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자의 메디컬나우] 4월생 ‘박민수와 임현택’, 같이 웃을 수 있을까

박 차관과 임 회장은 4월 생일 외 공통점 적어···박 차관은 논리적, 임 회장은 주도면밀 의사 직역 보호했던 임 회장은 박 차관과 악연···회장 당선 후 박 차관 파면 요구 박 차관 교체설 속 의정대화 개시 여부 주목···박 차관과 임 회장 노력 필요 지적

2024-04-13     이상구 의약전문기자
그래픽=시사저널e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정부와 의료계의 의정대화가 현안인 가운데 보건복지부의 박민수 제2차관과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 당선인(나이순)이 향후 대화를 주도할지 주목된다. 공교롭게 박 차관과 임 회장은 경력 에서 공통점은 적고 4월생이라는 점은 동일한 것으로 파악돼 향후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13일 복지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향후 의정대화가 본격 진행될 경우 중심인물은 박 차관과 임 회장이 될 가능성이 있다. 박 차관은 보건의료 담당 차관이어서 의대 증원 업무를 총괄 지휘하고 있다. 5월 1일 취임 예정인 임 회장은 현재 당선인 자격이지만 의료계에서 영향력이 큰 인물이다. 이에 향후 정부와 의료계가 테이블에 앉아 대화를 진행하게 될 경우 박 차관과 임 회장은 어떤 식으로든 영향력을 미칠 수 밖에 없는 위상을 갖고 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8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 사진=복지부

박 차관과 임 회장은 한국 사회에서 흔히 일컫는 학연과 혈연, 지연 등에서 거의 공통점이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출신 지역을 보면 박 차관이 경남 사천인 반면 임 회장은 충남 부여다. 박 차관은 서울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반면 임 회장은 충남고와 충남대 의대 출신이다. 박 차관은 부인과 2003년생 아들, 2006년생 딸을 두고 있다. 행시(36회) 합격 후 복지부에서 근무하던 그는 1995년 7월 공군 소위로 임관, 1998년 6월 중위로 전역한 경력을 갖고 있다. 반면 임 회장은 부인과 자녀, 병역 등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처럼 공개된 두 사람 경력에서 접점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박 차관과 임 회장이 4월생이라는 점은 동일하다. 박 차관은 1968년 4월 15일 출생했다. 임 회장은 1970년 4월 18일 태어났다. 4월 태어난 사람들 특징은 많지만 박 차관의 경우 침착하고 논리적이며 자기관리를 잘한다고 복지부 직원들은 전했다. 임 회장은 4월 출생자 특징을 상당수 갖추고 있다고 의료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특히 ‘친구 관계를 소중히 여긴다’와 ‘주변을 잘 도와준다’ 특징을 갖고 있는 인물이 임 회장이라는 것이다. 쉽게 설명하면 ‘의사’라는 직역을 보호하기 위해 임 회장은 모든 사람을 공격할 수 있다. 실제 임 회장은 의협 회장 당선 직후 “면허정지나 민형사 소송 등 전공의나 의대생, 병원을 나올 준비를 하는 교수 중 한 명이라도 다치는 시점에 총파업을 시작할 것”이라며 의사들을 보호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그는 지난 2021년 2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 조민 씨가 서울 한전의료재단 한일병원 인턴에 추가 응시할 거라는 제보를 받았다”라며 조민 씨의 부산대 의전원 부정 입학 건을 거론하는 등 쓴 소리를 했다. 조국 전 장관 범죄를 알지만 그를 비호하는 세력으로부터 비난이 두려워 침묵하는 사람들과는 대조적 모습이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 당선인 모습. / 사진=연합뉴스

올 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형사고발한 것도 임 회장이다. 이 대표가 1월 초순 피습을 당한 후 부산대병원에서 서울대병원으로 헬기를 타고 전원하는 등 ‘진료 패스트트랙’과 ‘수술 새치기’를 했다는 혐의다. 고발 사유는 병원에 대한 업무방해죄와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위반이다. 이어 2월 1일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분당서울대병원 의료개혁 민생토론회 행사장에서는  임 회장이 관련 의견을 전하러 왔다며 대통령 경호처 직원들과 실랑이를 벌이다가 퇴거 당한 사건도 발생했다. 의사를 위한 일이라면 어디든지 찾아가고 누구든 만나서 소신껏 행동하는 모습을 보였다. 

4월 출생자 특징 중 하나인 ‘성격이 급하다’와 관련, 의료계 관계자 A씨는 “외부에서 보면 임 회장은 성격이 급하고 계획 없이 행동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며 “하지만 그는 사전 치밀하게 분석하고 실행에 옮기는 주도면밀한 인물이며 성격이 급하지 않고 여유만만한 충청도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임 회장을 아는 의료계 관계자 B씨는 “그는 의사 직역 권리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자해나 분신, 구속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라며 “의협 회장의 레전드로 기억되기를 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같은 사유에서 임 회장은 박 차관과도 악연의 고리를 갖고 있다. 가장 최근 사례만 봐도 미래를 생각하는 의사 모임 회장을 맡고 있는 임 회장이 3월 중순 의대 증원 관련, 박 차관을 직권남용 및 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했다. 임 회장은 회장 당선 직후 박 차관 파면을 요구하기도 했다. 

연초 박 차관이 올해 고3이 되는 딸의 의대 진학을 위해 의대 증원을 추진했다는 의혹 제기도 임 회장과 관련 있다. 당초 박 차관이 지난 2017년 11월 본인 딸이 초등학교 5학년이라고 SNS에서 밝혔던 것이 발단이었다. 이를 한 유튜버가 추적했고 임 회장도 의혹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박 차관이 브리핑에서 고3 딸은 해외 유학을 준비하고 있다고 해명하면서 일단락됐다. 관가 관계자 C씨는 “복지부 고위직은 SNS에 함부로 인적사항을 올리면 안 된다는 사실을 박 차관 사례에서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같은 악연 관계가 유지되는 박 차관과 임 회장이 의정대화 관련 업무 진행을 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강경파인 임 회장이 향후 정부와 대화할지는 총선 결과에 따른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방식 변화 여부와 관련 있다. 박 차관이 현재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모든 사항은 윤 대통령 결단에 달려 있다. 만약 군 복무 기간을 포함, 31년간 복지부에서 활동했던 박 차관이 정부 인사에서 교체되면 임 회장과 악연도 소멸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박 차관이 교체 직전까지는 임 회장과 의정대화를 추진, 일정 성과를 거두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실제 중요한 인물은 박 차관과 임 회장이 아니라 환자와 국민인데 이들이 원하는 것은 의료대란 종료다. 이에 그동안 꾸준히 의사 직역 권리와 이익 추구에 주력해왔던 임 회장도 환자와 국민을 생각해야 할 시점이다. 의료계 관계자 D씨는 “박 차관은 정부가 특정직역에 굴복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의료계가 원하는 것은 정부의 굴복이 아니라 상식과 공정에 맞는 합리적 대화”라며 “어렵지만 박 차관과 임 회장이 의정대화를 개시하면서 능력을 보여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