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라인 매각, 사업전략 따라 결정”

매출·영업익, 전망치 상회 최수연, 일본 정부 압박에 “정부와 협력 중”

2024-05-03     김용수 기자
최수연 네이버 대표 / 사진 = 네이버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네이버가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 기업 공세에도 올해 1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서치플랫폼, 콘텐츠 등 전 사업부문이 고르게 성장한 결과다. 지난해 공개한 거대언어모델(LLM) '하이퍼클로바X'의 본격적인 매출 실현도 호실적에 힘을 보탰다.

다만 네이버의 글로벌 사업 전망은 어둡다. 일본 정부의 압박으로 네이버가 라인 경영권을 소프트뱅크에 넘길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정부 당국과 긴밀히 협력 중이다. 말할 수 있는 사항이 많지 않다”면서도 “매출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3일 네이버는 연결기준 지난 1분기 매출 2조5261억원, 영업이익 4393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대비 각각 10.8%, 32.9% 늘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시장 전망치인 2조4960억원과 영업이익 3896억원을 웃돌았다.

◇ 생성형AI 매출 본격화···“올해 전 서비스 고도화 집중”

호실적은 전 사업 부문이 고르게 성장한 결과다. 서치플랫폼은 검색광고 개선, 성과형 광고 호조세 및 신규 광고주 발굴에 힘입어 전년 동기 대비 6.3% 증가했고, 커머스는 도착보장 및 브랜드솔루션 신규 매출 발생과 크림의 성장, SODA 편입 영향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1% 늘었다.

특히 중국 이커머스 기업들이 국내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음에도 커머스 사업에 미치는 영향은 적었던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는 이들이 네이버의 주요 광고주이기도 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이날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최근 한국 시장에 적극 진출하고 있는 중국의 크로스보더 플랫폼사들은 국내 선두 플랫폼과 마찬가지로 네이버의 주요 광고주다. 경쟁자가 아닌 파트너로 성장 중”이라며 “지금도 다양한 국내외 이커머스 플랫폼이 네이버 생태계 안에서 광고, 판매 및 브랜드 마케팅을 진행 중이다. 네이버는 이용자와 판매자, 그리고 파트너와 함께 성장하는 시장의 동반자로서 국내 온라인 생태계를 확대하며 선도해나간다는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클라우드 매출도 LLM 하이퍼클로바X의 본격적인 매출 실현으로 전년 대비 25.5% 성장했다. 네이버는 올해 하이퍼클로바X를 네이버 서비스 전반에 적용 및 고도화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최 대표는 “작년부터 지속해온 하이퍼클로바X를 활용한 생태계 확장을 위해 뉴로클라우드나 클로바스튜디오와 같은 기업 맞춤형 유료 서비스 제공에 집중해나가면서, 네이버웹툰 등 네이버 서비스 전반에 생성형 AI 관련 기술을 고도화해 반영할 것”이라며 “이 부분이 집중이 잘 되면 광고 부분에서도 기존에 보기 어려웠던 효율과 체류시간 증대 등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미지 = 라인

◇ 日 라인 논란에 “매출 영향 있을 것”

1분기 호실적을 거뒀지만, 네이버의 글로벌 사업은 적신호가 켜진 상황이다. 일본 정부의 압박으로 네이버의 라인 경영권이 일본에 넘어갈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앞서 일본 총무성은 지난 3월 5일과 지난달 16일 두 차례에 걸쳐 통신의 비밀보호 및 사이버 보안 확보를 위한 행정지도를 했다. 라인야후에 ‘네이버와 자본 관계 재검토’를 포함한 경영 체제 개선을 요구한 것이 골자다. 지난해 11월 네이버클라우드가 사이버 공격으로 인해 악성코드에 감염돼 일부 내부 시스템을 공유하던 라인야후에서 개인정보 유출이 발생한 것을 문제삼은 것이다.

라인야후는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설립한 합작법인 A홀딩스가 약 6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소프트뱅크와 네이버는 A홀딩스에 50%씩 출자하고 있다. 양사가 라인야후의 실질적인 모회사다. 소프트뱅크가 네이버로부터 A홀딩스 주식을 인수해 독자적인 대주주가 되면 네이버는 라인의 경영권을 잃게 된다.

라인은 일본 월이용자수(MAU)가 9600만명에 달하는 일본 국민 메신저다. 라인은 대만과 태국, 인도네시아 등에서도 대규모 사용자 기반을 유지하면서 핀테크, 이커머스, 블록체인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 왔다. 이 상황에서 네이버가 A홀딩스 지분을 매각할 경우 일본뿐 아니라 동남아시아 사업까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최 대표는 “자본지배력을 줄이라고 요구하는 지시 자체가 이례적이지만, 이를 따를지 말지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 중장기적인 사업 전략에 기반해 내부 검토 중”이라며 “아직 입장이 정리되지 않아 정리되는 시점에 명확히 말하겠다. 이와 관련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정부 당국과 긴밀히 협의 중. 많은 대응에 도움을 주고 있는 정부에도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소프트뱅크 및 라인야후와의 향후 사업 협력 방향에 대해서는 “라인야후와는 네이버가 기술적 파트너로 역할을 해왔지만, 아직 긴밀한 사업 협력이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며 “향후 방향성이 확정된 것은 없지만, 기술 파트너로서 제공했던 인프라는 별도 분리해 자체 구축하는 것으로 방향이 나왔기 때문에 인프라 매출 변화 정도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 외 현재로서 말할 수 있는 사항이 많지 않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