제반 비용이 발생한다”며 “처음 약정과 달리 대출이 조기 상환되면 이런 비용을 회수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여기에 대한 수수료 적용이 필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중도상환수수료가 전면 면제된다면 대출을 취급하면서 오히려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또한 조기 상환으로 만기 미스매치가 발생해 자금 운용 리스크가 확대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역시 중도상환수수료를 지나치게 제약하는 것이 오히려 대출금리 상승 및 대출 접근성 하락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권흥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중도상환수수료 수준을 지나치게 낮추는 정책은 금융기관과 차주 간 효율적인 계약 체결을 저해함으로써 소비자 후생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론적으로는 중도상환 확률이 낮은 차주가 중도상환수수료를 부담하는 대신 비교적 낮은 대출금리를 누릴 수 있는데, 중도상환수수료 수준을 지나치게 제약할 경우 대출금리 상승이라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도상환수수료 수준을 일방적으로 낮추기보다는 중도상환수수료 체계의 다양성을 확대하는 정책이 소비자에게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