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대책-51] “맞벌이·외벌이 다 해봤지만 육아 어려워”

외벌이로는 대출금·육아비용 감당 못해 맞벌이 하니 직장·육아 스트레스 이중고

2024-05-22     박성수 기자
저출산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대한민국이 위기를 맞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우리나라 출산율은 0.66명까지 감소했다. 이대로 가면 2750년에는 대한민국이란 나라가 세계지도에서 지워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아이가 태어나지 않는 나라 대한민국에서 다시 우렁찬 아이들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100명의 입을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되살릴 방법을 들어본다. [편집자 주]

국내 30대 기혼 부부 중 상당수는 맞벌이를 하고 있다. 그러다 아이를 갖게 되면 고민이 시작된다. 육아를 하려면 부모 중 한명이 일을 관둬야 하지만 외벌이로는 육아 비용을 감당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 그렇다고 맞벌이를 하자니 직장과 육아 스트레스가 이중으로 겹치는 데다 육아 도우미 비용도 만만치 않다.

결혼 7년차인 김상진씨(가명·35세)는 지난해 둘째를 가졌다. 첫째 때는 아내가 일을 잠시 그만두면서 외벌이로 키웠지만, 육아 비용과 아파트 대출 상환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으로 둘째부터는 아내도 직장에 나가 맞벌이를 하고 있다.

김상진씨는 “맞벌이와 외벌이 둘 다 해봤지만 어느 것이 더 낫다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막막한 현실”이라며 “최선과 차선 중 하나를 선택하는게 아니라 최악과 차악 중 하나를 선택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Q. 현재 육아는 어떻게 하고 있나

“첫째가 지금 6살이고 작년에 둘째를 낳았다. 첫째가 너무 예쁘기도 했고, 아이들에게 최고의 선물은 형제를 갖게 해주는 것이라는 말에 공감해 둘째도 갖기로 결심했다. 첫째 때는 누구나 그렇듯 아이를 키우는 게 처음인지라 자신이 없어 우선 아내가 잠깐 일을 쉬더라도 육아에 전념하기로 했다. 육아 초보였기 때문에 요령도 없었고, 밤에 깨는 아이를 보면서 잠도 제대로 못 자 직장까지 피로가 이어지기 일쑤였다. 저녁에 퇴근해도 애를 봐야 하기 때문에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날이 없었다. 나중에는 평일에 아내가 육아에 전념하고, 주말에는 내가 육아에 집중하기로 분담하면서 그나마 상황이 나아졌다. 첫째 때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둘째 때는 육아가 좀 더 쉬울 것이라고 생각하고 맞벌이를 하기로 했다.”

Q. 아이를 키우면서 느낀 어려움은 무엇인가

“경제 문제가 제일 크다. 둘째 때는 육아 비용 뿐 아니라 집 대출 비용도 갚아야 하는 상황이라 외벌이로는 답이 없다고 판단했다. 당장 매달 집 대출금만 200만원 내야 하는데 첫째 육아비에 둘째까지 더해서는 내 월급만으로 택도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아내도 같이 맞벌이를 하고 있는데, 애를 봐줄 사람이 없기 때문에 결국 육아 도우미를 고용해야 했다. 아침부터 퇴근 전까지 아이를 돌봐주는데 월 250만원 가까이 비용이 나간다. 여기에 만일 야근이나 직장 회식 등이 겹치면 추가 비용도 내야 하기 때문에 이것도 만만치 않게 부담이 크다. 사실상 맞벌이를 해도 와이프가 번 돈 대부분이 육아 도우미 비용으로 나가는 셈이다.

비용 문제로 처부모님에게 육아를 부탁한 적도 있지만, 눈치가 보여 이것도 어렵다. 그렇다고 일을 그만두기에는 경력 단절이 길어져 재취업이 어렵기 때문에 일을 계속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Q.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인데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는지

“한국은 아이를 키우기 힘든 사회라고 생각한다. 가장 큰 걸림돌은 집값이다. 현재 직장인들의 연봉 수준을 생각하면 부모님 도움 없이는 수도권 내 집을 장만하기가 어렵다. 전세가 됐든 자가가 됐든 수억원이 필요한데 30대 직장인들 대부분 모아 놓은 돈이 부족하다. 우리 집은 그나마 부모님의 경제적인 지원이 있었고, 아내와 나 둘 다 평균 이상 연봉을 받고 있지만 생활이 넉넉하지 않다. 주위에 친구들을 보면 정말 빠듯하게 사는 사람들이 많다. 당장 나 살기도 바쁘고 여유가 없는데 애를 가질 생각을 하지 않는다.

김상진 씨는 지난해 둘째를 낳아 육아에 전념하고 있다. / 사진=김씨 제공

직장 육아 휴직에 대한 인식 개선도 아직 갈 길이 멀다. 이제는 남성들도 육아 휴직을 쓸 수 있지만 아직까지도 회사 내부적으로 이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대놓고 불이익을 주진 않지만, 육아 휴직 후 다른 부서로 발령 난다던지 뒷말이 나오는 등 마음 편히 육아 휴직을 낼 수 없는 분위기가 아직도 팽배하다.

또래 친구들과 만나면 항상 하는 말이 지금 애 낳아서 대학 보내려면 정년까지 버텨야 한다는 것인데, 정작 본인들 노후에 대해서는 준비해놓은 것들이 없다. 정년까지도 대출금을 갚고 있어야 하며, 그렇다고 노후를 국민연금에 기대하자니 고갈 소리만 주구장창 나온다. 이처럼 미래가 불확실한데 아이까지 낳자니 다들 부담이 큰 것이다.”

Q. 출산 장려를 위해 필요한 제도는 무엇인가

“정부 지원이 대폭적으로 확대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녀 수당을 늘려주고 소득 조건 없는 대출 혜택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육아 도우미를 정부 차원에서 고용해 지원하고, 자녀 출산 집 장기 임대 혜택 등이 필요하다.

특히 정부 차원에서 육아 관련 규제 강화도 필요하다고 본다. 정부에서 산후조리원 비용을 지원하기로 했지만, 조리원에서 지원금만큼 가격을 올려버리면서 사실상 부모들 입장에선 차이가 없다. 또 아이 용품이라고 하면 가격이 말도 안 되게 비싼 것들이 많은데 정부가 나서서 물가 안정화를 해줘야 한다.

최근 아이를 낳으면 1억원을 지원해준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바꿔 말하면 아이를 키울 때 1억원 갖고는 택도 없다는 말과 같다. 1억원이 아이를 키우는데 충분한 돈이면 다들 아이를 낳겠다고 하겠지만, 언론이나 주변 분위기를 보면 턱없이 부족하다는 의견들이 많다. 빡빡한 살림에 ‘1억원을 주면 아이를 낳을까 생각해 보겠다’이지, ‘1억원을 주면 아이를 낳겠다’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