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자의 메디컬나우] 의대 증원 판결한 ‘구회근’ 판사 논란

구 판사, 작년 6월 대기발령 실장의 순천고 1년 선배···복지부 일각, 판결 전 노심초사  대법관 후보 올라 의협 회장도 의혹 제기···의료계 집행정지 신청에 16일 각하와 기각 판결 

2024-05-18     이상구 의약전문기자
그래픽=시사저널e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의대 증원 집행정지 신청 항고심에서 각하와 기각 판결을 내렸던 구회근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에 대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의료계는 대법관 후보에 오른 구회근 판사가 회유를 받았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또 보건복지부 일각은 구 판사가 지난해 대기발령을 받았던 전 실장의 고등학교 1년 선배라는 점 때문에 주목하기도 했다. 

18일 복지부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7부가 지난 16일 그동안 논란이 지속됐던 의대 증원 집행정지 항고심에서 각하와 기각 판결을 내린 것과 관련, 다양한 뒷 이야기가 나왔다. 이중 특히 주목 받은 내용은 이번 판결을 주도한 구회근 행정7부 부장판사와 관련된 것이다. 

알려진 대로 구회근 부장판사는 전남 광양 출신이다. 1996년 수원지방법원 판사로 첫 임용된 그는 대전지방법원과 광주고등법원 순천지원 등을 거쳐 2019년 2월부터 서울고법 부장판사로 재직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1심 법원이 ‘국가면제 법리’를 이유로 소송을 각하한 판단을 뒤집는 판결을 주도하는 등 소신 판사로 알려졌다. 당시에는 서울고법 민사 33부에 소속됐었다. 

이같은 경력을 보유한 구 부장판사의 경우 이번 판결을 앞두고 순천고 졸업 사실이 눈길을 끌었다. 공교롭게 지난해 6월 4일 저녁 8시 경 갑작스럽게 대기발령을 받았던 전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 A씨의 순천고 1년 선배다. 당시 평일도 아닌 일요일 그것도 저녁 8시를 전후로 대기발령을 받은 경우는 복지부 고위직에서는 드문 사례로 파악됐다. A씨는 결국 몇 달 뒤 조용히 공무원 옷을 벗었다.

하지만 그가 대기발령을 받았던 사유는 현재까지 공개되지 않았다. 복지부 안팎에서는 의대 증원과 관련된 것이라는 추정만 돌았다. 익명을 요청한 관가 관계자 B씨는 “구 부장판사가 주도하는 서울고법 행정7부 판결 선고를 앞두고 복지부 주변에서는 집행정지 신청이 인용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았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구 부장판사 출신 고교가 알려지면서 판결 결과에 대해 노심초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1968년생인 구 부장판사는 1987년 순천고를 졸업한 후 연대 법학과에 입학한 87학번이다. 사법시험 32회 출신인 그는 사법연수원을 22기로 수료했다. 반면 1970년생인 A씨는 서울대 영문과 88학번이다. 구 부장판사와 A씨 친분관계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다. 의대 증원은 지난해부터 대통령실과 복지부가 주도적으로 이끌었던 핵심 정책이다. 지난 16일 선고 이전 구 부장판사 판결은 정책의 추진 또는 불발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최대 변수로 꼽혔다. 

더욱 공교로운 것은 현재 구 부장판사가 대법관 후보라는 점이다. 대법원이 오는 8월 1일 퇴임하는 민유숙·김선수·이동원 대법관 뒤를 이을 후보로 최근 홈페이지에 명단을 공개한 55명에 구 부장판사가 포함된 것이다. 대법원은 오는 27일까지 관련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이어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제청 인원 3배수 이상 후보자를 추천한 후 대법원장이 3명을 선정, 윤석열 대통령에게 제청하는 절차를 밟게 된다.

이와 관련, 의료계는 구 부장판사의 이번 판결과 대법관 후보의 상관관계에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은 전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구 부장판사를 겨냥, “대법관에 대한 (승진)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생각이 있다”라며 회유설을 제기했다. 임 회장은 회유설 근거로 “(항고심 재판장인) 구회근 판사가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에 갈 수 있는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적 의견이 아니다. 의대 교수들 집단 지성에서 ‘이 분이 어느 정도 본인 이익을 찾으려는 부분이 있지 않았을까’ 그런 의견들이 상당수 있다”고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이같은 임 회장 문제 제기에 대해 서울고법은 대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서울고법 관계자 C씨는 “(임 회장 발언에 대해) 입장을 낼 계획이 없다”고 확인했다.

이처럼 지난해 6월 고교 후배가 복지부에서 실장으로 근무하다 대기발령을 받았던 점과 현재 대법관 후보라는 점이 공교롭게 겹치며 복지부와 의료계에서 그에 대한 관심이 적지 않은 상황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청한 복지부 유관기관 관계자 D씨는 “우연하게 두 가지 사안이 겹쳤을 뿐 구 부장판사가 법관으로서 양심과 소신에 따라 판결했다고 본다”며 “다른 법원의 유사한 집행정지 신청 사건에 비해 구 판사가 정부에 자료를 요청하는 등 심리에 최선을 다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언급했다.

현재 대법원이 공개한 구 부장판사 인적사항에는 경력은 물론 재산과 병역, 가족관계 등이 투명하게 나와 있다. 관가 관계자 E씨는 “구 부장판사는 합리적 판결을 내렸다고 판단된다”며 “의대 증원 등 의료 개혁은 지속적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