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톱3를 향해”···현대차·기아 ‘현지맞춤 모델’로 전기차 확산 박차
최근 신흥국서 소형 전기차 개발·생산 추진 가격 경쟁력·공급망 대응력 강화 노린 전략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현대자동차·기아가 2030년 ‘세계 전기차 판매량 톱3’ 목표 달성을 위해 최근 성장성 지닌 신흥시장에서 현지 전략형 전기차(BEV) 확산을 추진 중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인도, 중동 등 신흥 시장을 중심으로 소형의 현지 전략 전기차 모델 생산·출시를 밀어붙이고 있다.
이 같은 전략의 최신 사례를 인도에서 찾을 수 있다. 양사는 전날 인도 배터리셀 제조사 엑사이드 에너지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추후 인도 전용 전기차에 탑재할 배터리셀을 공급받기로 했다. 그간 인도에서 양산된 전기차 중 처음 배터리셀을 현지 조달하는 사례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이번 협력을 계기로 양사는 현지 전략형 전기차 개발·생산에 더욱 힘 쏟을 계획이다. 현대차는 앞서 지난해부터 10년간 3조2500억원을 투입해 현지에서 전기차 생산 시설, 충전 인프라 등을 구축하기로 한 계획과 이번 협업 사례로 시너지를 일으킨다는 방침이다.
타룬 가르그 현대차 인도법인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앞서 지난 2022년 6월 외신에 “소형 전기차의 가격을 최대한 낮추고 비용을 통제하기 위해 현지화율을 최대한 끌어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기아도 인도 등 신흥시장에 인기 내연기관 모델을 활용해 개발한 카렌스EV 등 특화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다. 양사는 이를 통해 해당 모델의 가격 경쟁력을 차별화하고 향후 전기차 전략을 확대할 수 있다. 현대차·기아는 이번에 엑사이드 에너지와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등 전동화 전반에 대한 파트너십 확대를 약속하기도 했다.
◇인도를 교두보로 아중동·남미 공략도 추진 가능
이번 인도 투자를 통해 양사는 인도의 내수 뿐 아니라 주요 완성차 수출국에 전기차를 공급하는 성과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 현대차 인도법인은 현재 남아프리카, 사우디아라비아, 멕시코, 칠레 등 아프리카·중동·중남미 등 신흥 시장에 연간 십여만대씩 수출하고 있다. 베뉴, i10 등 소형차가 주력 모델이다.
현지 매체 비즈니스라인에 따르면 현대차 인도법인이 지난해 수출한 인도산 자동차는 전년(14만8000대) 대비 10% 증가한 16만4000대에 달한다. 현대차가 인도산 자동차로 각 신흥 시장의 판로를 열어놨기 때문에 동급의 전기차를 후속 공급할 여건이 마련된 것으로 분석된다.
인도 정부가 현지에서 전기차를 양산하는 업체에 제공하는 각종 세제혜택을 활용하면 인도산 모델의 수출 경쟁력을 더욱 높일 수 있다. 또한 앞서 인도 인접국에서 전개해온 전기차 전략과 시너지를 창출하는 것도 가능하다.
현대차는 인도산 차량의 수출국 중, 최근 중동시장 공략의 전초기지로 삼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2026년 상반기부터 전기차 등 여러 차종을 생산할 계획이다. 현지 국부펀드(PIF)와 5억달러를 공동 투자해 생산시설을 짓는 중이다. 인도산 모델과 현지 생산 모델로 중동 시장을 다각도로 공략할 수 있는 상황이다.
백종훈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인도남아시아팀 전문연구원은 “인도 전기차 시장은 그간 이륜, 삼륜 등 작은 차 위주로 성장해왔기 때문에 향후 정책에 힘입어 외연이 확대될 여지가 존재한다”며 “또한 인도는 기본적으로 생산기지로서 (원가절감 등) 제품 가격 측면의 메리트가 크기 때문에 현대차가 이를 유의미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현지 생산, 인접국 수출입을 병행해 촘촘한 전기차 공급망을 형성하면 특정 지역에서 공급 차질을 빚어도 각 권역에 미치는 여파에 대응할 수 있다. 실제 현대차·기아는 인도 내 전기차 투자를 통해 글로벌 전기차 공급망 이슈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기아 관계자는 “(인도 배터리셀 현지화를 통해) 배터리 공급망 다변화 및 안정화도 꾀할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세계 경제에 확산되고 있는 지정학적 불확실성에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전기차 시장 성장중, 점유율 경쟁 유효
현대차·기아가 소형의 현지 전략 모델로 각국에서 맞춤 공략을 추진하는 배경에 시장 점유율 확대 목표가 담겼다는 분석이다. 양사는 2030년 판매량 기준 세계 3위권 기업에 자리매김하겠다는 목표를 유지하는 중이다. 최근 전기차 시장 성장세의 둔화로 전동화 차량 대안인 하이브리드차의 투자 비중을 늘렸지만, 중장기적 관점에서 최상위권 전기차 브랜드로 발돋움하려는 포부를 실행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차그룹의 목표 달성 시점까지 5년여 기간 남은 현재, 전기차 시장의 발전 흐름이 주춤한 것은 ‘점유율 확대’라는 전략에 대한 확신을 오히려 키워준다는 관측이다. 성장 과도기에 놓인 시장에서 통상 제품 점유율 확대가 기업 입지 강화의 관건으로 꼽히는 가운데, 현대차·기아가 최근 이를 위한 시간을 벌었다는 분석이다.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볼륨을 끌어올릴 수 있는 소형차 수요 공략에 힘쓰는 것도 이 같은 중장기 전략의 일부로 해석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앞으로도 신규 전기차 전용 공장과 혁신적인 차세대 전기차를 글로벌 시장에 선보이며 2030년 전기차 글로벌 톱3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