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우리은행 IB사무실 여의도 이전은 언제쯤
나머지 시중은행, IB 조직은 따로 떼 여의도에 보내 IB는 네트워크 사업···금융 중심지 여의도에 있어야 유리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대형 시중은행은 국내 금융업을 이끌지만 본점은 대부분 '금융 중심지'인 여의도에 있진 않다. 신한·하나·우리은행의 본점과 모기업인 금융지주 모두 서울 ‘4대문’ 안에 자리 잡았다. KB국민은행만 여의도에 본점이 있을 뿐이다. KB도 2015년 전까지 모기업인 KB금융지주는 명동에 위치한 옛 국민은행 본점에 있었다. 고종황제의 윤허를 받아 설립된 대한천일은행이 명동에 터를 잡으면서 이 주변이 은행가로 형성된 결과다.
그런데 시중은행의 본점 조직 중 투자금융(IB) 부서는 예외다. 여의도에 따로 사무실을 뒀다. 신한·하나은행의 IB 조직은 그룹 증권 계열사의 사옥에 자리잡고 있다. KB국민은행은 본점 자체가 여의도다. 지방은행인 경남·전북은행도 IB부서는 서울에 있다.
은행이 IB 부서를 여의도로 따로 떼낸 이유는 IB 사업이 인적 네트워크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딜을 발굴하고 투자자들을 모으는 것 모두 전문가들이 기업, 기관투자자와 쌓은 관계를 통해서 진행된다. 이런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한 인프라가 갖춰진 곳이 여의도다. 대형 증권사·자산운용사 등이 모여있는 여의도는 국내 자본시장의 중심이다. 이에 시중은행은 IB 담당자들을 여의도로 보내 기업 관계자들을 더 많이 만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은행만 IB 부서가 여의도가 아닌 명동 본점에 있다. 업계에선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우리은행은 다른 은행들보다 더 IB사업에 집중해야 하는데도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것이다. 우리금융지주는 증권 계열사가 없기에 우리은행이 그룹 IB 사업을 책임져야 한다.
특히 IB사업은 우리은행처럼 전통 은행들이 디지털화 속에서 미래 생존을 보장해줄 사업으로 꼽힌다. IB는 인적 네트워크로 이뤄지는 사업이다 보니 디지털 기술로 무장한 빅테크(거대 정보기술 업체)가 쉽사리 넘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더구나 카카오뱅크 등을 비롯한 인터넷은행들이 개인금융시장에서 영향력이 커졌기에 IB사업의 중요성은 전문가들이 작성한 미래 전망 보고서에만 나오는 내용이 아닌 '현실'이 됐다.
최근 우리은행의 모기업인 우리금융지주는 우리종합금융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IB 사업 강화에 나섰다. 일각에선 우리종금이 본점도 여의도로 이전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은행 IB 사무실 이전에 대한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연초 조직개편으로 본점 내에서 부서 자리배치만 바뀌었을 뿐이다.
내부에서도 불만이 많다. 조직을 여의도로 옮기자고 예전부터 건의가 있었지만 번번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다 보니 조직원들 사이에서 좋지 않은 소문도 나온다. ‘관련 임원들이 윗선의 눈 밖에 나기 싫어 본점을 벗어나길 꺼려한다’는 억측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사무실의 위치가 사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것은 아니다. 모기업인 우리금융이 증권 계열사를 갖춰야하는 것에 비하면 IB 사무실이 어디냐는 사소한 문제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우리금융은 최근 소형 증권사인 포스증권을 인수해 우리종금과 합병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우리금융은 한 해 3조원 가까운 이익을 낼 만큼 자금력이 있기에 증권 계열사를 갖추면 IB사업도 탄력이 금방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치열한 경쟁에서 사소한 것 하나로 승패가 좌우되는 쉽게 찾을 수 있다. 더구나 우리은행과 우리금융은 IB사업에서 다른 금융지주에 뒤처져 있다. 세밀한 부분 하나하나 챙기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