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봄 사과·배 냉해無, 생육 양호”···고물가 주범 과일값 안정 ‘기대’
지난달 사과·배 가격 통계작성 이후 최대 상승···작년 작황 부진 주요인 “올봄 이상저온 없어 과수 개화도 순탄”···“작년보다 수확량 증가” 관측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지난해 작황 부진으로 사과·배 등 과일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올해 생산량은 다소 나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부 조사결과 개화기를 지난 주요 과수들이 별다른 문제 없이 생육이 양호한 것으로 파악됐다. 병충해 관리와 태풍 등 기상여건이 남은 변수란 분석이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3.94(2020년 100기준)로 전년 동월 대비 3.1% 올랐다. 특히, 농산물은 20.5% 오르며 두 달째 20%대 상승률을 기록, 전체 물가 상승을 이끌었다. 농산물 물가상승 주요인으로는 사과, 배 등 과일값 폭등이 꼽힌다. 사과가 88.2%, 배는 87.8% 오르며 각각 통계작성 이후 최대 상승폭을 경신했다. 사과와 배의 대체 과일로 꼽히는 귤도 68.4% 상승했다.
과일값 상승은 지난해 작황 부진에 기인한단 분석이다. 지난해 꽃눈 발아 등 과수 생육이 시작되는 3월에 이상 고온으로 꽃이 평년(4월11일~4월27일)보다 2~15일 빠른 3월29일~4월23일에 개화했는데, 이후 3월말 저온, 4월말 서리 등으로 인해 꽃눈 고사, 결실 불량 등 저온 피해가 발생했다. 이는 생산량 감소로 이어졌다. 농산물재해보험 데이터 분석 결과 지난해 봄철 서리 피해로 사과와 배의 착과 수량은 전년 대비 각각 16.5%, 31.8% 감소했다.
정부는 예산투입, 출하물량 조절, 대체과일 권장 등의 방법으로 과일값 안정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근본 해결책인 수급 불안이 여전한 상황이다. 이에 올해 작황이 주목되는 가운데 이날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사과, 배, 복숭아 등 주요 과수가 현재까지 저온 피해 없이 생육이 양호하다고 발표했다.
올해 3월 평균기온은 7.2도로 평년(6.5도)보다 다소 높았으나 9.7도를 기록한 지난해보단 낮았고, 개화기간은 지역별로 평년보다 2~14일 빠르나 지난해보단 4일 빠르거나 8일 늦은 것으로 분석됐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올해는 현재까지 작년과 같은 갑작스런 이상 저온이나 서리가 발생하지 않았다”며 “향후 다음달 초순까지 급격한 기온 하락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과는 현재 꽃이 활짝 피는 시기이며 전국적으로 순조롭게 개화가 진행되고 있다. 박연순 한국사과연합회 사무국장은 “올해 생육 및 개화는 평년과 같이 양호한 수준”이라며 “앞으로 기상 상황이 좋다면 사과 생산에 큰 차질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일부 농가에선 개화량이 평년보다 다소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기상여건 악화에 따른 꽃눈 분화 불량이 원인으로 추정된다. 다만, 국내 재배 사과나무 대부분은 1그루 당 300~500개 꽃눈이 생기며, 사과재배 농가는 상품성 향상을 위해 100~150개 내외의 과실만 남기는 점을 감안할 때 큰 문제가 아니란 진단이다.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농가들이 적화(알맞은 양의 착과를 위해 꽃을 따내는 것)와 적과(알맞은 양의 과실만 남기고 따내버리는 것)를 통해 결실량을 조절해 생산에 차질이 없도록 지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배는 이달 4일 전후부터 꽃이 피기 시작해 현재는 안정적 결실을 위한 인공수분이 완료됐고, 정상적으로 착과가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작황이 좋지 않았던 복숭아도 이달초부터 개화가 정상적으로 이뤄졌고 현재는 적화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고 정부는 파악했다.
현재까지 과일 생육이 양호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향후 기상 상황이 받쳐준다면 올해 작황은 지난해보다 다소 나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형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아직 병충해와 여름장마, 장마 전 고온현상, 태풍 등 기상여건이 남아있다. 사과는 7월, 복숭아는 6월, 배는 8월부터 나오기 시작하는데 7월 출하 물품의 경우 고온이나 장마 전에 나오기에 어느정도 가늠할 순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수준이면 작년보단 수확량이 많지 않을까 생각된다”며 “다만, 중간에 어떤 변수가 생길지는 모르기에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농식품부는 이날 과수생육관리협의체 점검회의를 열고 최근 잦은 강우가 과수 생육에 미칠 영향 등을 점검했다. 또 병해충 등 위험요소에 대비해 방제약제 살포 적기 알림, 농가 현장지도 강화 방안 등을 논의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생육시기별 위험요인을 선제적으로 점검, 관리해 나갈 계획”이라며 “기후변화에 대응해 과일 생산 기반을 안정적으로 갖추기 위한 대책도 차질없이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