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슈퍼카 배팅”···큰 그림 그리는 조현범 한국타이어 회장
전기차 시대 맞아 새 판짜기 돌입···전기차용 타이어 개발 및 한온시스템 인수 슈퍼카 시장 진출도 준비중···포르쉐 이어 람보르기니·페라리도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이하 한국타이어) 회장이 최근 전기자동차 관련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전기차 시대를 맞아 완성차 판도가 뒤바뀌고 있는 가운데, 한국타이어도 이에 발맞춰 새 판짜기에 들어간다는 전략이다.
또한 고성능차 브랜드 차량에 대한 공급을 확대하면서 브랜드 이미지 향상도 준비 중인 상황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타이어는 세계 최초로 풀라인업 전기차 전용 타이어 브랜드 ‘아이온’을 출시한 이후 전세계 시장에서 판매 중이다. 아이온은 16인치부터 22인치까지 202개 규격으로 판매 중이며, 지난 3월에는 글로벌 시험인증기관 티유브이슈드(TÜV SÜD) 비교 테스트에서 글로벌 경쟁 브랜드 3개로 구성된 비교군 평균치 대비 최대 25% 우수한 성능을 기록했다.
조현범 한국타이어 회장은 전기차 시장이 다가오는 것에 대비해 선제적 연구개발(R&D) 투자와 전기차 전용 타이어 개발 등을 진행했다. 전기차의 경우 내연기관 대비 빠른 초반 가속력과 무거운 차체 중량, 저소음 등으로 타이어 마모도, 정숙성, 내구도 등이 중요해 차별화된 제품 성능이 필수적이다.
앞서 지난 2021년부터 전기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전기차용 타이어 확대에 따른 수익 개선도 이뤄졌다.
올해 한국타이어는 전기차용 타이어를 비롯한 고수익 제품 확대에 힘입어 1분기 영업이익 3987억원을 달성하며 전년대비 108.8% 실적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타이어는 올해 전기차용 타이어 공급 비중을 작년 25%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현재 한국타이어는 테슬라 ‘모델Y’, ‘모델3’, 포르쉐 ‘타이칸’, 현대차 ‘아이오닉 6’, 아우디 ‘e-트론 GT’, ‘Q4 e-트론’ BMW ‘i4’, 폭스바겐 ‘ID.4’ 등 글로벌 인기 전기차에 신차용 타이어를 공급하고 있다.
이와 함께 조 회장은 최근 한온시스템을 인수하면서 전기차 시대 게임 체인저로서 도약을 준비 중이다. 앞서 한국앤컴퍼니그룹은 지난 2014년 한온시스템 지분 19.49%를 1조800억원에 인수한 바 있으며, 이번 추가 지분 인수까지 포함하면 한온시스템 인수를 위해 총 약 2조8000억원을 투입한다.
조 회장은 2014년 한온시스템 최초 지분 인수 당시 전동화 시대를 대비해 타이어 및 자동차용 열관리 시스템을 결합한 차세대 비즈니스 모델을 구상했다.
한온시스템은 업계 최상위 전기차 열관리 시스템 기술을 갖추고 있으며, 전세계 전기차 브랜드와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실내외 온도에 따라 주행 가능 거리에 큰 영향을 받는 전기차 배터리 성능을 효율적으로 관리해 주는 열 관리 시스템을 비롯한 전동 컴프레서, 냉매·냉각수 통합 모듈 등의 분야에서 선두 기업으로 꼽힌다. 작년 기준 매출은 약 10조원에 달하며, 이번 인수를 통해 한국앤컴퍼니 그룹은 오는 2030년 매출 30조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 람보르기니·페라리 슈퍼카 브랜드도 문 두드려
조 회장은 전기차 뿐 아니라, 슈퍼카 시장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 현재 한국타이어는 전세계 유명 자동차 대부분 브랜드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슈퍼카 브랜드와는 연이 없는 상황이다. 일부 슈퍼카 레이싱 대회에선 타이어를 제공하고 있으나, 판매하는 신차용에는 아직 공급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포르쉐 브랜드의 경우 파나메라, 카이엔, 718 박스터, 마칸, 타이칸 등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지만 다른 슈퍼카 브랜드에는 아직 제품을 납품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조 대표는 향후 기술 개발을 통해 슈퍼카 브랜드로 공급을 확대하면서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노리겠다는 전략이다. 슈퍼카의 경우 고속주행, 급제동, 급가속 등 타이어 성능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에, 슈퍼카 브랜드에 제품을 공급하는 것만으로도 전세계적으로 브랜드 이미지 향상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는 단순 브랜드 이미지 제고는 물론 판매량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현대차를 비롯한 많은 완성차 브랜드들이 일반 트림에는 한국타이어 제품을 사용하지만, 상위 트림에는 미쉐린, 콘티넨탈 등 다른 브랜드 제품을 적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아직까지 소비자들이 한국타이어보다 해외 브랜드 제품을 한 단계 위로 보는 경향이 강해서다.
즉, 한국타이어가 슈퍼카 브랜드에 본격적으로 제품을 납품하게 되면 일반 브랜드 상위 트림 차량에도 공급이 확대되면서 판매량으로도 직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맞춰 한국타이어는 연구개발 조직 내에서 슈퍼카 브랜드용 기술 개발을 별도로 진행 중이며, 추후 람보르기니, 페라리, 부가티와 같은 브랜드에 공급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슈퍼카 분야 진출을 목표로 오랜 기간 동안 연구개발, 자원 투입, 실차 테스트 등의 노력을 이어오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슈퍼카 브랜드와의 파트너십을 체결하기 위해서는 동급 이상의 고성능 차량에 타이어를 장착해 실차 테스트를 진행하고 데이터를 수집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라며 “이를 위해 슈퍼카 브랜드 차량을 연구용으로 확보해 선제적으로 타이어 테스트를 진행하는 등 신제품 연구개발에 아낌없이 자원을 투자하며 고성능 차량에 특화된 타이어 기술력 확보에 매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