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진료 이용 급증, 법제화 영향은···정부 “최근 상황 반영해 입법 추진”
시범사업 시행 1년 국회 간담회···“정책 목표 모호, 논의 겉돌아” “포괄등재방식 전환 필요” 진단···조명희 의원, 조만간 법안 발의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시행 1년을 맞은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이 정책 목표가 모호해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지기 어렵단 지적이 나왔다. 진료지침 마련에 있어 일부 제한이 필요한 부분 외엔 광범위하게 허용하는 포괄등재방식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단 지적이다. 보건복지부는 이용자 증가 등 최근 비대면진료 상황을 감안한 정부안을 마련해 차기 국회에서 법제화에 나서겠단 방침을 제시했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비대면진료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한시적으로 전면 허용했다가 지난해 6월 시범사업 형태로 전환, 계도기간을 거쳐 지난해 12월 수정안이 나왔다. 올해 2월엔 의료대란으로 정부가 보건의료 위기 단계를 심각 단계로 상향하면서 비대면진료도 확대 허용했다.
이에 비대면 진료 이용자가 크게 늘어나면서 제도 손질 움직임도 활발해지는 모양새다. 원격의료산업협회가 집계한 굿닥, 나만의닥터, 닥터나우, 솔닥 등 비대면진료 플랫폼 4곳의 지난달 진료 요청 건수 합계는 15만5599건으로 규제 완화 전인 지난해 11월 진료요청건수 2만3638건보다 6.5배 가량 늘어났다.
차기 국회 개원을 앞두고 법제화 필요성도 제기되는 가운데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의약계와 법조계, 소비자, 정부, 산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현황점검 및 개선 방향 논의 좌담회가 열렸다.
정부는 최근 비대면진료 상황을 반영해 법제화에 나서겠단 방침을 내놨다. 박준영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서기관은 “현재 비대면진료가 전면 시행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지난해 12월 보안방안 내용을 중심으로 추진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3월 중간점검 결과 (지난해 12월 보다) 약 20% 정도 이용량이 증가했는데 이게 어떤 의미인지는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며 “시범사업과 보안내용 효과, 접근법, 향후 개선방안 등을 다각도로 분석, 종합해 향후 법제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에 대해선 궁극적 목표가 불확실해 제도 안착에 악영향을 준단 지적이 나왔다. 김은정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지금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이 사업의 편리성을 강조하려는건지 안전성을 강조하려는 보수적 모델인지 약간 혼재돼 있다”며 “사업의 궁극적 목표가 뭔지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여러 이해관계자 얘기를 듣다보니 변화가 굉장히 많았다. 사업의 궁극적 목표를 명확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른바 포괄등재제도 도입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현재 비대면진료 시범사어은 관련 진료사례 조건을 모두 살펴보고 기준에 적절하다 판단한 경우만 비대면진료를 허용하는 선별등재방식이다. 그런데 각 기준마다 이해관계자 의견차가 첨예해 합의를 이루며 시범사업을 진행하긴 어려운게 현실이다.
이에 중증질환, 마약성진통제 필요 질환, 심각한 외상 등 비대면진료가 불가능한 상황을 제외하곤 광범위하게 허용하고, 여기에 맞는 비대면진료 표준진료지침을 확보하는 포괄등재제도가 바람직하단 지적이다.
김 조사관은 “현행 시범사업은 선별등재방식인데 포괄등재제도로 바꿔 일단 모두 허용하되 비대면진료를 해선 절대 안 되는 것들을 빼내는 방법으로 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박 서기관은 “환자의 의료 접근성, 안전성, 의료진의 진료 권한 모두 제도를 설계하고 추진하는데 중요한 기준”이라고 언급했다.
현재 나온 비대면진료 관련 법안들이 국민 건강권을 위협하거나 법리적 하자가 보이지 않는단분석도 나왔다. 왕성한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비대면 진료의 쟁점은 허용 의료 행위와 대상 의료기관, 대상 환자, 의사의 책임 등인데 현재 법안들은 이 부분에 있어 굉장히 보수적으로 잡혔다”며 “법과 제도가 현실을 따라가 주는게 맞다. 계속 발목잡는 형태로 가게되면 기술 발달과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의사 업무량이 많고 환자가 붐비는 상급종합병원에서 비대면진료가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단 의견도 있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암병원장을 맡고 있는 조재용 연세대 의대 교수는 “암진단을 받으면 사망할 때 까지 병원에 너무 자주와야 해 삶의 질이 떨어지고, 가족들도 일상생활에 지장을 많이준다. 1, 2차기관과 협력해 비대면 진료를 활용한다면 좀 더 선진화된 진료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
좌담회를 주최한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은 축사를 통해 “기술진보, 플랫폼서비스 진화, 익숙해진 비대면문화에 힘입어 비대면진료는 놀라운 속도로 성장했고, 이젠 감염병 사태나 보건위기와 관계없이 우리 일상을 편리하게 만드는 중요한 인프라로 정착했다”며 “이제 우리의료체계의 한 축으로 받아들일 때가 됐다”고 말했다.
조 의원 측 관계자는 “조만간 비대면진료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발의에 필요한 의원수는 확보한 상태”라며 “다음주 중 보건복지위원회가 열릴 예정인데 다른 비대면진료 법안 들과 함께 원포인트 입법 가능성이 열려있다. 이번에 입법이 이뤄지지 못하더라도 차기 국회에서 논의할 때 발의할 법안이 참고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