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 까보기②] 해외 식품서 성과 냈지만···CJ제일제당 ‘역성장’

지난해 영업익 35.4% 감소 해외식품 분기 매출 처음으로 국내 앞서

2024-02-13     한다원 기자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CJ제일제당이 지난해 저조한 성적표를 받았다. 핵심인 비비고 브랜드를 비롯한 식품의 국내외 판매는 호조세를 이어갔지만, 바이오 사업과 사료·축산 사업이 부진했던 탓이다. 소비 침체, 경기 악화까지 겹친 CJ제일제당은 올해 경영 효율화에 나설 방침이다.

13일 CJ제일제당은 지난해 매출 17조8904억원, 영업이익 1895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4.7%, 35.4% 감소한 수치다.

CJ제일제당 실적 추이. / 자료=CJ제일제당, 표=김은실 디자이너

연간 실적은 저조했지만 5분기 만에 분기 역성장 고리를 끊어냈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4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2% 하락한 4조3857억원을 냈고,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8% 늘어난 1579억원을 달성했다.

지난해 분기 영업익은 꾸준한 하락세였다. 지난해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8.8%나 하락했고, 2분기와 3분기도 각각 전년 동기 대비 40.1%, 28.8% 줄었다.

식품사업은 지난해 성과를 거뒀다. 식품사업은 지난해 매출 11조2644억원, 영업이익 6546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4%, 4.9% 오른 수치다.

핵심인 비비고 만두와 햇반의 판매량 증가, 유통사들과의 협업 등이 실적 개선 요인이다. 특히 출시 첫 해 메가히트 제품으로 자리 잡은 ‘고메 소바바 치킨’과 K-스트리트푸드 등으로 성장 동략을 확보했다.

해외 식품 사업도 성과를 냈다. CJ제일제당은 “해외 식품사업이 분기 기준 매출이 처음으로 국내를 앞섰다”고 설명했다.

CJ제일제당에 따르면 7대 글로벌전략제품(만두·치킨·P-Rice·K-소스·김치·김·롤)을 앞세워 핵심 권역인 북미, 유럽, 호주 드에서 성장을 이어갔다. 비비고 만두와 슈완스의 대표 피자 브랜드 레드바론은 북미지역 냉동만두 시장과 냉동피자 시장에서 각각 점유율 1등 자리를 유지했다. 냉동치킨과 가공밥 매출은 전년 대비 각각 19%, 15% 성장했다. 지난해 본격 진출한 유럽과 호주 권역 매출은 1000억원을 넘어섰다.

다만 바이오사업, 사료·축산 등 부문은 주춤했다. 바이오사업은 원재료인 원당가격 상승 부담, 셀렉타의 부진으로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줄었다. 사료·축산 독립법인 CJ Feed&Care는 2조4917억원 매출과 864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주요 사업국가인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의 사료·축산 수요 부진에 따른 판가 하락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것이다.

문제는 CJ제일제당의 높아지는 차입금 규모다. 국내 시장에 한계를 느낀 CJ제일제당은 해외 투자에 나섰다. 그 결과 차입금 규모는 해마다 늘고 있다. 차입금은 2020년 4조2276억원, 2021년 5조3178억원, 2022년 6조1626억원으로 점차 커졌고, 지난해 3분기에는 6조4395억원으로 기록됐다. 반면 CJ제일제당이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은 1조8384억원에 불과하다.

이를 의식한 듯 최은석 CJ제일제당 대표도 적극적인 투자 대신 비주력 계열사 매각에 나서며 속도 조절에 나서고 있다. 최 대표는 2021년 CJ제일제당 대표로 부임한 이후 슈완스컴퍼니 지분 19% 추가 획득(4900억원), LA레이커스와 비비고 브랜드 스폰서십 체결(1200억원), 슈완스컴퍼니 피자공장 증설(1500억원), 천랩(현 CJ바이오사이언스) 인수(983억원), 바타이아바이오사이언스 인수(2630억원) 등에 투자했다.

다만 최 대표는 지난해 농축대두단백을 생산하는 계열사 CJ셀렉타 지분 66%를 4805억원에 매각했다. 이에 앞서 중국 내 식품을 제조하는 회사인 지상쥐 지분 60%를 3000억원에 매각한 바 있다.

 CJ제일제당이 목표로 내세운 ‘2025년까지 북미 매출 6조원’도 어려운상황이다.

CJ제일제당은 올해 핵심인 ‘식품’에 역량을 다할 계획이다. K-스트리트푸드를 앞세워 북미 시장 지배력을 높이고, 프랑스·북유럽·동남아 할랄시장 등 진출에 나설 예정이다. 국내서는 비비고 만두, 치킨 등을 이을 차별화된 제품을 출시하면서 주요 품목에 자원을 투입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택해 판관비 개선에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