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값·방산으로 '쌍끌이'···2분기 기대하는 풍산

구가 가격 폭등에 제련업체 풍산 실적 상승 기대감 1분기 주춤했던 방위부문, 2분기 매출 2배 노려

2024-05-08     정용석 기자
풍산이 제조한 압연제품. /사진=풍산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구리 가격이 급등하면서 구리 제련 업체인 풍산이 반사 이익을 얻을 것으로 관측된다. 회사가 영위하는 신동(구리가공)부문 외에도 방위부문 역시 수출 호황기를 맞으면서 올해 2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8일 런던금속거래소(LME)에 따르면 지난주 구리 선물 3개월물 가격은 1톤(t)당 장중 1만31.50달러를 기록하며 2022년 4월 이후 처음으로 1만달러를 넘어섰다.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전력 사용량이 크게 증가하면서 구리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게다가 라니냐 등 이상기후 현상에 대한 우려로 천연가스, 난방유 등 수요가 강해질 것이란 예측이 나오면서 구리 가격을 자극하고 있다.

증권업계는 구리 가격 오름세가 본격화된 만큼 구리 제련 업체인 풍산의 실적이 증가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백재승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말 구리 광산업체들의 정광 생산량 감축 및 올해 구리 제련수수료 하락으로 인한 중국 구리 제련업체들의 감산 합의 등에 기반해 구리 가격의 견고한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은 풍산 실적에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풍산은 크게 신동과 방위부문을 영위하고 있는데, 이 중 신동부문의 수익성이 커질 것이란 분석이다. 신동 부문은 구리나 구리 합금을 가공해 제품을 만든다. 통상 구리 가격이 오르면 구리를 가공한 신동 제품 판매가가 덩달아 오른다. 

시장은 구리 가격 상승세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른 신동제품 판가 상승 효과는 올 2분기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 측은 올 2분기 산동부문 매출 전망치를 1분기(5407억원) 대비 12.8% 오른 6101억원으로 잡았다. 

풍산은 새로운 사업보다 기존 사업에서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능력을 확대, 수출 시장을 다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풍산 관계자는 “올해 1분기에는 내수 수요산업의 업황 회복세가 더뎠지만, 수출 확대 정책으로 판매량이 전 분기 대비 소폭 올랐다”면서 “구리 가격 강세가 이어지고 있어 ‘상저하고’의 사업환경이 전망된다”고 했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방산부문은 올 1분기 잠시 주춤했다. 1분기 매출은 1743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54%나 감소했다. 방산부문은 소구경에서부터 대구경까지 각종 군용 탄약 생산과 스포츠용 탄약, 추진화약 및 탄약 부분품, 정밀 단조품 등을 생산 중이다.

매출 비중도 크게 줄었다. 풍산의 신동부문과 방위부문 매출은 그간 70:30 비율을 보여왔으나, 1분기엔 방위부문 비중이 25% 미만으로 떨어졌다. 

다만 2분기부턴 우호적인 사업 여건이 조성될 것으로 풍산은 기대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회사가 펴낸 실적 기업설명회 자료를 살펴보면, 풍산은 올해 2분기 방산부문에서 3418억의 매출을 올려 전 분기 대비 2배가량의 성장세를 보일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신동과 방산 부문의 매출 비중은 2:1 수준이 돼 방산부문의 역할이 커지게 된다.

방산부문은 지난해 목표로 삼았던 매출 1조원 돌파는 실패했으나 4년 연속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로 글로벌 탄약 수요가 지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전망돼 올해는 목표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방산부문 실적 꾸준히 성장하면서 구리 가격 등락에 따라 변동하는 신동부문의 실적 리스크를 개선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생산시설도 확충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며 풍산은 155mm 포탄을 최대 가동률로 생산하고 있다. 여기에 약 680억원을 들여 포탄 생산능력을 확대하겠단 계획이다. 풍산 관계자는 “추가 설비 증설안을 지속 검토 중”이라며 “현 공장에서 설비만 추가할지 새로운 공장을 신설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했다.

최근 증권가는 우호적인 대내외 환경 덕에 풍산이 2분기 최대 실적을 거둘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목표주가를 줄줄이 상향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풍산의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3.3% 오른 1조2000억원, 영업이익은 131% 늘어난 1245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회사 측이 제시한 2분기 목표인 매출 9519억원, 세전이익 1100억원보다 높게 평가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