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 12일 만에 노동자 또 숨져···“중대재해법 위반 여부 면밀히 조사”
12일 폭발사고 이어 연이은 사망사고 노동부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 조사 방침" 한화오션 "안전·보건관리 비용 매년 추가 집행"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지난 24일 오후 5시경 경남 거제시 한화오션 작업장에서 한 협력업체 직원이 이물질 제거 작업을 하다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같은 사업장에서 노동자가 선박 방향타를 만들다 폭발사고로 목숨을 잃은 지 12일 만이다.
특히 사망한 노동자 두 명 모두 하청업체 직원으로 알려지면서 일각에선 한화오션의 안전관리 시스템에 대한 비판이 제기된다. 고용노동부는 두 건의 사고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라고 보고 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25일 한화오션 측에 따르면 전날 오후 4시12분경 한화오션 거제 사업장에서 선체에 붙은 이물질을 제거하는 잠수 작업을 하던 A(31)씨가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 발견 즉시 심폐소생술을 하며 A를 응급실로 옮졌으나, 그는 병원에 옮겨진 지 30여분만인 오후 5시경 거제 대우병원에서 끝내 사망했다.
이 사고로 한화오션은 다음 날인 25일 오전 8시부터 12시까지 중대사고 근절을 위한 특별안전보건교육을 실시를 위해 옥포 조선소 생산을 중단한다고 공시했다. 작업 재개 시점은 논의 중이다.
경찰은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한화오션 측은 “경찰, 소방서, 고용노동부 등 관계기관 신고를 마쳤고 원인파악에 최선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거제지역 노동단체에선 일각에선 영하의 날씨에 작업을 강행하다 사고가 난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번 사고로 조업 중지에 따른 피해는 크지 않겠지만, 한화오션은 한 달 동안 2건의 인명사고가 난 사업장이란 불명예를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노동부는 두 건의 사고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라고 보고 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공사금액이 50억원 이상이거나 상시 노동자 50인이상인 사업장에서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안전관리의무를 위반한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업주에게 법정형은 1년 이상 징역형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사업장 규모로 봤을 때 이달 발생한 2건의 사고 모두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으로 판단하고 있다”면서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를 면밀히 조사할 방침”이라고 했다. 조사 결과 법 위반이 적발되면 안전보건관리 책임자를 입건 조치한다는 계획이다.
조선업계가 3년 치 일감은 쌓아두는 등 호황을 맞았지만, 무리한 조업을 강행해 사고가 발생했다는 비판이 노동계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만성 인력난 탓에 안전관리마저 외주화를 해 안전관리의무에 소홀했다는 주장이다.
노조는 한화오션 사업장 내 사망사고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해 실질적 경영책임자의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10월 안전·보건·환경(HSE)을 경영의 최우선가치로 둔다는 경영방침을 세웠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는 이날 “끊이지 않는 중대재해의 원인은 한화오션 안전시스템이 총체적으로 붕괴됐기 때문이다”며 “원청 HSE가 담당해야 할 안전업무마저 한국안전연구원같은 하청업체를 만들어 외주화시켰다”고 밝혔다.
다만 한화오션 측은 관련 투자를 늘리는 등 안전·보건관리에 최선을 다 했다고 밝혔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2022년 이후 매년 약 300억~600억원 규모의 안전·보건 관련 집행금액을 추가로 집행했다”며 “관련 인력 또한 점진적으로 증원되고 있다”고 했다.
노조 측의 “안전업무마저 하청업체에 맡겨 위험을 외주화시켰다”는 주장에 대해선 “옛 대우조선해양은 협력회사들의 안전 진단을 체계적·전문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난 2017년 설립된 한국안전연구원을 활용해왔다”면서 “이를 통해 협력회사들의 안전 시스템은 한층 강화된 것으로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원청인 한화오션 측의 안전·보건관리 조치가 미흡했다고 판단되면 대표이사도 사업주로써 책임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청업체 직원이 사망했지만, 원청 대표가 실형을 받은 첫 판례도 최근 나왔다. 지난달 28일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원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한국제강 대표이사 C씨에 대한 판결을 최종 확정했다. 1심은 C씨에게 안전조치 위반 책임이 있다고 보고 징역 1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으며 2심 판단도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