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후 전기료 인상 가능성↑···긴장하는 철강업계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전기요금 인상만 6번 탄소 규제 맞서 전기로 늘린 철강업계, 원가 부담 증가 "전기료 올리면 전력기금 인하 효과도 없어"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총선이 끝나면서 그간 물가 안정 기조 하에 미뤄온 전기료 인상이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국전력은 여전히 40조원이 넘는 눈덩이 적자에 시달리고 있고 총선에 승리한 더불어민주당이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개편 공약에 나서게 되면 전기료 인상이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탄소 규제 강화 추세에 맞춰 전기로 도입을 늘리고 있던 국내 철강업계 발등엔 불이 떨어졌다. 비용부담을 감수하고도 전기로를 확장하는 추세였는데,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 부진, 금리 인상에 따른 전방산업 위축과 더불어 비용 상승이란 겹악재를 맞아 추가로 전기로를 늘리는 게 더욱 부담스럽게 됐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한전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하반기부터 전기요금 추가 인상을 검토할 예정이다. 그간 민심을 의식해 전기요금 인상을 미뤄왔지만, 총선이 마무리되면서 본격적으로 논의에 착수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총선 이후 전기요금 인상은 사실상 예정된 절차였다는 평가다. 한전은 올해 2분기 전기요금 동결을 발표했지만, 고유가 상황이 계속되면서 전기요금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모양새다. 특히 여론의 반발이 큰 가정용보다 산업용 전기요금을 지속 인상할 가능성이 크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지난 1월 인사청문회에서 “적절한 시기가 되면 단계별로 (전기)요금을 조정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이미 지난해 세 차례에 걸쳐 요금인상을 단행하면서 지난해 4분기 흑자를 기록하는 등 실적 개선에 성공한 한전이지만, 여전히 43조원에 달하는 누적 적자를 기록 중이다. 올 한해 만기 도래를 앞둔 차입금 규모만 35조원에 달해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철강업체들은 총선 이후 전기료가 급등할 가능성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현대제철과 동국제강 등 ‘전기로’ 비중이 큰 철강업체 위주로 원가 부담이 확대될 위기에 처했다.
현대제철은 10기, 동국제강은 3기의 전기로를 운영 중이다. 포스코는 포항에 전기로 2기를 가동 중이다. 포스코는 오는 2027년까지 포항과 광양에 각각 250만톤(t) 규모 전기로를 추가로 설치한다. 현대제철의 경우 지난해 전력비 및 연료비로 2조6231억원을 사용했고, 동국제강은 전기요금으로만 3000억원가량을 지출했다.
업계는 전기료가 1㎾h당 1원이 인상되면 연간 원가 부담은 200억원가량 증가한다고 보고 있다. 한전은 1㎾h 30원 이상의 전기료 인상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렇게 된다면 연간 6000억원 이상의 추가 비용부담이 발생하게 된다.
최근 정부가 전력산업기반기금(전력기금) 부담률을 낮추면서 산업계 부담이 줄었다고 하지만 철강업계 표정은 어둡다. 전력기금은 지난 2005년 12월 이후 지금까지 3.7%를 유지하고 있었다. 정부는 이를 올해 중 3.2%로 낮추고 내년에는 2.7%로 추가로 인하할 계획이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전기요금을 ㎾h당 1원만 인상해도 수밲억원의 추가 부담이 발생하는데, 전력기금 요율 하락에 따른 부담은 고작 수십억원 감소하는 데 그친다”면서 “‘조삼모사’ 정책이 되지 않도록 큰 폭의 요율 인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향후 전기료 상승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 결과 더불어민주당의 중심의 여소야대 정국이 유지되면서 에너지 정책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RE100(재생에너지 사용 100%) 실현을 위해 오는 2035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40%까지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늘어나는 만큼 원전 사용은 줄어들 수밖에 없는데, 일반적으로 재생에너지 발전 단가가 높아 정책 추진 과정서 전기요금 상승이 예상된다. 지난달 기준 태양광과 풍력발전의 정산단가는 ㎾h당 130원 수준으로 원전의 2배가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업계 관계자는 “고부가 제품 개발과 자가발전 시설 도입을 통한 원가절감에 나서는 등 업체마다 전기료 부담을 상쇄하려는 고육지책을 내놓고 있다”면서도 “전기요금 부담이 계속해서 커진다면 결국 업계 전반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