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 25만원 지원금 논란 핵심은 ‘확장재정’···전문가 “물가만 자극” 한목소리
윤석열·이재명 회담서 주요 의제 다뤄질 듯···경제상황·시점 등 필요성 ‘논란’ “인프라 구축 아닌 현금살포식 지출 위험”···“지금은 본예산 효과 지켜볼 시점”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최근 ‘전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지원금이 쟁점 사안으로 부상했다. 소비진작을 통한 내수경제 활성화가 추진 명분으로 제시되지만, 경제전문가들은 대체로 가뜩이나 들썩이는 물가를 더욱 자극할 수 있단 우려를 내놓는다. 재정지출을 늘릴 경제상황이 아니고 뿌려진 돈이 모두 소비로 이어진단 보장도 없어 자칫 예산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단 진단이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조만간 열릴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간 회담에서 민생회복지원금이 주요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정부는 일단 민주당이 주장하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지급엔 부정적이다. 윤 대통령도 최근 국무회의에서 “무분별한 현금 지원과 포퓰리즘은 나라를 망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야당 의견을 폭넓게 듣겠단 입장인 만큼 어떤 식으로든 최대한 접점을 찾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민생지원금을 둘러싼 쟁점의 핵심은 추경을 통한 확장재정 필요성이다. 민주당은 전 국민 1인당 25만원을 지원하려면 약 13조원 가량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재정마련을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정부여당에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민생지원금에 대해 “줄어든 소비를 늘리고 지역경제를 살리고, 자영업자의 숨통을 틔우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당과 재정당국은 추경 편성에 부정적이다. 일단 재정여력이 녹록치 않단 판단이다. 지난해 국가채무는 역대 최대치인 1126조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50%를 넘어섰다. 올해 국채이자 상환액은 29조원에 달하고, 내년에 만기가 도래하는 국채는 사상 처음으로 100조원을 돌파한다.
추경을 편성할 경제상황이 아니란 분석도 깔려있다. 올해 실질국내총생산 성장률은 2%대 초반이 예상된다. 지난해는 연평균 1.4%, 3·4분기는 각각 0.6%였지만 추경편성을 하지 않았다.
윤재옥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 대표가 전 국민 25만원 지원금을 고집한다면 (대통령과 회담에서) 논의 대상이 될 순 있을 것”이라며 “국민들께선 더 생산적 의제에 대한 합의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전문가들도 현재 우리경제 상황에서 재정지출을 확대했을 때 기대만큼 정책 효과를 거둘지 의문이라고 진단한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금 물가가 계속 올라가고 있다. 이 시점에 재정을 함부로 푸는 건 위험하다”며 “인프라 등에 재정지출을 쓴다면 덜하겠지만 현금 살포식으로 나가면 바로 물가를 자극한다. 가계 고통이 더 누적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이라 경기, 내수가 별로 좋지 않은 측면을 생각한다면 추경을 통해 재정을 늘려야 한단 주장은 있을 수 있다”며 “그러나 물가를 자극하지 않는 지출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확장재정은 시기상조란 진단이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올해 예산지출이 본예산 기준 사상 최대이고 추경까지 합치면 두 번째이다. 어떤 측면에선 벌써 추경을 포함한 지출이라 봐야 한다”며 “예산을 먼저 어느정도 쓰고 효과를 봐야지, 벌써부터 추경을 생각하는건 이르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성장률 통계상 올해보다 경제가 더 나빴던 작년에 추경을 하지 않았다”며 “지금 추경을 한다면 원칙없는 추경이 된다”고 지적했다.
재정지출 확대는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단 지적도 나온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지금 재정 확대를 할 이유는 없다”며 “지원금 형태로 돈을 푸는 건 진통제 수준의 처방이다. 재정을 풀었다고 실질 성장으로 연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규제 완화 등 성장 걸림돌을 치워 경제 활력을 일으키는게 중요하다. 재정 팽창은 마지막 수단”이라며 “경제가 잘 돌아가는 미국이 재정팽창 얘기를 하나. 벨류업 등 하나씩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국민에게 현금을 지원하는 방식의 재정지출은 물가만 자극할 뿐 기대효과를 거두기 어렵단 분석이다. 안 교수는 “스태그플레이션이라 힘드니 민생을 지원하자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며 “그럼 가장 힘든 사람에게 돈이 더 가게 만들어주는 구조로 해야지 (야권에서 제안한) 모두가 25만원씩 나눠갖자는 건 포퓰리즘”이라고 말했다.
양 교수는 “전 국민한테 현금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경기활성화책이라 보기도 어렵다”며 “저소득층은 대부분 주는 돈 모두를 쓰겠지만, 중산층이나 고소득층은 아닐 수도 있다. 소비를 안한 돈은 어떤면에선 재정지출 낭비”라고 봤다.
조 교수는 “전 국민 25만원 지급은 정책이라 보기 어렵다. 예를 들어 ‘어떻게 하면 돈을 벌까요’라는 질문에 ‘부자가 되면 돈을 번다’는 식의 동어 반복과 마찬가지”라며 “25만원을 지급할 재원은 어디서 나오겠나”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