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1호 공시’ 키움증권, 4000억 RCPS 보통주 전환 성공할까
‘C학점’, ‘영향 없다’ 혹평에도 투자자 반응에 급락장 뚫고 주가는 역주행 주가 15만원 넘으면 2021년 7월 발행한 4000억 RCPS 보통주 전환 가능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국내 증시가 급락했지만 키움증권 주가는 상승했다. 전날 국내 상장사 최초로 기업가치 제고 계획(밸류업)을 공시한 영향으로 해석된다.
키움증권의 밸류업 공시 내용에 대해 기존 내용을 재탕했다는 비판이 나왔음에도 투자자들은 일단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셈이다.
키움증권이 밸류업 공시를 통해 목표로 제시한 주가 부양에 성공한다면 지난 2021년 7월 키움증권이 발행한 4000억원 규모의 상환전환우선주(RCPS)도 보통주로 전환될 수 있어 주목된다. RCPS가 보통주로 전환되면 키움증권으로서는 원금상환 부담이 없어지기에 재무적 여력이 한층 확대될 수 있다.
◇ ‘졸속 공시’ 비판에도 주가 반응은 ‘긍정적’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키움증권 주가는 전날 대비 2.94%(3700원) 상승한 12만9500원에 장을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가 삼성전자 노조 파업 소식 등으로 전날 대비 1.72% 급락한 점을 고려하면 키움증권 주가 상승세는 더욱 돋보였다는 평가다.
이날 키움증권 주가 상승은 전날 회사가 공시한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계획에 투자자들이 반응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 등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상장사가 자율적으로 기업가치를 높일 방안을 공시하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는데 본 밸류업 계획을 공시한 상장사는 키움증권이 최초였다.
전날 키움증권의 밸류업 공시는 3개년 중기 목표로 별도 재무제표 기준 ▲자기자본이익률(ROE) 15%, ▲당기순이익 기준 주주환원율 30%,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이상을 달성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구체적으로 ▲초대형IB 인가 ▲연금사업 진출 ▲글로벌 비즈니스 확대 ▲ 분기별 실적발표 당일 콘퍼런스콜 정례화 ▲ 해외 투자자 기업설명회(IR) 강화 등의 내용도 적시했다.
하지만 이를 놓고 지난 3월 13일 공정공시한 ‘중장기 기업가치제고 방안’의 내용과 달라진 바 없는 졸속 공시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역시 이날 키움증권의 밸류업 공시에 대해 ‘C학점’이라는 논평을 발표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회사의 제고계획은 디테일이 많이 부족하고 깊이 고민한 흔적도 없어 보인다”며 “정부 밸류업 가이드라인의 핵심인 주주자본비용(Cost of equity)과 총주주수익률(Total shareholder return, TSR) 등 빠진 것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또한 “총자산이익률(ROA)를 저해하는 저수익 자산 내용을 밝히고 이의 개선 내지 처리 방안을 밝히는 한편 지난 3월 예고한 임직원 성과보수 체계를 자기자본이익률(ROE)과 연계하는 방안을 구체화하고 실천하라”고 덧붙였다.
정민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증권업 고유의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금융업은 물론 상장사 최초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구체화했다는 점에서 자본시장 이벤트 내 의의를 갖는 사례로 판단한다”며 “이번 밸류업 계획 공시는 지난 공시를 구체화했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주가의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 4000억 RCPS 보통주 전환 가능할까
다른 증권사와 달리 키움증권은 주가 부양에 성공하면 재무적으로 직접적인 혜택을 받는 증권사로 꼽힌다. 키움증권이 지난 2021년 7월 발행한 RCPS가 보통주로 전환될 수 있기 때문이다.
RCPS는 약속한 기간이 되면 발행회사에서 투자금을 상환받거나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동시에 붙은 우선주다. 통상 RCPS는 부채로 분류되지만 키움증권 RCPS처럼 상환권이 발행사에 있으면 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키움증권은 지난 2021년 7월 종투사 진출을 위한 자기자본 3조원 확충을 위해 총 4400억원 규모의 RCPS를 발행했다. 4400억원 규모의 RCPS는 400억원(3차)과 4000억원(4차)으로 쪼개 발행됐다.
3차 RCPS는 2026년 7월 30일부터 보통주로 전환 청구할 수 있어 현재로서는 보통주 전환이 불가능하다. 전환가액 역시 24만667원으로 현재 주가의 2배 수준에 달한다.
반면 4차 RCPS는 2022년 6월말부터 보통주로 전환 청구가 가능해진 상태다. 전환가액도 15만417원으로 비교적 가시권에 있다. 향후 키움증권 주가 상승세가 지속되며 주가가 전환가액을 넘어선다면 4차 RCPS는 전환사채(CB)처럼 보통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이날 종가 기준 키움증권의 시가총액은 3조 3057억원으로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73배 수준이다. 키움증권이 목표로 제시한 PBR 1배 이상을 실제로 달성한다면 키움증권 주가는 17만7000원 정도 된다. 4000억원 규모의 4차 RCPS 전환가액을 훌쩍 넘어서는 셈이다.
앞서 키움증권이 지난 2017년과 2018년에 각각 발행했던 147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와 3552억원 규모의 RCPS도 지난 2020~2021년에 주가 급등 시기에 보통주로 전환됐다.
RCPS가 보통주로 전환되면 키움증권으로서는 원금 상환 부담이 사라진다. 키움증권은 3차와 4차 RCPS를 발행하면서 2026년 이후부터 우선주 배당에 가산금리가 이전보다 높아지는 스텝업 조항을 삽입했다. 사실상 2026년말까지 RCPS의 보통주 전환이나 원금상환을 약속하고 발행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