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대책-6] ”저출산으로 인한 국가 위기 의식 공감 안된다”
”구성원 욕구·인식 다양화···출산은 개인 선택의 문제”
[시사저널e=김지원 기자] 대한민국이 위기를 맞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우리나라 출산율은 0.66명까지 감소했다. 이대로 가면 2750년에는 대한민국이란 나라가 세계지도에서 지워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아이가 태어나지 않는 나라 대한민국에서 다시 우렁찬 아이들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100명의 입을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되살릴 방법을 들어본다. [편집자 주]
30대 중반 김보하 씨(가명, 36세)는 강남에서 홀로 자취하며 근처 직장으로 출퇴근한다. 결혼은 진지하게 생각해 본적이 없다. 그렇다고 비혼주의도 아니다. 다만 결혼이나 출산이 아직은 남일처럼 느껴진다.
그는 서울에 있는 명문대학교를 졸업하고 어머니와 프랜차이즈 음식점을 운영했다. 팬데믹 등 어려운 시기를 거치며 가게를 정리하고 최근 현 직장에 취직했다. 현재는 직장에 적응하는 것이 먼저라는 생각이다. 출퇴근을 위해 근처에 자취방도 얻었다.
가끔씩 무료한 일상 속에 누군가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을 누군가를 만난다는 게 많이 어렵게 느껴진다. 국가도 저출산이 문제라고만 하지, 왜 문제인지 젊은 세대의 인식과 생각은 무엇인지 아는 것 같지 않다.
Q. 저출산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국가와 사회가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문제가 있다’고만 하는 것 같다. ‘저출산이 문제’인 이유를 국가가 젊은 사람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 저출산이 사회적 문제로 여겨지지도 않고, 해결해야하는 이유도 잘 모르겠다. 인구 구조 변화에 따른 저성장, 연금부담 등이 아직 와닿지 않는다. 사회구조가 변했다. 인구가 어느 정도 있어야 유지됐던 과거의 사회는 아니지 않나. 사회나 국가가 어느정도의 인구가 있어야 유지되는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한 것으로 안다.”
Q.인식이나 접근 자체가 틀렸다는 뜻인가
“요즘 사람들은 출산을 개인 선택의 문제라고 여기지, 국가적 문제나 사회적 구조 때문에 낳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젊은 세대는 더 이상 국가적인 문제 해결에 개인의 가치관을 꺾지 않는다. 이전에는 경제적 발전이란 목표에 개인도 공감하고 노력했다. 개인적 목표가 사회의 목표와도 일치했다. 최근 구성원의 욕구와 생각은 다양화됐다. 저출산이 문제라는 데 대해 모두가 공감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
Q. 정부가 내놓은 저출산 대책은 어떻게 보나
“저출산 대책위원회에서 내놓은 대부분 정책은 저출산 대책이 아닌 ‘복지정책’이라고 생각한다. 효과를 모르겠다. 저출산 해결 대책이라면 출산을 유인하는 성격이어야 한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게 유도하고 생각의 변화를 끌어내야 저출산 대책이다. 현 저출산 대책 중 하나인 경제적 지원 등은 이미 출산을 계획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복지 정책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효과가 없다. 출산 생각이 없었던 사람이 아이를 낳고 싶게 만드는 효과가 없다. 유연근무, 육아휴직 등 출산과 육아를 위한 시간을 확보해주는 정책 정도가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Q.경제적 지원이 저출산에 도움이 안된다는 건가
“자금 지원이 실질적으로 출산율을 늘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아이를 낳고 안낳고는 돈 문제가 아니다. 아이를 낳지 않는 건 단순히 돈이 많이 들어서가 아니다. 자금 지원은 사실상 아이를 낳는 사람과 출산을 하지 않는 사람 간 간극만 커지게 할 뿐이다. ‘출산하면 경제적으로 지원해주니까 나도 아기 낳아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
Q. 출산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나
“문득 생각날 때도 있지만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왜 아이를 안 낳아?’라는 물음보다 ‘왜 아이를 낳아?’라는 물음이 더 이해되는 편이다. 내 삶을 만들어가는 것만으로도 버겁고 힘든데, 아이를 낳으면 그 인생을 행복하게 만드는 평생의 책임이 무거울 것 같다. 우리 모두는 행복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알지 않나. 내가 할 수 없는 것을 하려고 노력하기보다,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후회를 최소화하고 싶은 거다.”
Q. 아이를 전혀 낳고 싶지 않은 건가
“그건 아니다. 무조건 안 낳겠다는 건 아니고, 좋은 사람을 만나고 가정을 이루면 낳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또래가 다들 비슷한 생각인 것 같다. 어떤 동기가 있다면 낳을 수 있다.”
Q. 낮은 혼인 건수가 저출산 원인이라고 보는가
“영향이 있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를 만난다는 게 원래 어렵지 않나. 또 사회도 최근 남녀 갈등으로 서로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 개개인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조차 알기 어려운 분위기다. 다들 너무 관련 문제에 민감하다. 개개인의 가치관, 출산, 결혼에 대한 생각을 알아보기 전에 ‘20~30대 남성은 이럴 거야’, ‘젊은 여성의 생각은 이래’ 등 남성과 여성이 집단으로 묶여서 파악되는 상황이라고나 할까. 개인대 개인으로 터놓고 가치관을 공유하기가 어려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