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바이오⑥] DXVX ‘임종윤’ 경영 능력 도마 위···재무여건 악화일로

DXVX, 지난해 매출 전년 대비 45.2%↑ R&D 조직 확대, 판관비 늘면서 수익성 악화 한미약품 경영권 분쟁, DXVX 사업 향방은

2024-02-21     최다은 기자

[시사저널e=최다은 기자] 한미약품 임종윤 사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DXVX의 재무 여건이 악화일로를 걷는 모양새다. 임 사장은 DXVX 인수 당시 한미약품 연구인력과 임원진 인사들은 대거 영입했지만, 사업적 성과가 미미하면서 경영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DXVX의 어려운 재정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2021년 말 임종윤 사장이 DXVX를 인수한 이후 외형 자체는 커졌으나, 재무건전성은 악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 사장은 그간 신약 연구개발 투자를 늘리고 중국 사업 확장에 주력해왔다. 다만 DXVX 인수 후 2년이 지났음에도 시장의 이목을 끌만한 신약 연구 성과를 내지 못하며 무리한 사업 확장에 따른 유동성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DXVX는 고(故) 임성기 한미약품 창업주의 장남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회사다. 주요 사업은 유전체, 체외진단 서비스 개발 및 제조를 목적으로 하는 의료진단과 헬스케어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임 사장의 DXVX 지분율은 19.25%(581만6189주)다.

임 사장은 2021년 10월 DXVX 경영진의 지분을 인수하면서 동년 12월부터 본격적인 경영을 시작했다. 그리곤 한미약품 출신 인재들을 데려와 DXVX 사업별 리더 자리에 신규 선임했다. 권규찬 대표는 이용구 대표는 각각 한미약품 글로벌 사업본부, 한미약품 중국사업부 핵심 임원이었다. 그 외에 다수의 임원과 연구진도 한미약품 출신으로 전해졌다.

DXVX 2023년 잠정 실적./ 표=김은실 디자이너

◇ 지난해 판관비 전년 대비 100억원 증가

DXVX 지난 8일 2023년 연결기준 잠정 실적을 공시했다. 매출액은 467억원으로 직전 사업연도 대비 146억원(45.2%) 늘었다. 영업손실은 121억원으로 전년(영업이익 26억원) 대비 적자로 전환했다. 당기순손실은 257억원으로 전년(10억원) 대비 적자폭이 커졌다. 갑작스러운 적자 전환으로 결손금은 600억원대로 불어났다.

회사의 수익성 악화는 판관비 증가가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3분기 기준 DXVX 판관비는 전년 대비 100억원 이상 늘어나면서 적자 전환의 주요인이 됐다. 신약 연구개발 강화를 위해 관련 조직을 확대한 것이 판관비 급증 배경이 됐다. 또 주식매수선택권 자진 반납에 따른 일회성 주식보상비용(비현금성)이 발생해 수익성이 악화됐다.

DXVX 관계자는 “지난해 신약 연구 및 임상개발본부가 신설되면서 석·박사급 인력 포함 25명이 새롭게 합류했다”며 “마케팅 및 영업 인재도 꾸준히 영입해왔다”고 말했다.

신약 개발 의지가 강했던 임 사장은 건기식 사업을 DXVX의 캐시카우(현금창출원)으로 삼되, 바이오 기업을 인수해 다양한 신약 파이프라인을 갖추려 했다.

실제 DXVX는 2022년 10월 건강기능식품 제조기업 한국바이오팜을 150억원에 인수하면서 헬스케어 사업을 확장했다. 지난해 2월엔 중국 현지법인으로 북경디아이웨이스 생물과기유한공사를 설립했다. 4월엔 신약개발 플랫폼 기업인 에빅스젠의 지분 63%를 152억원에 인수했다. 에빅스젠은 노인성 황반변성, 안구건조증,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 등의 신약 파이프라인 보유하고 있는 회사다. 또 영국 옥스포드 백메딕스(OVM)의 항암백신 ‘OVM-200’을 도입하는 등 신약 개발을 강화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 재무 불확실성↑ 또다시 외부에서 자금조달

그러나 자회사 인수, 법인 설립, 파이프라인 도입 등 활발한 투자 활동엔 현금 유출이 뒤따랐다. 지난해 3분기 DXVX의 투자활동 현금흐름은 76억원의 순유출을 기록했다.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차입금 증가와 전환사채(CB) 발생도 불가피했다. DXVX는 2022년 4월 금융기관으로부터 400억원의 단기차입급 증가를 공시했다. 자기자본에 11.8%에 해당하는 규모다. 2022년 9월과 10월 각각 178억원, 170억원 규모의 CB를 발행했다.

문제는 지난해 발행한 CB(전환가격 5010원)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 행사 시점이 올해 10월부터 도래하면서 회사의 상환 압박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통상 CB를 발행하면 사채권자는 주식전환청구권을 행사하거나 풋옵션, 만기 보유를 할 수 있다. 전환가액이 주가보다 높을 경우 차익을 실현할 수 있다. 다만 DXVX의 현 시점 주가는 4000원대로 전환가액을 하회하고 있어, 투자자들이 주식으로 전환할 매력적인 조건이 아니다. DXVX는 지난 CB 풋옵션(조기상환청구권)에 대응하고자 또다시 전환사채 발행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50억원대 규모로 자금조달을 계획 중이다.

현금성 자산도 쪼그라들었다. 회사의 지난해 3분기말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37억원으로 지난 2022년 말(253억원) 대비 45% 이상 감소했다.

◇ 의료진단·헬스케어 사업, 주요 매출처는 ‘건기식’

DXVX는 신약 개발 및 R&D 조직 확대에 따른 판관비 증가는 전략적 투자의 일환이었다고 설명한다. 올해부터 R&D 성과가 가시화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다만 매출에 직접적으로 연결될만한 신약 개발 성과가 없는 만큼 업계에서는 회의적인 시선도 나온다.

신약 개발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사업으로 손꼽힌다. 10~15년간 긴 호흡을 가지고 연구개발 투자가 필요하다. 자금 확보를 위해 임상 단계에서 기술수출을 모색하더라도 계약 체결까지 불확실성이 높다. 일각에서 “장기간 막대한 자금을 동원해야 하는데 DXVX의 재정 형편상 지속적인 R&D 투자가 가능하겠냐”는 의문이 나오는 이유다.

DXVX의 매출은 크게 의료진단과 헬스케어 사업에서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전체 매출에서 의료진단은 18%, 헬스케어는 82%를 차지하며 사실상 건기식 매출이 실적을 견인하고 있다. 특히 의료진단 부문 중 진단 사업은 앤데믹 이후 코로나19 관련 매출이 없어지면서 유전체 분석에서만 매출이 발생하고 있다.

DXVX 관계자는 “BJ(중국 자회사)를 통해 자체 브랜드 항생제 아지트로마이신을 비롯한 의약품을 유통하면서 수익성을 제고하고 있다”며 “추가 의약품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고 그 외에도 신약 R&D 상업화를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