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1385원 터치···1400원 가나

CPI 3.5% 상승···6개월 만에 최고 JP모건 “6월 금리인하 문 닫혀” 중동의 지정학적 위험도 변수

2024-04-14     길해성 기자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미국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약해지면서 달러화가 강세다. 원·달러 환율은 연일 연고점을 경신하며 1385원을 돌파했다. 미국의 높은 경제 회복력과 중동의 지정학적 위험 등으로 달러당 1400원대 진입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어제(13일) 역외 시장에서 15원 넘게 폭등하며 1385원을 돌파했다. 12일 서울 외환시장에선 전거래일 대비 11.3원 오른 1375.4원에 거래를 마쳤다. 2022년 11월 10일(1377.5원) 이후 1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주간 상승폭 역시 지난 1월 19일(25.5원) 이후 가장 컸다.

원·달러 환율이 1375원 선을 넘긴 건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인 1997∼1998년,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인 2008∼2009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4회 연속 한 번에 기준금리를 0.75% 포인트 인상하며 ‘킹달러’ 현상이 나타났던 2022년 정도에 불과하다.

최근 환율이 빠르게 오른 건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치를 상회하면서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가 밀린 영향이 크다. 미국의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3.5% 상승했다. 이는 지난해 9월(3.7%) 이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 달 전 CPI 상승률(3.2%) 대비 크게 오른 것은 물론이고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3.4%)도 웃돌았다.

이 같은 ‘깜짝 물가’ 발표 여파로 시장에서 6월 금리 인하설은 꼬리를 내리는 모양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6월 연준의 금리인하 가능성을 18.7%로 내다봤다. 7월 인하 확률은 44.7%, 9월 인하 확률은 68.5%로 나타났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연준의 연내 금리인하 횟수를 기존 3회에서 2번으로 줄이고 첫 금리인하 시점은 7월로 예상했다. JP모건은 “미국의 3월 비농업 부문 취업자 수가 예상치를 크게 상회하는 등 노동시장이 매우 강한 모습을 나타냈다”며 “6월 금리인하에 대한 문이 닫혔고 조기 인하 가능성도 사라졌다”고 밝혔다. 래리 서머스 전 장관은 블룸버그TV에 출연해 “다음 연준의 조치는 금리 인하가 아닌 금리 인상일 가능성이 있다”며 “인상 가능성은 15~25%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유럽중앙은행(ECB)이 6월 정책금리 인하를 시사하면서 유로화는 약세를 나타내고 달러는 한 번 더 강세 압력을 받았다. 이 영향으로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의 상대적 가치를 의미하는 달러인덱스는 105선 중반까지 오른 상태다.

중동발 지정학적 위험 고조도 달러 강세를 유발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위험회피 심리가 확산하면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달러 가치도 오르기 때문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은 이란과 이스라엘 간 분쟁으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이란은 13일(현지 시간) 이스라엘에 무장한 무인기(드론)와 탄도미사일을 쏘며 공습을 감행했다. 이로 인해 중동 지역에 군사적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다만 이 같은 원화 약세가 과거와 같은 경제 불안과는 거리가 있다는 게 정부와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2일 기자회견에서 과거보다 환율 상승에 따른 시장 불안이 크지 않은 이유로 “단순히 원화만 절하된 것이 아니라 글로벌 달러 강세의 영향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과거와 달리 국민연금·서학개미 등의 해외 투자자산이 늘어 기본적으로 환율 변동으로 경제 위기가 오는 구조가 아닌 것도 있다”며 “향후 환율 변동성이 과도할 경우 시장 안정화 조치를 통해 환율을 안정시킬 여력이 있다”고 덧붙였다.

시장에선 원·달러 환율 상단을 1400원대까지 열어둬야 한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민은행은 기술적으로 원달러 환율이 1388원에 접근할 수 있다며, 일시적으로는 1400원까지 오를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높은 경제 회복력과 고물가, 중동의 지정학적 위험 등으로 당분간 원·달러 환율의 상방은 계속 열려 있다”며 “당분간 달러 강세 분위기를 반전시킬 만한 분기점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