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넘치는 신영證, 오너와 대표만 자사주 성과급 받는 이유는?

원종석 6399주·황성엽 2800주 수령···2년연속 오너·대표만 자사주 성과급 장내매수·자사주 매입·자사주 성과급으로 신영증권 오너일가 지배력 확대

2024-04-03     이승용 기자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신영증권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원종석 회장과 황성엽 대표에게만 성과급으로 자사주를 지급했다.

신영증권 지분율이 낮은 원 회장은 장내 매수와 더불어 매년 신영증권이 성과급으로 지급한 자사주의 대부분을 수령하며 지배력을 꾸준히 높여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신영증권이 과도하게 자사주 사들임으로써 오너일가의 지배력을 편법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지적이 그치지 않고 있는 상황에도 자사주 소각 대신 성과급 지급으로 일반 주주들의 주주가치를 한층 더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 신영증권, 오너와 대표만 자사주 성과급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신영증권은 지난달 28일 성과보상 지급 대상자를 대상으로 보통주 자사주 9199주를 처분했다고 1일 공시했다. 이는 지난달 28일 종가 6만3700원 기준 5억8598만원에 해당한다.

자사주 성과급 수령자는 원종석 회장과 황성엽 대표뿐이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신영증권이 공시한 처분 자사주 주식수는 9199주인데 원 회장은 6399주, 황 대표는 각각 2800주를 받았다는 지분변동 내역을 1일 공시했다. 지난달 28일 종가기준 금액으로 보면 원 회장은 4억762만원, 황 대표는 1억7836만원이다.

통상 성과급으로 자사주를 지급하는 것은 종종 있는 일이다. 대신증권도 매년 임원들에게 자사주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신영증권은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 임원을 제외하고 오너인 원 회장과 황 대표 등 2명에게만 자사주를 성과급으로 지급했다.

신영증권은 지난 2023년 3월 30일 자사주 5688주를 성과급 명목으로 처분했다. 당시에도 원 회장과 황 대표만 받았다. 원 회장은 3888주, 황 대표는 1800주를 받았고 금액으로는 원 회장이 2억1734만원, 황 대표가 1억62만원에 해당했다.

이전부터도 신영증권은 성과급으로 지급한 자사주의 대부분은 원 회장과 대표에만 주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2022년 3월에는 자사주 8941주를 성과급으로 지급했는데 원 회장이 6684주, 황 대표가 1200주 등 총 8884주를 받았다.

그 이전도 마찬가지였다. 2021년 3월에는 신영증권이 처분한 자사주 5518주 가운데 원 회장이 4000주를 성과급으로 받았고 2020년 3월에는 처분한 자사주 6994주 가운데 5075주를 원 회장이 성과급으로 받았다.

원 회장은 20년 넘게 꾸준하게 신영증권 주식을 장내매수하며 지분율을 높여왔다. 원 회장이 장내 매수에 이어 성과급으로도 자사주를 꾸준히 받으면서 원 회장의 지분율 증가 속도는 한층 가팔라지고 있다.

지난달 28일 자사주 성과급 지급으로 원 회장의 지분율은 기존 7.89%(129만7818주)에서 7.93%(130만4217주)로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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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영권 방어용 자사주 매입···소각 대신 성과급?

원국희 신영증권 명예회장은 1956년 설립된 신영증권을 1971년 인수했지만 지분율이 낮았기에 적대적 M&A에 약점을 가지고 있었다. 1998년 당시 오너일가 등 특수관계인 지분은 14.49%에 불과했고 아들인 원종석 회장의 지분율은 1999년 당시 0.31%(5만402주)에 불과했다.

원종석 회장은 이후 20년 넘도록 신영증권 주식을 꾸준히 장중 매수하면서 지분율을 높여왔다. 그는 중앙대 토목공학과 출신으로 1988년 신영증권에 입사한 이후 경영수업을 받았고 2005년에는 사장, 2016년에는 부회장, 2021년에는 회장에 올랐다.

원 회장이 장내 매수와 더불어 취했던 전략이 신영증권의 자사주 매입이다. 신영증권은 지난 2000년부터 꾸준히 자사주를 사들였다. 보통주와 우선주 모두 매수했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제3자에게 매각되면 의결권이 부활한다. 신영증권은 2007년 코리안리와 상호 백기사 관계를 만들기도 했다. 신영증권이 코리안리 지분을 4.42%, 코리안리가 신영증권 지분 6.55%를 서로 교차 보유하는 방식이다. 원 회장과 고 원혁희 코리안리 회장은 원주 원씨 종친 관계로 알려져 있다.

자사주는 제3자에게 매각하지 않더라도 의결권이 없기에 신영증권 오너 일가는 적은 지분으로도 실질적 지배력을 확대할 수 있었다. 배당 역시 자사주를 제외하고 배당하기에 오너일가가 받는 배당금 역시 늘어난다.

이를 놓고 개인 명의 자금이 아니라 회삿돈으로 오너일가의 의결권 및 배당금을 확대하는 효과를 냈다는 비판이 그치지 않아 왔다.

신영증권 우선주의 경우 지난해 9월말 기준 전체 우선주 발행주식 705만3763주 가운데 74.5%에 해당하는 526만2283주가 자사주였다. 오너일가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11.12%(78만4623주)에 불과했지만 자사주를 제외하면 실질 지분율은 43.8%에 달했다.

결국 신영증권 우선주의 경우 과도하게 자사주를 매입함으로써 거래량이 극도로 줄어들었고 지난해 7월 1일 한국거래소로부터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 제64조 및 제154조에 따르면 월평균거래량이 1만주 미만이면 거래량 요건 미달에 따라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신영증권은 지난해 12월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전환 비율은 우선주 1주당 보통주 1주다. 오는 7일까지 보통주 전환을 신청하지 않더라도 이후 우선주는 보통주로 자동 전환된다.

오는 7일 우선주가 보통주로 전량 전환되면 신영증권 자사주 비중은 압도적으로 높아진다. 전체 발행주식 수 1644만주 가운데 자사주는 843만11주로 51.28%에 달할 전망이다. 이는 자사주 비중이 42.7%에 달하는 부국증권을 제치고 자사주 비중이 가장 높은 증권사로 올라서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밸류업 프로그램에 신영증권 등이 동참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신영증권 주가는 올해 초 5만원대 후반에서 2월부터 6만원대로 올라선 상태다.

하지만 신영증권이 올해도 원 회장과 황 대표에게만 자사주 성과급을 지급하면서 앞으로도 신영증권은 자사주를 오너일가의 지배력 확대에만 쓰겠다는 뜻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