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 경제 열리니 ‘암모니아 운반선’ 뜬다···K조선, 과반 선점 이어갈까
HD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 올해 1월 초대형 암모니아 운반선(VLAC) 각각 2척 수주 조선 3사, 지난해 글로벌 VLAC 시장 수주 71% 차지···中과 초격차 벌려 암모니아 연료로 하는 무탄소 추진 가스운반선 개발 나서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글로벌 친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최근 국내 조선업계의 초대형 암모니아 운반선(VLAC) 수주 소식이 연이어 들려오고 있다. 지난 2년간 수주 호황으로 조선업 피크아웃(고점 통과) 우려가 일부 제기되고 있지만, LNG 운반선에 이어 VLAC 시장이 국내 조선업계의 든든한 새 먹거리가 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조선업계는 향후 수소 경제가 본격 활성화됨에 따라 운반체 역할을 하는 VLAC 발주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고 투자 확대에 나섰다.
◇ 암모니아 운반선 시장 과점한 K조선
1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조선업계가 수주한 VLAC는 올 초에만 4척에 달한다. HD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각각 2척을 수주했다. 올해 발주가 나온 4척 모두를 국내 조선사가 싹쓸이한 것이다. 한화오션도 현재 북미 선주와 1척의 VLAC에 대한 슬롯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조선 3사가 모두 VLAC와 관련해 연초 수주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LNG 운반선에 이어 암모니아를 운반하는 VLAC이 조선업계의 새 먹거리로 자리잡는 모양새다. VLAC 시장은 이제 초입부에 돌입했지만, 수주 실적을 살펴보면 국내 조선사들이 중국을 누르고 압도적인 우위를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만 총 21척의 VLAC 발주가 쏟아졌는데, 조선 3사는 총 15척을 수주해 71.4%의 점유율을 보였다. HD한국조선해양이 8척으로 가장 앞섰고 한화오션(5척), 삼성중공업(2척)이 뒤를 이었다.
VLAC는 비싼 만큼 수익성도 좋은 일감으로 알려졌다. 올 초 HD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의 수주 공시를 살펴보면 VLAC의 척당 가격은 1600억원으로 높은 선가를 형성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VLAC를 건조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춘 조선사는 전 세계적으로 손에 꼽을 수준”이라면서 “선주들과 가격 협상에서 유리해 초대형 가스선(VLGC)와 함께 수익성이 좋은 선종으로 분류된다”고 했다.
◇ 대량 운송 쉬운 암모니아···VLAC가 나른다
글로벌 수소 발전 프로젝트가 개화하면서 수소를 운반하고자 하는 수요 역시 증가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수소 경제와 관련해 중앙 정부 차원의 로드맵을 발표한 국가는 2022년 기준 30여 개국에 이른다. 이에 글로벌 수소 수요도 2020년 8500만톤(t)에서 2030년 2억 1000만t, 2050년에는 5억3000만t으로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소를 운반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액화수소 형태로 운반하거나 암모니아 형태로 저장해 운반한다. 이중 암모니아는 액화수소와 달리 상온에서 비교적 쉽게 액체상태로 저장할 수 있고 단위 부피당 약 1.7배의 수소를 더 저장할 수 있다. 이러한 장점 덕에 대량 운송에 쉬워 효과적인 수소 해상 운송법으로 각광받고 있다.
VLAC 발주가 증가 추세를 보이는 이유다. 세계 각국이 역내에서 충분한 수소 생산이 불가능해 수입을 통해 수소를 들여와야 하는 상황도 수소 운반체 역할을 하는 VLAC 수요 증대를 부추긴다. 청정 수소 생산이 용이한 중동, 아프리카, 호주 등 국가에서 생산한 수소를 들여오기 위한 각국의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매년 20척 이상 발주 예상···미래 먹거리 경쟁력 확보 나선 K조선
업계는 암모니아가 가진 가격 경쟁력, 안정성에 주목해 선주들의 발주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가를 중심으로 2030년까지 매년 20여척의 VLAC 발주가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최광식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LNG, 메탄올과 더불어 올해부터 탄소 중립을 위한 친환경선의 연료로 암모니아가 추가되면서 3파전을 이룰 것”이라며 “2026년 암모니아 추진선이 인도되고 운항되면, 2027년에는 선주들의 본격적인 신조투자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미래에는 암모니아를 연료로 사용하는 선박 역시 국내 조선업계의 주요 먹거리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3%를 차지하는 해상 운송 분야에 배기가스 배출 기준이 강화되면서 암모니아는 LNG와 메탄올을 비롯해 선박의 주요 연료로 활용될 것이란 분석이다. IEA는 선박 연료로 암모니아가 사용되면서 전체 수소 수요의 10%를 해운 부문이 담당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조선업계는 수소 확보 및 관련 기술 개발 중요성이 더 커질 것으로 보고 투자를 늘리고 있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지난 17일 다보스포럼에 참석, 100% 암모니아만으로 가동하는 가스터빈 개발을 통해 무탄소 추진 가스운반선 건조 기술을 선보일 계획을 밝혔다. HD현대중공업은 엔진 원천기술 보유 회사 ‘만에너지솔루션’ 등과 암모니아 추진 대형 엔진을 개발 중이다. 삼성중공업도 암모니아 추진선 관련 기술을 개발 중이다. 회사는 2025년에 암모니아 추진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건조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