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덕의 순간이 다가올 때 : 최애의 이중모순 지점에서
소셜미디어 발달로 사생활 노출 심화
[시사저널e=장민지 경남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소셜 미디어가 급격하게 발달하면서 인간을 최애로 삼은, 그러니까 살아 숨 쉬고 같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최애를 가진 팬들은 여러모로 다면적인 인간 군상을 ‘콘텐츠’로 소비하는 순간을 맞이하게 됐다. 실제로 연예인은 자신을 상품화해 대중들에게 소비를 유도한다. 이때 그들은 자신의 삶 일부를 공적인 공간에 내어놓는다. 이 때문에 그들의 삶의 경계는 공적인 공간과 사적인 삶으로 나뉘며, 팬들은 이들의 공적인 삶과 공적 공간에 ‘재현되는’ 사적인 삶의 일부를 소비의 대상으로 삼는다.
그러나 미디어 환경의 변화로 인해 연예인, 그리고 일반인들은 자신의 삶의 대부분을 공적인 공간에 내어놓게 됐다. 문제는 그들이 보내는 ‘사적’인 시간을 사적인 공간이라고 생각하는 공적인 공간에 무의식적으로 내던진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많은 이들이 자신의 사적인 삶이 무의식적으로 공적 공간에 노출돼 언제든 ‘소비되어’질 가능성의 경계에 놓이게 됐다. 우리는 대부분 공개 계정과 비공개 계정으로 나뉘는 소셜 미디어를 갖고 있지만 이 경계는 매우 불분명하다. 공개된 계정이라 할지라도 우리가 사적으로 소비하는 공간으로 정의한다면 사적인 정보를 올려놓아도 무관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것이 ‘소비되는 방식’에 있단 걸 인지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많은 연예인이 자신의 사적인 삶을 미디어에 노출한다. 이 사적인 삶의 경계는 공개되고 공개되지 않고의 문제가 아니라, 이용자들이 그 정보를 어떻게 소비하는가에 그 방점이 찍힌다. 심지어 소셜 미디어는 매우 사적인 정보를 콘텐츠화해 공적으로 소비하게 만드는 특징이 있다. 인스타그램, 틱톡, 유튜브 등이 모두 그렇다. 그들은 플랫폼만을 제공하고 콘텐츠는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몫으로 남겨둔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이 이용자이면서도 생산자가 되고, 가장 사적인 순간들이 공적인 콘텐츠로 전환되는 순간을 맞이한다. 이걸 긍정적으로 보면 ‘개인 모두가 인플루언서가 될 기회를 받았다’가 되지만, 다른 한쪽으로는 개인정보 노출이 심각해지고, 그 누구도 자신의 정보를 자신이 컨트롤할 수 없는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예인은 그런 점에서 매우 취약하다. 원래도 사적인 순간들을 공적인 공간에 공개해야 하는 경우들이 존재했고, 지금은 대부분의 연예인이 자신의 소셜 미디어 채널을 갖고서 사적인 순간들을 콘텐츠로 전환하는 순간을 자의로든, 타의로든 맞이하게 된다. 문제는 이것이 대부분 상품화된다는 데 있다. 이런 미디어 생태계 안에서 대중들은 그 어느 순간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최애의 사적 정보를 많이 알게 된다. 그들의 집, 그들이 입는 옷, 먹는 것, 가족관계, 그리고 친구들까지. 이 공간에서 그들의 사적인 삶과 공적인 정보들이 서로 뒤섞인다. 이 때문에 연예인들의 정체성은 이전과 달리 하나의 이미지가 아닌 다면화된 모습으로 존재한다. 이전까지 우리들은 무대 위의 연예인들만을 봤다면, 이제 무대 아래의 최애도 함께 볼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이런 생태계에서 팬과 최애, 그리고 기획사는 좀 더 복잡하게 갈등과 문제에 직면한다. 누군가의 연애, 누군가의 친구관계, 누군가의 공적인 삶과 사적인 삶이 모두 공개되고 콘텐츠화돼 갈등이 되풀이되는 것은 팬들만의 문제도 아니고 연예인만의 문제도 아니다. 인간을 둘러싼 환경의 변화를 직면하고, 무대 위와 무대 아래를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그리고 어떤 것을 소비하고 소비하지 말아야 할지 모든 생태계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 또한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