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불황 견디고 M&A까지···한화오션 “MRO·해양플랜트, 양날개 육성”

그룹 차원 지원·조선업 호황기 도래···지난해 현금 곳간 전년比 68% 늘어 설비·유지·보수(MRO), 해양 플랜트 사업 방점 찍어 되살아난 M&A 본능···호주 조선·방산업체 '오스탈' 인수 의사 드러내

2024-05-16     정용석 기자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전경. / 사진=한화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한화오션이 10여년의 긴 불황을 견뎌내고 본격적인 사업영역 확장에 나섰다. 적극적인 인수합병(M&A) 전략을 통해 한화오션을 에너지·조선·해운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조선 융복합 기업으로 키워낸다는 복안이다. 

한화오션은 최근 해양플랜트 사업 확장을 위해 싱가포르 해양 부유물 설계·제작 업체를 인수하는가 하면 특수선 설비·유지·보수(MRO) 사업 확장을 위해 해외 조선소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흑자전환에 발판이 된 상선 사업과 더불어 미래 성장분야인 해양 및 특수선 사업 부문에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 오스탈 인수전 참여···14년만 M&A 시장 진출

16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연초부터 호주 최대 조선·방산업체 ‘오스탈(Austal)’ 인수를 추진 중이다. 거래 규모는 약 900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한화오션이 미국 함정 MRO 시장 진출을 위한 본격적인 움직임에 나선 것이다. 

한화오션의 이 같은 행보는 내년 상선 시장이 다소 축소될 것이란 시장 전망에 대비, 미래 사업영역 확장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MRO는 한 번 일감을 따내면 수십년간 수요가 꾸준해 안정적인 사업 구조를 꾸릴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미국 해군 함정 MRO 사업 시장 규모는 연간 약 20조원에 달해 시장 규모 또한 세계 최대다. 

향후 함정 건조로 사업 영역을 넓힐 가능성도 존재한다. 한화가 오스탈을 인수할 경우 미국 함정 사업까지 노릴 여건이 마련된다.

미국 해군 MRO사업을 따내기 위해선 현지 조선소 운영이 전제조건으로 작용한다. 미국은 1차 세계대전 직후인 1920년 제정한 ‘존스법’에서 미국 내 건조 선박만 미국 내 운항을 허용한다. 해외 건조 함정은 안보, 자국 조선업 보호 등을 이유로 금지하고 있다.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 그룹 지원·살아난 업황, 실탄 확보해 M&A 속도 낸다

한화오션이 본격적인 M&A 시장에 뛰어든 건 14년 만이다. 한화그룹에 인수되기 전 대우조선해양 때가 마지막이다.

조선업이 불황기로 접어들기 전인 2000년대 후반기엔 한화오션도 사업 확장을 위한 M&A 의지가 컸다. 지난 2009년 미국 풍력발전 업체 드윈드를 5000만달러(약 673억원)에 인수하는가 하면, 다음 해엔 약 200억원을 들여 삼우정공으로부터 선박 블록·조선기자재 업체인 삼우중공업을 인수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필두로 방산 부문 성과에 날개를 단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한화오션을 통해 김승연 회장의 ‘M&A 본능’을 깨우고 있다. 조선업 침체기가 시작되면서 끊긴 옛 대우조선해양의 M&A 명맥은 한화그룹이 한화오션을 인수하면서 다시 살아나는 모양새다. 

그룹 차원의 대규모 자금 지원책에 따라 실탄도 확보됐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5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이 한화오션을 인수하면서 2조원을 납입했다. 같은 해 11월 한화오션은 주주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1조4970억원을 수혈받았다.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223%까지 낮아지면서 재무건전성이 개선됐고, 현금 곳간도 풍부해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한화오션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조8787억원으로 전년(1조1126억원) 대비 68% 증가했다.

오스탈이 건조한 순찰정 Hull 528. / 사진=오스탈

◇ 해외 해양플랜트 설계 업체 지분 인수···MRO 이어 해양 부문 힘준다

한화오션은 지분 인수, M&A를 통해 해양 및 특수선 사업 경쟁력 강화에 방점을 찍은 모양새다. 지난해 전체 매출 중 상선이 차지하는 비중은 73%. 해양 및 특수선은 25%인데, 상선 외 포트폴리오에 힘을 주면서 그 비중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에는 사업구조 개편과 지분 인수를 통한 해양플랜트 사업 강화에 나섰다. ㈜한화의 풍력과 플랜트 사업을 양수받은 데 이어 싱가포르 조선사 케펠이 보유하던 다이나맥 지분 21.5%를 약 910억원에 인수하면서다. 다이나맥은 지난 1990년 설립된 싱가포르 상장사로, 해양플랜트 상부구조물을 전문적으로 설계·제조한다. 

한화오션은 글로벌 해양플랜트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서 생산 능력 확대·설계 역량 확보를 통해 향후 수주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 리서치는 지난해 글로벌 해양플랜트 사업에 투자된 금액은 총 1705억 달러(약 230조원)다. 최근 10년간 해양 프로젝트에 투자된 연간 규모 중 가장 큰 규모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다이나맥홀딩스는 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설비(FPSO),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저장하역설비(FLNG) 등 핵심 제품들에 대한 제조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부유식 해양플랜트 수요가 증가하는 글로벌 시장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자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