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려드는 IPO기업들···한국거래소 상장심사 최대 10개월째 '먹통'

상장예비심사 청구 급증에 지난해 7월부터 72건 여전히 심사 中 규정상 45영업일 내 결론 내야 하지만 29건은 심사기한 못 지켜 한국거래소 월별 최대 처리 건수는 17건···정체 현상 심화 불가피

2024-05-03     이승용 기자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기업공개(IPO)에 나선 기업들의 상장 적합성 여부를 결정하는 한국거래소 상장심사가 역대급 정체를 겪고 있다.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공모주 열풍으로 IPO에 나서는 기업들이 급증하면서 한국거래소가 소화할 수 있는 물량을 넘어서는 상장 신청이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파두 사태 이후 상장심사가 한층 엄격해진 것이 배경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 본부의 상장심사 인력이 수요에 비해 부족하다는 지적도 그치지 않고 있다.

◇ 쏟아지는 IPO기업들···72건 심사 대기중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기준 한국거래소가 아직 결론을 내지 못한 상장예비심사 청구건수는 총 72건에 달한다.

가장 오래된 심사청구는 지난해 7월 27일 SK증권제8호스팩과 스팩합병으로 코스닥에 상장하겠다고 신청한 노브메타파마다. 무려 10개월 동안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8월말 유진스팩8호와 스팩합병으로 상장하겠다며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한 케이엑스인텍 역시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유라클, 엔지노믹스, 아이빔테크놀로지 등도 지난해 9월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으나 아직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한국거래소 규정상 상장예비심사 청구로부터 45영업일 이내에 심사 결과가 나와야 한다. 이날 기준으로 한국거래소는 2월말까지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한 기업들에 대해 결론을 내야 한다.

하지만 밀려드는 상장예비심사 청구에 한국거래소 상장심사 부서는 과부하가 걸린 상태다. 72건의 미처리 청구 가운데 규정인 45영업일을 지키지 못한 청구 건수는 무려 29건에 달한다.

IPO건별로 자세히 살펴보면 정체현상은 한층 심각하다. 그나마 상장예비심사를 조기 통과한 기업들은 대부분 신규상장하는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들이다. 스팩은 대부분 상장예비심사 신청 한 달 이후 심사승인을 받고 있다.

이외 기업분할에 따른 재상장, 혹은 코스닥에서 유가증권시장으로의 이전상장 기업들 역시 비교적 상장예비심사 처리 속도가 상대적으로 빠른 편이다.

반면, 코스닥에 신규상장하려는 기업들의 심사기한은 계속 늘어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IPO최대어인 HD현대마린솔루션만은 특혜를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13일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는데 올해 2월 19일 상장심사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정체 심화 불가피···코스닥 심사 과부하

일각에서는 지난해 10월 불거진 파두 사태 이후로 한국거래소의 상장심사가 한층 까다로워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지난해 8월 기술특례로 상장한 시큐레터마저 8개월 만에 감사의견 거절로 거래가 정지됐고 상장폐지 위기에 몰렸다. 

이러한 사건들로 한국거래소가 기술특례 상장기업에 대해 상장심사 문턱을 높였다는 시선도 적지 않다.

하지만 한국거래소의 월별 상장예비심사 청구건수와 심사처리 완료 추이를 보면 질적 문제가 아니라 양적 문제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지난 1년 동안 한국거래소는 통상 한 달간 적게는 6건에서 많게는 17건 정도의 상장심사를 처리하고 있다.

하지만 공모주 열풍이 장기화되면서 한국거래소가 소화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는 상장예비심사 청구가 몰려들고 있다.

상장예비심사 청구건수보다 처리 건수가 더 많아야지 누적된 정체현상을 해소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1년 동안 이러한 달은 단 4달에 불과하다. 12달 중 8달은 상장예비심사 청구 건수가 처리 건수보다 훨씬 더 많았다.

앞으로 정체현상이 더 심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에는 무려 33건의 상장예비심사가 청구됐다. 이달 들어서도 첫 영업일인 2일 하루에만 무려 4건의 상장예비심사 청구가 들어온 상태다.

일각에서는 한국거래소의 인력배치 문제도 과부하의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유가증권시장 본부와 코스닥 본부가 각각 상장심사를 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IPO는 대부분 유가증권시장이 아닌 코스닥에 상장하려는 기업들이다.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코스닥 상장은 기술특례 상장 기업들이 많아서 투자자 보호차원에서 유가증권시장 대비 상장심사가 길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