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올릴 때랑 다르네···“정부·한전 2분기 전기료 움직임 잠잠”
정부 이달중 2분기 전기료 결정···한전 실적 개선·선거 임박 감안 동결 가능성 “연료비 하락 대비 SMP 하락 미미”···“전기료 인상, 문제 해결 유일한 방법”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정부가 조만간 올해 2분기 전기요금을 결정할 예정이다. 다음달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부담이 큰 전기료 인상을 단행하긴 쉽지 않단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최근 한국전력공사가 실적 개선을 보인 것도 전기료 동결 명분을 더해주고 있다. 정부와 한국전력도 과거 인상때에 비해 전기료 관련 움직임이 잠잠한 가운데, 천문학적인 한전 부채 상황을 감안할 때 선거나 일시적 실적개선으로 전기료 인상을 멈출 상황이 아니란 지적이 제기된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중순쯤 올해 2분기 전기요금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특별한 사정이 생기지 않는다면 한국전력이 산업통상자원부에 2분기 연료비 조정요금에 대한 의견을 제시한 뒤 정부가 20일 정도에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기료 결정에 영향을 주는 한국전력 실적은 최근 개선 조짐이 보이고 있다. 2022년 32조634조원의 사상 최대 영업손실을 냈던 한전은 지난해 4조569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 적자규모를 크게 줄였다. 특히 지난해 3분기와 4분기는 흑자 전환했다.
이는 전력생산비에 영향을 주는 석탄, 액화천연가스 등 국제 연료가격이 하락과 전기료 인상이 복합 작용한 결과란 분석이다.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한 때 8~9달러/MMBtu 수준까지 올랐던 천연가스 가격은 최근 1달러 대까지 떨어졌다. 전기요금도 2022년 이후 kWh당 40%(40.4원) 올랐다. 이에 한전의 전력구입단가는 2022년 kHh당 162원에서 지난해 145원으로 줄었으나 같은기간 판매 단가는 120.5원에서 152.8원으로 오르며 역마진 상태가 해소됐다.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때 굉장히 비쌌던 천연가스 가격이 지금 역대 최하 수준까지 내려가면서 한전 경영수지 개선에 영향을 줬다”며 “천연가스값 하락으로 SMP(전력도매가격)도 떨어지게 되면서 한전이 낮은 돈에 전기를 사서 소비자에게 전기를 팔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전을 둘러싼 리스크는 여전하단 분석이다. 부채비율은 2021년 223%, 2022년 459%, 2023년 543%로 계속 높아지고 있고, 200조원대 부채로 내야하는 이자비용만 4조원이 넘는다. 그간 빚 돌려막기로 버텨온 한전의 채권 발행 여력 또한 상당히 떨어진 상태다.
한전을 둘러싼 긍부정요인이 혼재한 가운데 정부가 전기요금 정책을 어떻게 가져갈지 주목된다. 전력업계와 전문가들은 당분간 요금인상 기조가 유지돼야 한단 의견을 내놓는다. 한전 관계자는 “지난 3~4분기엔 흑자 전환이 됐지만 그간 누적된 적자가 워낙 많다. 사용자 입장에선 안올리는게 좋지만 한전 상황을 정상화하기 위해선 인상이 필요하다”며 “인상 수준, 한전 수입과 관련된 유가, 환율 등 외부요인이 드라마틱하게 개선되지 않는다면 어느정도 조정은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천연가스 가격 하락이 온전히 SMP 가격하락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단 점도 변수다. 전원구조가 과거에 비해 굉장히 비싸지면서 유가나 천연가스 가격 하락 수준에 비해 SMP 가격 하락이 미미한 상황이다. 저렴하단 평가를 받는 원전이나 석탄 비중이 줄어들고 상대적으로 비싼 천연가스, 신재생에너지가 많이 늘어나 전기 공급 구조 자체가 굉장히 비싸졌다.
SMP 가격이 하락이 미미하다보니 한전 경영이 제대로 개선되지 못하고 있단 지적이다. 손 교수는 “한전 체질개선을 위해선 전기요금을 올려야 한다. 그 외엔 아무 방법이 없다”며 “아무리 경영개선을 하더라도 한전 같은 규모의 회사가 직원 급여를 좀 줄이고 일부 부동산 매각한다고 해결되진 않는다”고 진단했다. 역마진 구조를 막는게 근본 해결책이고, 그간 쌓인 부채가 너무 심해 소폭 흑자만 보고 전기료 인상을 멈춰선 안된단 조언이다.
박종배 건국대 전기공학과 교수는 “부채 비율이 정상화될 때까지는 요금을 올려야 하고 관리가 되는 순간 요금을 시장가격에 따라 관리하는 메커니즘 도입이 필요하다”며 “지금 당장 한전이 수익성을 보인다고 요금인하를 하는 식으로 하면 궁극적으로 이자비용이 국민에게 돌아가게 된다”고 말했다. 정상 상황이 될 때까지 요금은 시장원리에 맡겨두고, 국민 동의를 위해 한전도 사전에 약속한 자구책을 집행해야 한단 지적이다.
하지만, 다음달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2분기 전기요금을 올리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단 분석이다. 지난해 정부가 전기료 인상여부를 결정할 당시 한전에 적자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필요한 전기료 인상 수준을 요청해 공개한 바 있으나 이번엔 이런 움직임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또, 지난해 연말 한전은 한전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자회사들로부터 중간배당을 받았는데 이것 또한 적어도 선거 때까진 채권 발생 한도도달 등 적자 때문에 생길 수 있는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포석이 아니냔 관측도 나온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전기요금은 정치적으로 굉장히 민감한 사안”이라며 “아무도 총선 전 전기요금을 올리잔 얘긴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무리 선거를 앞두더라도 가격 신호를 조금이라도 줘야 한단 지적이 제기된다. 박 교수는 “지금 누적적자가 워낙 크고 하루아침에 정상화될 수 없는 재무구조”라며 “짧게는 5년 정도 걸릴텐데 그 사이에 나가는 이자비용이 상당하기에 정치적으로 부담되더라도 2분기에 조금이라도 요금 정상화에 대한 가격 신호를 주는게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