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암 치료제 개발 가속화···"기존 요법 실패 환자에 새로운 선택지 제공"

수술 제한적인 간암, 미충족 수요에 신약 개발 주목 알지노믹스 "1차 치료제 들어가기 전 새 선택지 제공" 박셀바이오, 면역세포 직접 투여 방식 Vax-NK/HCC 유틸렉스 "기존 치료 요법 효과 없는 환자에 임상 중"

2024-01-29     김지원 기자

[시사저널e=김지원 기자] HLB가 자체 개발한 간암 치료제 후보물질 ‘리보세라닙’과 중국 항서제약의 ‘캄렐리주맙’ 병용 투여 요법에 대한 미국 식품의약국(FDA) 1차 치료제 허가 기일이 다가오며, 새로운 간암 치료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치료 선택지가 제한적인 간암에 새로운 방식을 제공하기 위한 바이오 업계의 고군분투가 주목받고 있다.  

29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알지노믹스, 박셀바이오, 유틸렉스 등이 간암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간암은 치료 선택지가 제한적이며 예후가 좋지 않은 암으로 꼽힌다. 대부분의 간암이 이미 상당히 진행된 상태에서 진단되는데다 간 섬유화 등이 동반되며 절제술 등 수술이 가능한 환자 비율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국가암정보센터에 따르면 간암은 국내에서 사망률이 두 번째로 높은 암이다. 

수술이 어려운 간암 환자의 경우 경동맥화학색전술(TACE), 약물치료 등이 진행된다. 경동맥화학색전술은 간암의 생존과 성장에 필수적인 간동맥을 막아 암을 치료하는 방법이다. 모든 환자에게 행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한번 시행으로 끝나는 경우는 드물다. 약물치료제로는 소라페닙, 렌바티닙 등이 쓰이지만, 반응성이 낮고 치료 효과가 충분하지 않다는 한계가 있다. 

국내 바이오 업계는 미충족 수요를 채울 새로운 간암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알지노믹스는 TACE에 반응하지 않는 간암 환자를 대상으로 RZ-001의 임상 1/2a상을 진행 중이다. 환자가 1차 치료제를 쓰기 전에 RZ-001을 투여하는 방식으로, 치료 선택지를 확대하겠다는 목표다.

./자료=각사, 표=김은실 디자이너

 

 
RZ-001는 암세포를 무한증식하게 하는 텔로머라제 유전자를 제거하고, 바이러스 유래 유전자를 집어넣어 암세포를 공격하는 방식의 유전자 치료제다. 염색체 양쪽 끝단 부분에는 세포가 분열하는 동안 유전체 보호 역할을 하는 텔로미어가 있다. 정상세포에서는 세포가 분열함에 따라 텔로미어도 같이 줄어든다. 텔로미어는 세포분열 과정을 거치며 얼마 남지 않게 되면 분열을 멈추고 사멸한다.

그런데 간암을 비롯한 다양한 암종에서는 텔로미어를 유지하는 역할을 하는 텔로머라제가 과발현된 모습이 관찰된다. 정상세포에서는 세포 분화가 끝나면 텔로미어를 유지하는 텔로머라제도 발현하지 않는다. 그러나 텔로미어를 유지하는 텔로머라제가 발현되면서, 세포가 사멸하지 않고 영속성을 지니며 암세포화하는 것이다.

RZ-001은 이 텔로머라제를 발현하는 RNA를 표적해 잘라버리고, 대신 자른 부위에 자살유도 유전자를 붙인다. 즉 유전자 교정으로 텔로머라제 유전자 발현은 억제하고, 대신 자살유도유전자가 발현케 해 해당 유전자가 암세포를 공격하게 하는 방식이다.

알지노믹스는 특히 RZ-001로 환자의 치료 선택지를 넓히고자 한다. 알지노믹스 관계자는 “간암 1차 치료제로 승인받은 약을 쓰기 전, 그 전에 앞서 사용하는 방식으로 RZ-001을 개발 중이다”며 “여러 치료 선택지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예를 들어 5개의 종양이 있는 환자에게 색전술을 했을 때, 3개 종양에서는 효과가 있지만, 2개 종양에서는 효과가 없을 수 있다”며 “이런 사례의 경우 바로 1차 치료제로 넘어가기엔 무리가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바로 1차 치료제로 넘어가면 추후 선택지 폭이 줄어들어, 색전술만을 반복해야할수도 있다”며 “이런 경우 1차 치료제로 바로 넘어가는 것보다, RZ-001을 투여해 효과 여부에 따라 1차 치료제로 넘어가는 등 환자에게 여러 치료 선택지를 제공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셀바이오는 선천면역을 담당하는 면역세포인 NK세포를 암 발생 부위에 직접 투여하는 방식의 ‘Vax-NK/HCC’를 개발 중이다. 지난해 간세포암 환자 대상 임상 2a상을 마친 후, 현재 최종 결과 분석 보고서를 작성 중이다. 

Vax-NK/HCC는 화학색전술에 실패한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암세포 부위에 직접 투여해 암을 공격하고, 암의 성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종양미세환경을 조절한다. 암 환자를 위한 표준치료법 중 하나인 간동맥 내 항암주입요법(HAIC) 후 10회 투여하는 방식이다. 일반 화학요법과 병행하며 시너지 효과를 노리고, 반복 투여를 통해 치료 효과를 높이고자 한다. 

박셀바이오 관계자는 “화학색전술에 실패한 환자를 대상으로, 1차 치료제를 쓰기 전 병용요법으로 Vax-NK/HCC를 사용할 수 있다”면서 “현재 나와 있는 간세포암 치료 약제는 대부분 3기 이상의 진행된 상태를 대상으로 하며, 간 이외 전이가 없는 환자군을 대상으로 한 비급여 치료제는 거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Vax-NK/HCC는 간 이외 전이가 없는 환자를 대상으로, 혈관에 항암제를 투여하는 간동맥주입화학요법 시행시 병용해서 진행한다"면서 "현재 Vax-NK/HCC 2a상의 최종 결과 분석 보고서를 작성 중으로,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조건부 허가를 신청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추가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셀바이오는 결과를 분석한 최종보고서를 오는 5월 내로 식약처에 전달할 예정이다. 

유틸렉스는 CAR-T 치료제 EU307의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정상 간세포에 영향 없이 간세포암 환자의 7~80%에서 특이적으로 과발현되는 GPC 암항원를 타깃하도록 설계됐다. 또 307은 면역세포인 T세포가 기능을 잃지 않도록 도와주는 IL-18를 분비한다. 이를 통해 체내 지속력을 높이고 암 세포 성장에 영향을 주는 종양미세환경을 개선하도록 했다. 

유틸렉스 관계자는 “기존 표준 치료 요법에 효과가 없는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라며 “간세포암에 대한 미충족 수요가 높은 만큼 임상에 더욱 힘을 쏟는다는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