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대책-7] “우리 아이는 돌봄 사각지대에 놓였어요”

“선생님학·부모에게 모두 부담인 교육 환경” “안정적 지원 받을 수 있도록 제도 개선 됐으면”

2024-03-18     박금재 기자
저출산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김현수씨(36)는 세 아이들을 키우는 일이 힘들지만 가장 큰 취미가 됐다고 말했다. 사진은 김현수씨의 두 딸 모습. / 사진=시사저널e 

[시사저널e=박금재 기자] 대한민국이 위기를 맞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우리나라 출산율은 0.66명까지 감소했다. 이대로 가면 2750년에는 대한민국이란 나라가 세계지도에서 지워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아이가 태어나지 않는 나라 대한민국에서 다시 우렁찬 아이들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100명의 입을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되살릴 방법을 들어본다. [편집자 주]

“학교에서 훈육이 어려워진 탓에 요즘은 아이가 말을 듣지 않으면 그냥 집으로 보내버립니다. 교사나 학부모나 모두에게 부담인 교육 환경입니다.“

학원강사로 일하는 김현수씨(36, 가명)는 이제 막 초등학교에 진학한 첫 아이를 두고 고민이 깊다. 아이는 경미한 ADHD를 앓고 있다. 또래 아이들과 어울리는 데 어려움을 겪지만 이를 보완해줄 제도적 장치는 없다.

김 씨는 첫 아이를 교육청에 데리고 가서 평가도 받았지만 특수반에 들어갈 정도는 아니라는 결과만 받았다. 특수반에 들어갈 수도 없고 일반학급에도 적응을 힘들어 할 첫째 아이에게 학교가 제공할 수 있는 돌봄 지원은 찾을 수 없었다.  

영국에는 학교에 특별한 교육을 필요로 하는 학생을 위한 프로그램이 있는데 이를 SEND(Special Education Needs and Disabilities)라고 줄여서 말한다. 일반학교에 다니는 아이가 사회성 장애, ADHD와 같은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도움을 받아야 할 경우 해당 지역의 지방기관에서 일반학교로 SEND 특수교사를 보내 교육을 받는 시스템이다. 

Q. 일반 기업에 다니는 일과 달리 학원 강사로서 아이를 양육하는 데 겪었던 어려움이 있었는가

“아무래도 학원이 갖춘 육아 정책이나 지원이 전혀 없다보니 출산부터 양육까지 모두 어려웠다. 금전 지원이나 휴가도 없고 그나마 동료 강사와 수업 시간을 겨우 바꿔 아내의 출산을 지켜볼 수 있었다. 첫 아이를 갖던 당시 집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오랜 기간 주말부부로 생활했다. 육아에 당연히 관여를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수입이 끊어지면 안된다는 생각에 직업을 바꿀 생각을 차마 하지 못했다.“

Q. 첫 아이가 이제 초등학교를 갔다. 진학 과정에서 고민 됐던 점은 무엇인가

“초등학교 진학 과정에 어려움이 많았다. 첫째 아이가 경미한 ADHD를 앓고 있는 상태라 사회성이 조금 떨어진다. 어렸을 때 처가인 완도의 작은 섬에서 아이를 키운 탓에 어린이집을 보내지 못한 점도 사회성 부족의 한 요인이 됐던 것 같다. 하지만 학습은 가능하다. 오히려 학업성취도는 또래에 비해 조금 높은 수준이다. 일반 학교에 보내도 될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결국 교육청에서 평가를 받았다. 교육청에서 특수반을 가야하는 상황은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일반 학급에서 아이들과 잘 어울릴 수 있을지 아직도 걱정이다.“

Q. ADHD를 갖고 있는 첫째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가

“현재 언어치료센터를 다니고 있다. 정부에서 매달 지원금 16만원이 나온다. 하지만 센터 한 곳만 가도 월 22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그렇다고 한 군데만 다녀서 되는 것이 아니다. 관련된 치료를 받기 위해 두세곳의 기관을 다니고 있는데 월 40만~50만원이 들어간다. 물론 정부에서 일부라도 부담해주는 것이 고맙지만 1년마다 재평가도 받아야 한다. 다자녀가구라 지금까지는 조금 유리한 상황에서 지원을 받았던 것 같은데 갑자기 평가에서 탈락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안정적으로 오랜 기간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가 개선됐으면 좋겠다.“  

Q. 사교육은 어떻게 시키고 있고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세우고 있는가

“첫째는 태권도 학원에 다니고 있다. 미술학원에도 보내려고 한다. 아이를 교육하려는 것이 아니라 저녁까지 학원을 가지 않으면 아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보통 아이들은 방과후 수업에 들어가기도 하는데 첫째 아이는 방과후 수업까지 고려하는 것이 어렵다. 예전과는 다르게 학교에서 훈육이 어렵다보니 첫째 아이와 같이 특수한 상황에 있는 아이는 수업을 아예 못듣기도 한다고 들었다. 요즘 일부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의 학부모들은 언제 집에 데려가라고 할지 모르니 학교 앞에서 기다리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Q. 첫 아이를 키우는 과정과 둘째, 셋째를 키우는 과정에서 정부 정책이 달라진 것이 체감이 됐나

“지원금 규모가 늘어난 것이 체감이 많이 된다. 부모급여가 점점 늘었다. 다른 혜택도 많이 생겼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혜택의 기간이 짧다는 것이다. 아이가 자라면서 필요한 것은 점점 많아지는데 정부의 지원 기간이 조금 더 늘어난다면 좋겠다. 더불어 신생아 특례대출이 생겼는데 2023년생까지만 받을 수 있어 2022년생인 셋째는 받지 못했던 것도 아쉬웠다.“

Q. 미래의 신혼부부와 예비부모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

“비교적 어린 나이에 아이들을 키우게 돼서 친구들이 아쉬운 점은 없냐고 많이 묻곤 하는데 지금 내게는 아이를 키우는 것이 가장 행복하다. 아이 돌보기가 취미가 돼버렸다. 첫째를 낳았을 때는 여러 불안감 때문에 걱정이 많이 됐지만 막상 길러보니 둘이나 셋을 키우는 게 더 좋은 것 같다. 정부의 적절한 지원책만 마련된다면 꼭 둘이나 셋을 기르는 것을 권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