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비율 30~65%" 홍콩 ELS 분조위 결과 나왔다···자율배상 속도 붙을 듯

5대 시중은행 대표 분쟁사례 1개씩 선정 분쟁조정 기준안에 근거해 배상비율 결정 기본 30~40%에 가감···최대 65% 배상해야 2019년 DLF 보다 최고 배상비율 낮아져···자율배상 속도 가속화 전망

2024-05-14     김태영 기자
지난 3월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 앞에서 홍콩지수ELS피해자모임 회원들이 '대국민 금융사기 규탄 집회'를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금융감독원은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가입자들에 대한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를 개최하고 분쟁조정 신청자 5명의 배상 비율을 최저 30%에서 최고 65%로 결정했다. 배상비율이 최대 80%였던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때보다 낮아진 배상 가이드라인이 결정되면서 판매 은행들의 자율배상 절차에도 속도가 날 것으로 전망된다.

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분쟁조정위원회는 전일 오후 2시 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은행 등 시중은행 5곳에서 판매한 ELS 대표사례 1건씩을 회부해 이 같이 결정했다. 회부된 5건은 금융감독원이 지난 3월에 발표한 분쟁조정기준안에 따라 5개 시중은행의 분쟁 사안 중 대표사례로 선정된 사례들이다.

분조위는 금융소비자가 금융기관을 상대로 제기하는 분쟁조정 기구다. 양측의 분쟁이 소송까지 이어지지 않도록 합의를 유도한다. 금융소비자와 은행이 분조위 결정을 수락하면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을 갖는다.

분조위는 부의된 5개 사례에 대해 금융감독원의 홍콩 ELS 검사결과와 민원조사 결과 등을 토대로 모두 은행의 불완전판매를 판단했다. 5대 은행별 대표 사례 모두에서 설명의무 위반이 있었다고 결론내렸다. ELS 판매 과정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기간 등이 포함된 과거 20년 간의 투자손실률을 알리지 않고 10년이나 15년으로 설정해 해당 기간의 손실위험만 안내함으로써 투자상품 판매 시 설명해야 하는 투자위험이 누락·왜곡됐다는 지적이다.

또한 개별 사례에서는 판매직원이 투자권유 단계에서 투자성향분석을 형식적으로 진행하는 등 가입자의 객관적 상황에 비춰 적합하지 않은 상품을 권유하는 '적합성 원칙 위반'도 확인됐다. 아울러 일부 사안에서는 판매직원이 신탁통장 표지에 확정금리를 제공하는 안전한 상품이라고 오인하게 할 소지가 있는 내용을 기재하는 등 '부당권유 금지 위반'도 있었다고 판단했다.

분조위는 5개 은행별로 모든 투자자에게 적용되는 설명의무 위반사항(20%)과 개별 사례에서 확인된 적합성 원칙 및 부당권유 금지 위반사항을 종합해 기본배상비율을 산정했다. 여기에 민원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각 사안별로 ELS 분쟁조정기준에서 제시한 '예적금 가입목적', '금융취약계층 해당 여부' 등 가산 요인과 'ELS 투자경험', '매입·수익규모' 등 차감 요인을 구체적으로 적용해 최종 배상비율을 30~65%로 산정했다.

분조위 결과 NH농협은행의 배상비율이 65%로 가장 높았다. 이어 KB국민은행(60%), 신한은행(55%), SC제일은행(55%)이 뒤를 이었다. 하나은행의 배상비율은 30%로 가장 낮았다.

판매사별 배상 비율 차이를 가른 것은 기본배상비율이다. NH농협은행의 경우 기본배상비율만 40%에 달한다. 기본배상비율 결정하는 적합성 원칙과 설명의무를 위반하고 부당권유를 했다는 판단이다. 여기에 NH농협은행은 ▲내부통제 부실(10%포인트) ▲고령자 판매(5%포인트) ▲모니터링콜 부실(5%포인트) 등으로 배상비율이 20%포인트 가산됐다.

사안별로 보면 70대 고령자가 투자성향 분석 시 직원이 알려주는 대로 답변하게 유도하고 통장 겉면에 확정금리로 오인할 수 있는 내용을 기재한 신한은행 사례의 경우 적합성 원칙, 부당권유 금지를 추가로 위반해 기본배상비율이 40%로 정해졌다. 여기에 대면가입(10%p), 만 65세 이상 고령자(5%포인트), 서류상 가입인 성명·서명 누락(5%포인트), 녹취제도 운영 미흡(5%포인트) 등 가산 요인과 과거 주가연계신탁(ELT)에서 지연상황 경험(5%포인트), 특정금전신탁 매입규모 5천만원 초과(5%포인트) 등 차감 요인을 합쳐 최종 배상비율이 55%로 결정됐다.

지난 2019년 해외금리연계 DLF 당시 투자경험이 없고 난청인 79세 치매환자에 대한 분조위의 배상비율이 80%까지 나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보다는 배상비율이 낮아지면서 시중은행들도 빠르게 결과를 수용하고 자율배상 절차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분쟁조정 결과는 신청인과 판매사가 조정안을 제시받은 날로부터 20일 이내에 수락하면 성립된다. 나머지 조정 대상에 대해서는 분쟁조정기준안에 따라 자율조정 방식으로 처리된다. 조정 결과에 만족하지 못한 투자자들은 조정안을 수락하지 않고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이번 분조위 결정을 통해 각 은행별·판매기간별 기본배상비율이 명확하게 공개됨에 따라 금융소비자와의 자율조정이 보다 원활하게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은행과 금융소비자 간의 자율조정이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