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쿼터제에 발목”···中 철강 관세 3배 인상, 반기지 못하는 韓업계

바이든, 7.5→25% 中 관세↑···11월 대선 염두 철강업계 “관세 인상, 국내 업계에 긍정적 영향은 제한적”

2024-04-19     유호승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7일 미국 피츠버그 전미철강노조(USW)를 방문해 연설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중국산 철강·알루미늄에 관세를 큰 폭으로 인상했다고 발표했다. 이를 통해 일각에서는 미국에서 철강 유통량이 줄어 가격이 오르면서 국내 철강업계가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본다.

단, 포스코·현대제철 등은 ‘쿼터제’로 대미 수출량이 제한된 상황이어서 중국산 제품 관세 인상을 반기지 않는 모습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7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전미철강노조(USW)를 찾아 중국산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25%로 올리는 방안을 발표했다. 현재 이들 제품에는 7.5% 관세가 적용 중인데, 이보다 세율을 3배 이상 올리는 셈이다.

시장에선 바이든 행정부의 이 조치가 올해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노동층의 표심을 얻기 위한 시도로 해석한다. 그는 미국 북동부 제조업지대인 ‘러스트벨트’의 강력한 지지에 힘입어 2020년 대선에서 승리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 등 글로벌 정세가 심각해지며 ‘강한 미국’을 주창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오르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바이든 대통령이 철강 등 근로자 계층의 지지를 확고히 하기 위해 중국산 철강에 대한 관세 인상 카드를 꺼낸 것으로 풀이된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중국산 철강 관세 인상 소식이 전해지며 국내 철강과 알루미늄 관련주들이 증시에서 주목 받고 있다.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란 기대감에서다. 하지만 현장과 증권가에서는 긍정적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본다.

우리나라의 대미 철강재 수출은 쿼터제라는 한계가 있다. 중국이 관세 인상으로 미국향 물량을 줄인다고 해도 한국 제품의 미국 유입량이 늘어나기 힘든 구조다.

한미 양국은 2018년 3월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 대신 수출량을 제한하는 쿼터제를 적용하기로 합의했다. 현재 한국은 미국 철강 수출에서 ‘263만톤(t) 무관세’를 적용 받고 있다. 중국산 물량이 미국 현지에서 줄어도 우리나라 철강 기업이 수혜를 얻기에는 어려운 이유다.

오히려 글로벌 시장에 부정적일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미국으로 향하지 못한 중국 철강 제품이 다른 국가들에서 판매되면 글로벌 공급과잉 사태라 나타날 수 있다”며 “중국은 전세계 철강 공급량의 절반 수준을 차지한다. 미국을 제외한 다른 권역에서는 철강 가격이 급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은 글로벌 시황을 실시간으로 점검하며 철강 가격 변화를 파악 중이다. 아울러 미국향 물량을 쿼터제 한계 수량까지 최대한 수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