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촌주공, 울며 겨자먹기로 ‘도시형 캠퍼스 찬성’ 택했다
투표 참여자 3500여명 중 80% 이상이 도시형 캠퍼스 찬성 2개월 만 여론 뒤집어져···유휴 학교부지의 공공공지 변경 차단 차원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입주가 반년 앞으로 다가온 1만2000세대 규모 둔촌주공 재건축(올림픽파크 포레온)이 학교건립과 관련해 최선 대신 차선을 택하게 됐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추진해 온 분교 형태의 도시형 캠퍼스를 지으면 집값이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에 수개월 간 건립을 반대했는데, 자칫 서울시에 다른 용도로 학교용지를 빼앗길 게 우려돼 울며 겨자먹기로 도시형캠퍼스 건립에 동의한 것이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은 이달 12일까지 조합원 상대로 도시형캠퍼스 설립여부에 대한 전체 조합원 찬반투표를 진행했다. 그 결과 투표 참여 인원은 총 3589명 가운데 80% 이상에 해당하는 2901명이 도시형캠퍼스 건립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조합은 곧바로 교육청에 도시형캠퍼스 설립을 추진해주도록 요청한다는 방침이다.
불과 두 달 전만 하더라도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원들은 도시형 캠퍼스 건립을 반대했다. 국내 최대규모 초대형 아파트 단지에 굳이 한 번도 존재하지 않았던 분교 형태의 학교설립이 마땅찮아서다. 도시형 캠퍼스란 지난해 10월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폐교 및 과밀학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차원에서 내놓은 대안책이다. 현재 학교를 설립하려면 일정 학급 설립과 학생인원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 하지만, 도시형 캠퍼스는 정규학교 설립 요건인 학생 수를 충족하지 않더라도 유연하게 지을 수 있는 일종의 분교 형태의 학교다.
조합원들은 대신 보통의 중학교를 신설하거나 사업장 인근에 위치한 한산중학교의 이전건립을 주장해왔다. 하지만 이는 인근에서 재학 중인 학부모 등 주민의 반대에 부딪혀 쉽지 않았다.
이러한 와중에 지난달 중순 정비사업계획의 최종결정권을 가진 서울시의 ‘서울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 개정안’이 발효됐다. 이에 따라 둔촌주공과 같이 재건축 유휴 학교용지를 갖고있는 14개 사업장에 대해 시는 주민설명회, 지방의회 의견청취 등의 절차를 생략하고도 서울시장이 직권으로 곧장 유휴 학교부지를 공공부지로 변경할 수 있게 됐다. 조합원들은 분교 형태의 학교가 싫지만 더 이상 한산중학교 이전만 고수할 시간적 여유가 없게 됐다. 자칫하다가는 학교부지를 공공을 위한 다른 용도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조합원들은 학교부지 존치와 중학교 유치를 위해선 도시형 캠퍼스 건립이라는 선택지를 택할 수 밖에 없게 됐다. 조합은 빠른 시일내에 도시형 캠퍼스를 설립해줄 것을 촉구하고 아울러 학교용지의 공공공지 변경을 강력히 반대하는 탄원서를 보낼 예정이다.
조합 측은 “중학교 신설은 중앙정부의 예산을 반영하기 때문에 투자심사 통과가 어렵지만 도시형 캠퍼스의 경우 서울시 교육청에서 자체예산으로 학교 건축비를 부담하기 때문에 교육부 중앙투자심사의 통과가 용이하다”고 설명했다. 조합과 교육청의 협의를 통해 단지 내 학교용지에 도시형 캠퍼스 건립이 최종 확정되면 둔촌주공은 조희연표 도시형 캠퍼스 1호 사업장이 된다.
한편, 올림픽파크 포레온은 재건축 후 가장 큰 단일 규모 아파트로 이름을 올리는 동시에 사상 처음으로 단일 단지에 1만가구 이상이 입주하는 아파트가 된다. 이 단지는 지하철 5호선(마천지선) 둔촌동역, 지하철 9호선 둔촌오륜역과 중앙보훈병원역이 인근에 위치한 역세권 입지에 공급된다. 시공은 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이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