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깎이고, 경쟁에 치여도···현대차, 日 전기차 시장 ‘칠전팔기’

전체 차종 중 점유율 0.2%, 올해 보조금 절반 ‘뚝’ 신차 후속 출시·무상보증 혜택으로 신뢰형성 안간힘

2024-04-19     최동훈 기자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현대자동차가 2년 전 일본 자동차 시장에 재진출한 후 아직 미미한 수준의 입지를 구축하고 있지만, 서두르지 않고 전기차 수요 공략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주요 일본차 업체의 일본 내 전기차(BEV) 판매실적. / 자료=일본자동차판매협회연합회, 일본자동차수입조합

◇ 전체 완성차 시장 점유율 0.2%

19일 일본자동차수입조합(JAIA)에 따르면 지난 2023 회계연도(2023년 4월~2024년 3월) 현대차의 현지 완성차 판매대수는 전년(649대) 대비 9.9% 감소한 585대로 집계됐다.

JAIA 회원사 중 점유율도 0.21%에서 0.2%P 하락한 0.19%에 그쳤다. 같은 기간 메르세데스-벤츠가 5만1534대로 1위를 차지했고 BMW(3만3712대), 폭스바겐(3만2172대), 토요타(2만7446대) 등으로 그 뒤를 이었다. 이 중 토요타는 현지 업체지만 오스트리아 등 해외에서 위탁생산하는 GR 수프라 등 일부 차종을 일본에 수입해 판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일본법인이 아이오닉5의 전력외부공급(V2L) 기능을 마케팅 소재로 한 캠핑 이벤트를 개최한 후 참가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 사진=현대자동차 일본법인

현대차가 일본에서 비교적 저조한 실적을 거두고 있는 요인은 복합적이라는 분석이다. 현대차는 지난 2009년 실적 부진을 사유로 일본에서 사업을 중단했고 이후 13년만인 2022년 5월 재개했다. 새롭게 시장 공략에 나섰지만 사업 공백에 따른 입지 확대에 시간이 더욱 필요하다는 관측이다.

또한 현대차가 사업 중단할 당시와 달리 현재 전기차(BEV)만 판매하는 전략을 이어가고 있지만 현지 수요는 미미한 실정이다. 일본에서 연간 판매되는 전기차는 지난해 기준 9만여대로 완성차 전체의 2.2% 비중에 머물고 있다. 시장이 성장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현대차가 유의미한 규모의 판매실적을 기록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현대차의 전기차 라인업이 현지 소비자 입맛을 충족시키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현대차는 2022년 5월 아이오닉5과 함께 일본 사업을 재개한 후 수소전기차 넥쏘, 코나 일렉트릭 등 3종을 현재 판매하고 있다.

다만 닛산 사쿠라 같은 경차가 전체 전기차 판매대수의 절반 가까운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고객층이 제한된다는 분석이다. 지난 회계연도에 주요 일본 완성차 업체 중 닛산(4만7449대)이 전기차를 가장 많이 판매했고 미쓰비시(4419대), 토요타(2916대) 등으로 그 뒤를 이었다.

현대자동차 일본법인이 이달 현재 홋카이도 등 일본 일부 지역에서 진행하는 전기차 시승회를 안내하는 이미지. / 사진=현대자동차 일본법인

◇올해 아이오닉5 보조금 절반↓···토요타·닛산은 최고액

올해 현대차의 일본 시장 공략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일본 정부가 보조금을 차등 적용하기 위한 조건을 더욱 다양하게 도입하는 등 제도를 손봤기 때문이다. 사실상 자국 브랜드에 유리하게 제도를 고쳤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전기차 충전기 설치, 전기차 정비인력·시설 운영 규모, 부품 공급망, 배터리 재활용 여부 등 조건을 신규 도입하고 이를 충족하는 업체의 신차에 더 많은 보조금을 집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회계연도 아이오닉5의 보조금은 전년(85만엔) 대비 절반 이하 수준인 35만~45만엔 범위로 책정됐고, 후속 출시한 코나 일렉트릭도 트림별로 같은 수준의 보조금이 지급된다. 이에 비해 토요타 bZ4X, 닛산 아리아 등 일부 현지 브랜드 모델이 최고액인 85만엔을 적용받는다. 현대차 차량의 가격 경쟁력이 더욱 약화한 상황이다.

현대자동차 일본법인이 아이오닉5 N 출시에 앞서 개최할 특별 선행 시승회를 안내하는 이미지. / 사진=현대자동차 일본법인

◇캐스퍼 전기차·아이오닉5 N 출격···고객층 확대 노려

이 가운데 현대차는 이미 일본차 업체들과 주요 수입차 업체이 주름잡고 있는 하이브리드차, 내연기관차 시장에 뛰어드는 대신 전기차 시장을 파고드는 전략을 고수한다는 방침이다.

올 하반기 양산 개시되는 경형 SUV 캐스퍼의 전기차 모델이 현대차 일본 공략의 구원투수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캐스퍼 전기차의 차급이 주차공간 좁은 현지에서 작은 차를 선호하는 일본 소비자들의 입맛을 공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또한 고성능차 마니아들이 많은 점을 고려해 아이오닉5 N도 출시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아이오닉5 N 출시에 앞서 내달 중순 시승회를 진행하며 제품에 대한 고객 반응을 확인한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현대차는 온라인 100% 판매 정책을 유지하고, 신차에 대한 신뢰도 형성을 위해 각종 보증 혜택을 마련했다. 현대차 일본법인은 ‘현대 어슈어런스 프로그램’을 통해 신차 출고 후 3년간 점검, 배터리 냉각수 교환, 일부 외관 손상 무상 케어 등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현대자동차가 일본 요코하마에 설립한 친환경차 체험공간인 고객경험 센터(Customer Experience Center). 전기차 전시구역, 시승 프로그램, 라운지, 정비 서비스 시설 등으로 구성된 서비스 겸 커뮤니티 공간이다. / 사진=현대자동차 일본법인

현대차에게 성장 기회가 엿보인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현대차는 지난 데뷔 첫 해인 2022년 12월 아이오닉5의 상품성을 인정받아 ‘일본 올해의 수입차’를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또 지난 회계연도 넥쏘 판매량(3대)을 제외한 전기차 판매실적은 쓰바루(456대), 혼다(235대) 등 일부 현지 업체를 앞섰다.

현대차는 단기간 판매실적을 확대하기보다 현지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브랜드로 다가가는 것에 우선순위를 두고 마케팅을 펼쳐나간다는 방침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재 일본 전기차 시장에서 판매량을 빠르게 늘려 시장을 선점하기보다 현지에 스며드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