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中 공세에도 점유율 상승·나홀로 흑자···비결은 '고급화'
LG엔솔·SK온, 올 1~2월 글로벌 점유율 전년 比 하락 삼성SDI 홀로 성장···배터리 사용량 기준 성장률 3사 중 1위 LG엔솔, 1분기 AMPC 제외 시 적자···SK온 9분기 연속 흑자 전환 실패 전망 삼성SDI, 영업이익 2000억원대 전망···증권업계 "출하량 오히려 증가할 것"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꺾이면서 배터리 업계 실적이 전반적으로 부진한 가운데 삼성SDI는 올해 1분기 2000억원대 흑자를 내며 견조한 수익성을 낼 것으로 관측된다. 전기차 시장이 캐즘(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 침체)에 접어들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국산 배터리 채용을 늘리는 완성차 업체가 늘었지만, 프리미엄 전기차는 수요 감소가 더뎌 삼성SDI의 고급화 전략이 먹혀들어 갔다고 분석된다.
11일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삼성SDI의 지난 1~2월 기준 글로벌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5.6%로 전년 동기(4.8%)보다 0.8%P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배터리 사용량 기준 성장률은 47.4%로 글로벌 1위 업체 CATL(44.9%), 2위 LG에너지솔루션(24.8%)을 뛰어넘었다. 글로벌 5위권 업체 가운데선 가장 큰 성장세를 보였다.
전기차 시장 수요 성장 둔화가 본격화하면서 역성장한 업체들이 등장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SK온은 배터리 사용량(4.2GWh)이 전년 동기 대비 7.3% 축소됐고, 일본 파나소닉은 배터리 사용량 6.2GWh로 전년보다 11.8% 역성장했다. 부진한 성적을 보인 SK온은 글로벌 6위를 기록하며 삼성SDI와 순위가 뒤집혔다.
경쟁사와 대비해 수익성도 견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SDI는 국내 3사 가운데선 유일하게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첨단 제조 생산 세액공제(AMPC) 금액을 제하고도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삼성SDI의 올해 1분기 컨센서스는 매출 5조2098억원, 영업이익 2442억원이다. 아직 삼성SDI는 북미 공장을 가동하기 전이라 AMPC 수령액이 없다.
LG에너지솔루션의 지난 1분기 매출은 6조1287억원, 영업이익은 1573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전년 대비 매출 29.9%, 영업이익은 75.2% 감소하며 전반적인 수익성이 악화했다. AMPC 금액은 1889억원이다. 이를 제외하면 영업손실 316억원으로 사실상 적자다.
SK온은 2000억원 안팎의 분기 영업적자를 기록, 9개 분기 연속 적자를 보일 것이라는 증권가 전망이 나온다. AMPC 수령액도 전년 대비 50% 가량 줄어든 1200억원대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한 중국 업체들의 공세가 여전히 거세지만, 반대로 삼성SDI의 ‘수익성 우위의 질적 성장’ 기조가 회사 실적에도 도움을 줬다는 분석이다. 전기차 캐즘에도 프리미엄 전기차 수요는 상대적으로 탄탄해 삼성SDI의 고품질·고부가 제품이 시장에 먹혀들었다는 평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SDI의 주요 고객사인 BMW, 리비안은 포드·GM과 비교해 프리미엄 세그먼트를 양산하고 있다”면서 “고금리·고물가가 지속되면서 프리미엄 차량일수록 판매량이 늘어나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신형 각형 배터리인 ‘P6’ 제품 판매가 시작되면서 업계 전반이 겪는 적자 경영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분석된다. 고객사인 BMW의 i4/5/7, 아우디의 PHEV가 유럽에서 견조한 판매량을 나타냈고, 북미에선 리비안 R1T/R1S/EDV가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면서 고성장세를 이어갔다는 설명이다.
전혜영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프리미엄 전기차 세그먼트에 속하는 고객사들의 양호한 판매량으로 삼성SDI 출하량은 오히려 전 분기 대비 10%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SDI는 업계 최고 수준의 연구개발 역량을 바탕으로 차세대 제품을 개발해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복안이다. 경쟁사들이 외형 확장에 역량을 쏟을 때 삼성SDI는 기술 역량 개발에 더욱 집중했다. 지난해 연구개발비 규모도 3사 가운데 가장 크다. 총 1조1364억원을 투입,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지출 비중도 국내 1위다.
회사는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인 46시리즈를 비롯해 전고체 배터리 등 고부가 제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46시리즈 양산 시점을 2025년으로 앞당겨 발표했고, 전고체 배터리 양산 목표는 2027년으로 3사 가운데 가장 빠르다. 업계는 연내 46시리즈 관련 수주가 발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해부턴 외형 성장도 함께 챙긴다. 삼성SDI의 올해 설비투자(CAPEX) 규모는 전년(4조3000억원) 대비 대폭 확대될 전망이다. 첫 단독 공장 건설을 추진하는 등 북미 지역 투자도 확대할 계획이다. 삼성SDI 관계자는 “초격자 기술 경쟁력, 최고의 품질, 수익성 우위의 질적 성장 기조를 유지하면서 올해 설비투자 규모도 지속 확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