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70억달러' 가정용 태양광 프로젝트 가동···1등 굳히기 나선 한화솔루션
바이든, 지구의 날에 "가정용 태양광에 9.7조 원 보조금" 美 가정용 태양광 1위 업체 한화솔루션, 수혜 기대감 상업용 태양광 수주 활발···턴키 수주 전략 적중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주거용 태양광 프로젝트'에 70억달러의 연방 보조금을 지급하겠다.”
지난 22일(현지시간) 지구의 날을 맞아 연설에 나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같이 말했다. 미국 정부는 약 백만 가구의 저소득층과 중산층 지역에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한 주거용 태양광 프로젝트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해당 프로젝트에 우리 돈 약 9조7000억원을 쏟아붓겠다는 발표가 나오면서 태양광 업체 한화솔루션이 수혜를 볼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화솔루션 큐셀부문은 미국 가정용·상업용 태양광 모듈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우드맥킨지에 따르면 한화솔루션은 주거용과 상업용 시장에서 지난해 1분기까지 점유율 각각 19분기 연속 1위, 14분기 연속 1위를 달성했다.
미국 내 가장 큰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책적 수혜 규모도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솔루션 관계자는 미국 주거용 태양광 프로젝트에 대해 “모듈 판매에 따른 보조금 추가 지급 방안이 될지, 생산자에 대한 보조금이 지급되는지 등 세부사항을 파악 중”이라며 “법무적으로 검토한 뒤 해당 내용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화큐셀은 가정용 시장서 입지를 굳히기 위해 태양광 모듈 판매를 넘어 개인 소비자를 대상으로 금융 서비스도 제공할 방침이다. 이구영 한화솔루션 대표는 지난달 정기 주주총회 직후 취재진에게 “비즈니스 모델의 전환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태양광 금융사업도 올해부터 본격화한다”고 밝혔다. 앞서 회사는 지난해 10월 할부금융업을 위한 미국 법인 ‘EnFin’을 설립한 바 있다.
상업용 시장서도 수주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한화큐셀의 계약 내용을 살펴보면 태양광 모듈 판매는 물론 발전소 설계·시공까지 총괄하는 ‘턴키’ 계약 방식을 앞세웠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날 한화솔루션은 한화큐셀 자회사인 인에이블이 미국 에너지인프라 전문 사모펀드 TGC와 450MW(메가와트) 규모 턴키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한화큐셀은 올해부터 내년까지 TGC에 태양광 모듈을 공급하고, 인에이블은 발전소 설계·구매·시공(EPC)을 맡는 방식이다.
앞서 한화큐셀은 지난 1월 마이크로소프트사와 향후 8년간 총 12GW(기가와트) 규모의 태양광 모듈을 공급하고, EPC를 수행하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연간 1.5GW의 태양광 모듈을 공급해야 하는데, 이는 오는 4월 한화솔루션 생산능력 8.4GW의 18% 수준이다. 턴키 수주를 통해 중장기적인 수익성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미국 내 우회적으로 진입한 중국산 저가 모듈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지만,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세액공제 효과와 더불어 EPC 시공 능력이 한화큐셀의 경쟁력을 재고했다는 평가다. 게다가 발전용 태양광 시장과는 달리 가정용·상업용 시장은 브랜드 파워와 유지보수 능력이 경쟁력으로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북미 내 태양광 제조업체들은 IRA에 따른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투자세액공제를 받아 중국 태양광 모듈과 판가 면에서 경쟁력이 크게 뒤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면서 “발전용 시장은 중국산 모듈을 선호하지만, 가정용·상업용 시장서는 비중국 업체 점유율이 유지되고 있다”고 했다.
한화솔루션은 1분기 영업손실을 내는 등 올해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일 전망이다. 모듈 공급 과잉에 따라 판매량이 줄고 판가가 하락하면서 적자가 불가피했다는 관측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한화솔루션의 1분기 매출 예상치는 2조7740억원, 영업손실은 1093억원이다.
다만 하반기부터는 가정용 태양광이 미국 태양광 시장 성장을 이끌면서 실적이 회복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특히 하반기부터 생산능력이 확대되면서 AMPC 규모도 함께 커질 전망이다.
위정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화솔루션은 북미 지역 내 판매 법인에 태양광 모듈 생산 물량을 넘기기 때문에 판매 여부와 관계없이 AMPC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효과가 있다”면서 “올해 2분기 이후 미국 조지아 3공장이 가동하고, 4분기 셀과 웨이퍼 생산을 시작하면 한화솔루션의 AMPC 세제 혜택 규모는 점진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