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야 누나야 강변 사자’···압구정 신고가 행진 배경은 한강뷰 알박기

동일평형 중 저렴한 집 놔두고 비싼 한강뷰 집 거래 투자금 막대한 대형 평형일수록 과감한 배팅 두드러져

2024-05-16     노경은 기자
한강변에 위치한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전경. 재건축을 추진 중인 해당 지역은 공사비 급등, 미분양 우려 등 주택시장 침체기에도 불구하고 연일 신고가 행진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국내 초고가 주택이 연일 놀라운 거래가에 손바뀜되고 있다. 건설사들은 미분양 우려에 올해 1분기 분양 목표의 30%를 채 달성하지 못하는 등 대부분 주택시장이 얼어붙은 속에서도 서울 한강변만큼은 신고가 기록 등 이례적인 이상고온 현상을 보이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그 배경으로 한강변 효과를 꼽고 있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재건축을 추진 중인 서울 강남구 압구정 특별계획구역에서는 지난 2주간 총 7건의 거래가 발생했다. 하루 걸러 한 번 꼴로 거래가 일어난 것이다. 거래가 다수 발생한 것도 의미있지만 눈길을 끄는 것은 거래가다. 두 달 새 10억 원 가까이 오른 값에 거래가 나타날 정도로 연일 신고가 행진을 펼치고 있다.

업계에서는 그 이유로 한강변 사수를 위한 거래가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압구정 내에서도 입지 및 거래가에서 가장 우위를 차지하는 압구정3구역의 경우, 제자리 재건축이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다시 말해 지금 소유한 동이 한강변이면 재건축 후 신축 단지에서도 동호수 추첨 시 한강변 1열 동을 배정받는 것이다.

현 조합 집행부는 지난달 인근 공인중개업소를 상대로 연 설명회에서 2031년 입주, 입주 후 평당 3억원 실현과 함께 현재 입지를 반영한 제자리 재건축을 공언했다. 이 같은 사실이 세간에 알려지기 전후로 유난히 한강변 신고가의 거래가 발생했다. 3구역의 압구정 현대7차 전용 245㎡는 지난달 115억원에 거래됐는데, 시장에서는 대지지분이 큰 만큼 한강뷰 사수가 가능한 펜트하우스 확보를 위한 거래로 해석하고 있다.

또한 비슷한 시기인 지난달 현대 1차에서 강변 가장 앞 로얄동 로얄층인 12동 13층이 동일평형 신고가인 89억원에 손바뀜되기도 했다. 직전 거래가인 80억 대비 두 달새 9억원이 훌쩍 뛴 것이다.

한편 대장 격인 3구역이 제자리 재건축을 추진하자 무작위 동호수 추첨 방식을 택한 2구역조차도 거래가가 수억원이 더 높음에도 한강변 로얄동, 로얄층 위주의 매물 위주로 거래되는 특이한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같은 평형이면 저렴한 가격 위주로 거래되던 이전 시장과는 정 반대의 모습인 것이다.

일례로 이달에는 압구정2구역인 신현대 전용면적 182㎡는 75억원 신고가에 거래됐다. 불과 한 달 사이에 실거래가가 1억원 가까이 높아진 값인데, 이곳은 113동 고층으로 강변 인접동이라는 특징이 있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압구정에서는 최근 투자자들이 불확실성이 적은 물건에 과감히 배팅하는 추세가 두드러진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그는 “특히 막대한 투자금이 필요한 대형 평형일수록 이와 같은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그러다보니 타 지역과 달리 신고가 행진도 이어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