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車가 옆으로 굴러가네?”···9년 만에 돌아온 국제전기차학술대회

24일 코엑스서 ‘EVS37’ 개최···현대차·삼성·SK·LG 등 EV 최신 기술 공개 연구자료 설명에 외국인 방문객들 이목 집중

2024-04-24     최동훈 기자
24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된 세계 전기차 학술대회 및 전시회 EVS37의 출입구 전경. / 사진=최동훈 기자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차가 옆으로 굴러가네, 너무 신기하다!”

24일 오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한 세계 전기차 학술대회 및 전시회 ‘EVS37’의 방문객이 현대모비스 부스에서 시연된 크랩(crab) 주행 장면을 보며 뱉은 탄성이다. 2015년 이후 9년 만에 한국에서 개최된 EVS37의 현장에 전기차 산업 내 주요 기업들이 참가해 최신 기술을 뽐냈다.

오는 26일까지 코엑스 3층 전시장 C홀, E홀 로비에서 열린 EVS37은 세계 37회째, 국내 3회째 열리는 행사다. 이번 EVS는 세계전기자동차협회(WEVA), 아시아태평양전기자동차협회(EVAAP)가 주최하고 한국자동차공학회(KSAE)가 주관했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24일 코엑스에서 EVS37 개최를 기념하는 축사를 전하고 있다. / 사진=최동훈 기자

EVS는 앞서 전기차 산업이 구색을 채 갖추지 않았던 1969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처음 열린 후 1~3년 주기로 세계 각국에서 열렸다. 한국에서는 2002년 부산(EVS19), 2015년 고양(EVS28)에 이어 올해 서울에서 처음 개최됐다.

EVS는 차량 전동화 기술에 대한 정보 교류, 연구개발 촉진 등을 목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현장에서 진행되는 각종 세미나가 메인 이벤트로 꼽힌다.

EVS37에 참가한 기업들의 CI로 꾸며진 포토존. / 사진=최동훈 기자

◇현대차·KGM 참가···삼성·SK·LG도 부스 마련

EVS는 학술대회 뿐 아니라 글로벌 전기차 업계의 주요 기업들이 참가해 기술력을 알리고 사업 협력의 기회를 모색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올해 ‘미래 모빌리티를 향한 전동화 물결’(Electric Waves to Future Mobility)을 주제로 마련된 행사에는 현대자동차그룹, KG모빌리티 등 완성차 업체를 비롯해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등 유력 배터리 업체들이 부스를 참가했다. SK시그넷, 현대케피코, 채비, 에바 등 국내 전기차 충전기 업체들도 참가했다.

현대모비스가 부스에서 실증차량 모비온으로 제자리 회전하는 제로턴을 시연하고 있다. / 영상=최동훈 기자

이밖에 HL만도,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등 완성차 업계 주요 기업들이 부스를 운영하지는 않는 대신 스폰서로서 현장에 이름을 알렸다. HL만도는 이외 현장에서 주요 실무자들의 주제별 발표를 진행하거나 R&D센터 방문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기업 경쟁력을 알릴 계획이다.

학술대회가 주를 이루는 행사이기 때문에 일반 방문객들이 기대하는 자동차나 미래 모빌리티에 관한 볼거리는 많지 않았다. 현대차는 전기차 아이오닉5 1대와 함께, 전날 국내 미디어에 공개한 목적기반모빌리티(PBV) 미래 콘셉트를 소개했다.

KG모빌리티가 부스에서 토레스 EVX에 적용한 전기차 무선충전 기술을 소개하고 있다. / 사진=최동훈 기자

현대차 옆에 부스를 조성한 현대모비스는 최신 전동화 기술을 집약한 실증차량 ‘모비온’으로 기존 차량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이동을 시연했다. 타이어가 90도로 회전해 게걸음하듯 옆으로 움직이는 크랩 주행을 비롯해, 바퀴 4개가 모두 45도로 꺾여 제자리 회전하는 제로턴을 보였다. 많은 방문객들이 시간대별로 진행되는 시연을 흥미롭게 바라봤다.

방문객이 LG의 차량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소개하는 전시물을 살펴보고 있다. / 사진=최동훈 기자

삼성SDI는 2027년 양산을 목표로 개발 중인 전고체 배터리와 함께 9분 초급속 충전, 20년 이상 초장수명 등 신기술을 소개했다. SK시그넷은 400킬로와트(㎾)급 초급속 충전기 V2와 함께 다양한 출력별 충전기를 전시했다. LG그룹은 LG전자와 LG에너지솔루션, LG이노텍, LG마그나 e-파워트레인 등 계열사들이 한 부스 안에 모빌리티 관련 각사 최신 기술을 소개했다.

기업·기관 관계자들이 연구보고서 내용을 설명하는 다이얼로그 세션에 많은 방문객들이 몰려 있다. / 사진=최동훈 기자

◇연구보고서 설명 세션에 참가자들 몰려 ‘끄덕끄덕’

이번 행사 현장에서 기존 모빌리티쇼나 전기차 전시회와 달랐던 부분 중 하나로 다이얼로그 세션을 꼽을 수 있다. 기업·기관 관계자들이 입식 모니터에 자체 발간한 전기차 관련 연구보고서의 요약문을 띄워놓고 방문객에게 내용을 브리핑 하고 질의응답을 가지는 자리다.

각 모니터에 위치한 관계자들은 능숙한 영어로 외국인 업계 관계자들과 소통하며 보고서 내용을 설명하고 질문에 답했다. 전문 용어가 수시로 언급되는 현장은 학회를 방불케 하는 모습이었다.

전기차 분야 중소업체들이 마련한 부스들. / 사진=최동훈 기자

앞서 열렸던 모빌리티쇼나 전기차 전시회에 참가했던 업체들이 이번 행사에 참가했지만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넓은 공간에 눈과 귀를 사로잡는 콘텐츠가 즐비한 대신, 전기차 분야의 정보 공유와 사업적인 교류가 활발히 이뤄졌기 때문이다.

방문객들이 현장에 게시된 채용공고의 내용을 살펴보고 있다. / 사진=최동훈 기자

학술대회라는 특성 때문에 다른 전시회에 비해 진지했지만, 식상하기보다 진행 목적에 충실한 행사라는 점에서 방문객들의 발길을 유인한 모양새다. 실제 EVS37 주최측에 따르면 이번 행사에 사전 방문 신청한 일반인의 수가 1만명으로, 역대 최다 방문객(1만1000명)을 기록한 2022년 노르웨이 오슬로 행사(EVS35)의 방문객 수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현장 반응도 긍정적이었다.

현장에서 만난 대학원생 이성원(27)씨와 성모(28)씨는 “전력전자 분야를 전공하고 있는데 기술 응용에 대해서도 익힐 필요가 있어 지도 교수 추천으로 방문했다”며 “부스에 위치한 기업·기관 관계자들이 적극적으로 콘텐츠에 대해 설명해줘서 전공에 관한 산업 트렌드를 읽고 정보를 얻는데 도움됐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