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린 주총’ 제약·바이오 수장 교체···성장·쇄신 모색

정기 주총 끝난 제약바이오, 새로운 수장 맞이 분주 2인 이상 각자 대표 체제···사업별 시너지 확대 집중

2024-04-01     최다은 기자

[시사저널e=최다은 기자]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올해 정기 주주총회가 마무리된 가운데 일부 기업들이 신임 대표를 선임하며 분위기 쇄신에 들어갔다. 새로운 수장과 함께 ‘위기 돌파’와 ‘혁신 성장’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신임 대표를 내세워 경영 전략을 고도화하겠다는 비전을 내세웠다. 조직에서 경영 능력을 인정받은 전문경영인을 배치해 효율성을 높이고, 대표이사가 2명 이상인 기업은 각자 대표 체제로 전문화된 리더십을 강화한다는 목표다.

국내 제약사 신임 대표 선임./ 표=김은실 디자이너

대웅제약은 지난 28일 이사회를 열고 박성수 신임 대표이사 선임 안건을 의결했다. 이번에 선임된 박 대표는 글로벌사업과 연구개발(R&D)를, 지난 2022년 선임된 이창재 대표는 국내 사업과 마케팅을 총괄할 방침이다. 대웅제약은 박성수 신임 대표의 합류로, 이창재 대표와 각자 대표 체제를 이어갈 방침이다.

박 대표는 앞서 보툴리눔 톡신제제 ‘나보타’의 미국 FDA 승인을 주도한 바 있다. 2021년에 부사장으로 승진한 이후 나보타본부와 글로벌사업본부, 바이오R&D본부와 법무실을 총괄해왔다. 나보타 전 세계 70개국에 성공적으로 진출하면서 재임 기간 실적을 20배 이상 성장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박 대표는 취임과 함께 “영업이익 1조 원 시대를 열겠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1품 1조 신약 블록버스터 육성, 신약개발 전문기업 도약, 대웅제약 기업가치 20조 달성 등의 비전을 제시했다. 대웅제약의 3대 신약 나보타,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펙수클루’, 당뇨병 치료제 ‘엔블로’를 1품 1조 글로벌 블록버스터로 만들겠다는 목표다. 또 특발성 폐섬유증 신약으로 개발 중인 ‘베르시포로신’ 등 유망 신제품들을 제2의 나보타로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JW홀딩스는 지난 27일 열린 정기주주총회 이후 이사회를 열고 JW생명과학의 차성남 대표를 신규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차성남 대표는 2015년부터 9년여간 JW생명과학을 이끌었다. 앞으로 지주사 JW홀딩스 대표이사직과 함께 JW바이오사이언스, JW생활건강 대표이사를 겸직한다.

국내 바이오 기업 신임 대표 선임./ 표=김은실 디자이너

차 대표를 대신해 JW생명과학 신임 대표 자리에는 함은경 대표가 선임됐다. 함은경 대표는 2017년부터 2021년까지 JW바이오사이언스, 2020년부터 JW메디칼 대표이사를 맡았다. 앞으로 JW생명과학과 JW메디칼 대표이사를 겸직한다.

JW홀딩스 관계자는 “그룹 내 다양한 주요 사업과 성과를 이끌어왔던 전문경영인의 배치로 새로운 성장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JW그룹은 지난해 12월 진행된 조직개편과 임원인사 후속 조치로 대표이사 선임을 진행했다는 설명이다.

이 밖에도 종근당은 종근당홀딩스에 최희남 대표이사를, 종근당바이오에 박완갑 대표이사를 각각 선임했다.

지놈앤컴퍼니는 지난 28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홍유석 총괄대표를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지놈앤컴퍼니는 기존 배지수, 박한수 2인 대표 체제로 운영돼왔다. 다만 홍유석 대표 합류 이후 3인 각자 대표 체제로 전환해 전문성과 경영 효율성을 제고하겠다는 목표다.

홍유석 대표는 총괄대표로 회사 전반의 전략과 신약개발 기반 사업개발(BD), 해외 자회사 사업 강화 등에 집중할 계획이다. 박한수 대표는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배지수 대표는 해외사업 및 국내 컨슈머사업 등 신사업 추진에 전념할 방침이다.

지놈앤컴퍼니 관계자는 “3인 각자 대표 체제로 개발 중인 신약후보물질 사업화 및 글로벌 제약사와 파트너십, 해외 자회사 사업 확대 등에서 역량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사업별로 전문성이 높은 대표를 신규로 선임하는 2인 이상의 각자대표 체제 전환이 활발해지고 있다. 기존에 성과를 창출해오던 대표는 연임, 역량 강화가 필요한 사업 부문에서는 전문성을 갖춘 전문경영인을 영입해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는 구상이다.

한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새로운 대표를 선임한 기업들을 보면 CTO 출신 인사를 대표로 선임하거나, 글로벌 사업에서 성과를 낸 전문경영인을 신규 선임하는 등 역량 제고가 필요한 사업에서 각자 대표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며 “경영 전반의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고 신사업과 시너지를 높이려는 니즈가 강해지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성과가 좋았던 전통 제약사들은 기존 대표 연임으로 체제를 유지하되 성과를 인정받은 인재를 신임 대표를 선임하는 분위기”라며 “바이오 업계는 글로벌 기술이전과 위기 돌파를 목표로 글로벌 사업에 특화된 외부 인사 영입을 늘리고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