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자사주 소각’ NH투자증권, 증권업종 시총 2위 굳힐까

500억원 규모 자사주 취득 후 소각 결정 2015년 합병으로 출범한 후 자사주 소각은 처음 자사주 소각 주가에 긍정적 평가···12일 주가 2.9% 상승

2024-03-12     송준영 기자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NH투자증권이 출범 후 처음으로 자사주 소각 카드를 꺼내든 가운데 증권업계 시가총액 2위 자리를 굳힐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적극적인 주주환원책으로 평가되는 자사주 소각은 최근 정부의 ‘기업 밸류업 정책’과 맞물려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요인으로 평가된다.

1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NH투자증권은 전날 대비 2.9% 상승한 1만2050원에 장을 마감했다. NH투자증권은 이날 장중 1만2140원까지 오르며 52주 신고가를 쓰기도 했다. 이날 미래에셋증권(-1.39%), 삼성증권(-1.01%), 한국금융지주(-0.74%) 등 시가총액 상위 증권주 대부분이 하락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눈에 띄는 상승폭이다.

NH투자증권의 이날 주가 상승은 주주환원과 관련된 공시 영향으로 풀이된다. NH투자증권은 이날 500억원 규모인 보통주 417만3622주를 취득해 소각한다고 밝혔다. 자사주 취득은 이날부터 6월 11일까지 장내매수를 통해 진행되며 이후 자사주를 소각할 예정이다. 자사주 취득과 소각은 우리투자증권과 농협증권이 합병해 NH투자증권으로 출범한 2015년 이후 처음이다.

NH투자증권이 주주가치 제고에 나서면서 시가총액(우선주 제외) 2위 자리를 공고히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날 장 마감 기준 NH투자증권의 시가총액은 3조9966억원으로 미래에셋증권(4조7336억원)에 이은 2위다. NH투자증권 뒤를 한국금융지주(3조7504억원)와 삼성증권(3조5184억원)이 쫓고 있다.

12일 종가 기준. 우선주 제외. / 표=김은실 디자이너.

증권사 시가총액 2위 자리는 최근 1년 동안 계속해서 바뀌었는데, 1년 전의 경우 한국금융지주가 시가총액 2위였고 지난해 말에는 삼성증권이 시가총액 2위를 차지한 바 있다. 시가총액 차이가 크지 않아 실적과 주주환원 정책에 따라 언제든 순위가 뒤바뀔 수 있는 자리인 것이다.

최근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정책 영향에 주주환원에 나서는 상장사들이 주목받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은 NH투자증권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부분으로 평가된다. 이날 기준 상위권 대형 증권사 중에서는 미래에셋증권과 NH투자증권을 제외하면 자사주 소각 계획을 밝힌 증권사는 없는 상태다.  

증권가에서도 기대감을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대표적으로 이번 주주가치 제고 정책을 예상한 남영탁 흥국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말 발간한 보고서에서 “시장친화적인 주주환원정책은 지속될 것”이라며 목표주가를 기존 1만2500원에서 1만3500원으로 상향하기도 했다.

NH투자증권도 주주환원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계획이다. NH투자증권 측은 앞으로도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지속해서 자사주 매입 후 소각을 실시할 예정이며 그 규모는 당기순이익(별도기준)에서 현금배당과 법정적립금을 차감한 재원의 50% 한도 이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서는 주가가 우상향하기 위해선 결국 실적이 뒷받침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한 투자업계 전문가는 “증권주가 국내 증시 부양을 위한 밸류업 정책 영향에 상승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이슈를 비롯한 업황 우려가 남아 있다”며 “결국 주주환원 기대가 지속 돼 주가가 상승하기 위해선 실적이 뒷받침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