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원유 수요국’ 인도, IEA 가입으로 구매력↑···정유업계 실적회복 청신호

인도, 1일 평균 원유·석유 수입량 460만 배럴···글로벌 공급량 4% 달해 IEA 가입 확정될 경우 급증하는 수요 대응 기대 인도 정제설비 가동률 ‘한계’···韓 석유제품 수출 가능성 대두

2024-02-20     유호승 기자
SK이노베이션 울산 생산 현장. / 사진=SK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인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원유·석유 수요 증가율을 보이는 국가다. 선진국과 중국 등의 성장률이 둔화되면서 인도에 많은 양의 원유·석유가 유입되고 있다.

인도는 현재 수요보다 공급량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국제에너지기구(IEA)에 가입해 구매력을 증가시켜 수입·비축량을 늘리려 한다. 이 과정에서 국내 정유업계의 물량이 대거 인도로 수출될 가능성이 커지며 실적회복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20일 IEA에 따르면 인도의 원유·석유 수입량은 1일 평균 460만 배럴로 글로벌 공급량의 약 4% 수준이다. 이를 현지 정제설비를 통해 가공해 다양한 산업군에 투입하는 것이다. 인도 정유업계의 정제 설비 가동률은 지난해 기준 92% 수준이다. 글로벌 시장의 부진·악화에도 급증하는 자국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생산라인이 쉼 없이 돌아가는 셈이다.

단, 인도는 현재 수입량보다 더 많은 원유·석유 확보를 원하고 있다. 산업화에 필요한 석유 제품량이 더 많이 필요해서다. IEA에 가입하려는 이유 역시 원유 구매량을 늘리려는 목적 때문이다.

IEA는 세계 주요 석유 소비국에 의해 1974년에 설립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조직이다. 가입국을 위한 에너지의 안정적인 석유 및 원유 공급·확보를 최우선 목표로 한다. OECD 회원국 중 31개국이 가입된 상태로 우리나라는 2002년부터 활동 중이다.

IEA는 인도의 2030년 석유제품 수요가 현재보다 120만 배럴 늘어나 580만 배럴에 달할 것으로 예측한다. IEA에 가입하면 석유제품 확보량이 최소 1일당 90만 배럴 늘어날 수 있어, 인도 입장에서는 더욱 빠른 산업화를 위해 반드시 회원국이 돼야 하는 상황이다.

윤용식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인도는 지난해 5월 전략 비축유 확보 계획을 발표하면서 원유 구매량을 증가시키겠다고 밝혔다”며 “IEA 가입이 결정되면 확보량이 늘어나 지금보다 많은 석유 제품을 구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장에선 인도의 IEA 가입이 확정되면 실적악화로 어려움을 겪는 국내 정유업계에 반등 가능성이 나타날 것으로 예측한다. 인도의 원유 정제 설비는 이미 한계인 상황이다. 이로 인해 원유보다 정제된 석유제품을 구매할 가능성이 크다.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에쓰오일, HD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4사는 수요악화에 재고물량 처리와 낮아진 가동률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도의 IEA 가입이 승인되면 재고 수출뿐만 아니라, 신규 물량도 수출할 수 있어 가동률을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더욱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하마스 등의 전쟁 장기화로 국제유가가 오르면서 수익지표인 싱가포르 정제마진도 배럴당 15달러에 근접했다. 손익분기점인 4~5달러의 3배 수준이다.

정제마진 상승은 정유사들의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는데, 인도 수요가 급증한다며 높은 정제마진으로 많은 제품을 수출해 이익이 극대화될 수 있다. 지난해 정제마진 하락으로 영업이익이 ‘반토막’ 수준으로 줄어든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시기가 다가온 것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불안한 세계 증세로 정제마진 강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인도 시장에 더 많은 석유 제품을 수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면 실적반등에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